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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라이크, 던전, 브뤼헤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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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9-25 00: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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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v.1 메모선장
스트라이크 Strike
아레나 같은 트레이와 주사위가 구성품이 전부인 이 게임은 지극히 간단한데, 간단히 설명하자면 단순한 주사위 치기 게임입니다. 플레이어들은 같은 숫자의 주사위를 나누어 갖고 게임을 시작하는데, 자신이 턴이 되면 주사위 하나를 던져넣고 주사위가 모두 멈추었을 때 같은 눈이 나온 주사위들 중 한 종류를 모두 가져옵니다. 가져올 게 없다면 패스하든지 한 번 더 시도할 수 있습니다. 만일 주사위에서 X가 나왔다면 그 주사위는 게임에서 제거됩니다. 이런 식으로 계속해서 주사위를 마지막까지 남긴 사람이 승리합니다. 주사위를 많이 따놓으면 안전해서 별 긴장감도 없을 것 같은데, 트레이에 남은 주사위가 얼마 없으면 당연히 주사위를 딸 확률도 적기 때문에 주사위를 계속 잃게 되고, 앞 사람이 트레이의 주사위를 전부 가져가거나 없애버리면 자신은 가진 주사위를 한꺼번에 던져넣어야 하기 때문에 절대적인 우위는 없는 것 같습니다. 소소한 아이디어로 만들어진 덱스터리티 게임입니다. 특성상 성인이 오랫동안 즐길법한 게임은 아니지만, 지금까지 주사위를 던져서 다른 주사위를 맞추고 따가고 하는 게임은 본 적이 없어서 정감이 갑니다. 손맛 때문에 가끔씩 하고 싶어질 것 같습니다.
던전 Dungeon!
1975년작인 이 던전 크라울링 게임은 많은 디자이너가 제작에 참여했는데, 그 중에는 무려 던전즈 앤 드래곤즈의 디자이너 개리 가이각스도 있습니다. 클루나 모노폴리만큼은 아니지만 퍽 오래된 고전게임인 셈입니다.
게임의 컨셉은 최근에 나온 던전퀘스트와 비슷하게 플레이어들이 각자 던전을 탐험해서 일정 금액의 보물을 모아 중앙의 입구로 되돌아오는 것입니다. 클래스에 따라 특성이 조금씩 다른데, 이동력은 동일해서 각자 한 턴에 5칸씩 이동할 수 있습니다. 레벨별로 나뉘어진 방에 들어가면 해당 레벨의 몬스터가 나오고, 전투를 해야 합니다. 클래스별로 전투력이 따로 있고 몬스터의 방어력에 따라 수정치를 계산해서 목표치를 넘겨야 할 것 같은데, 카드를 보면 친절하게 클래스별로 넘겨야 할 숫자를 써놓았습니다. 마법사는 화염과 번개 마법을 가지고 시작하는데, 어떤 마법을 쓰면 몇이 나와야 하는지도 적혀 있습니다. 이걸 보고 주사위 둘을 굴려 성공하면 한방에 몬스터를 잡고 레벨에 맞는 보물을 얻는데, 실패하면 주사위 둘을 굴려 주사위 눈에 따라 다른 페널티를 받습니다. 일반적으로 자신이 가진 보물 중의 한 장을 빼앗기고, 추가로 한턴을 쉬거나 한 칸을 물러나기도 합니다. 그리고 물리치지 못한 몬스터와 떨어뜨린 보물은 그 방에 그대로 남겨놓습니다. 주사위를 굴려서 어떤 페널티를 받는지 판정한다는 점이 TRPG의 느낌이 나서 그립더군요.
하지만 이게 게임의 전부나 다름 없다는 건 퍽 아쉬웠습니다. 아무리 몬스터를 잡아봤자 판정에 +1을 주는 마법검이나 비밀문을 판정 없이 통과할 수 있는 아이템을 제외하면 앞으로 플레이가 더 수월해질 일도 없고, 레벨이 높은 방으로 갈 수록 몬스터는 강해지니까 패배하고 아이템을 빼앗길 확률은 높아지기만 합니다. 결국 게임이 문을 열고 싸우고 아이템을 빼앗기고 다음 방으로 가거나 재도전하는 짓의 반복이 되더군요. 아이템이나 인카운터가 좀 다양했으면 훨씬 할 만한 게임이 되지 않았나 싶은데 굳이 이렇게 만든 걸 보면 애초에 타겟 연령층이 낮게 설정된 게 아닐까 생각됩니다. 자녀를 모험가로 키우고 싶다면 이 게임으로 죄없는 몬스터를 살해하고 보물을 강탈한다는 던전 탐험의 기본을 가르치는 것도 괜찮겠군요.
브뤼헤 Bruges
뭐 이런 사람이 있나 싶을 정도로 왕성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 슈테판 펠트의 화제작으로, 운하로 유명한 벨기에의 아름다운 도시를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보드와 주사위와 각종 마커가 들어있긴 하지만 사실상 카드게임으로, 게임 내내 카드의 다양한 능력을 활용하거나 이를 포기함으로써 자원과 위기와 점수를 관리하게 됩니다.
매 라운드가 시작되면 선 플레이어는 주사위 다섯을 굴리는데, 이 눈에 따라서 명성을 올릴 비용, 해당 색깔의 카드를 팔았을 때의 보상, 그리고 닥쳐올 재난의 종류가 결정됩니다. 무작위로 조성된 환경을 잘 이용해야 한다는 점은 여전히 그의 전작들과 같은 맥락이더군요.
그리고 그 뒤로 각자 카드를 5장으로 보충하게 되는데, 이 시스템이 상당히 흥미롭습니다. 두 무더기의 덱에서 원하는 대로 맨 윗장을 가져가면 되는데, 카드 뒷면에 색은 표시되어 있기 때문에 둘 중에서 자기가 필요한 색을 골라갈 미약한 선택권이 주어집니다. 그리고 둘 중 어느 한 쪽이라도 덱이 다 떨어지면 게임이 끝나기 때문에 이 속도를 의도적으로 조절할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가져간 카드로 라운드를 진행하면 되는데, 카드를 굉장히 여러 방법으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팔면 해당 색깔의 일꾼을 둘 얻을 수도 있고, 해당 색깔의 주사위 눈만큼의 돈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아니면 한 색깔이 셋 모이면 효과를 발휘하는 재난 타일을 하나 버리거나, 운하를 건설하는 데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또는 카드의 능력을 발휘하도록 고용할 수도 있는데, 고용을 하려면 우선 집을 마련해둬야 하기 때문에 일꾼을 사용해서 뒷면으로 내려놓아 집으로 쓰기도 합니다. 카드 하나를 여러 방법으로 사용한다는 시스템을 예전에도 종종 볼 수 있었는데, 그 중에서 특히 51번째 주가 떠오르는군요. 51번째 주는 좀 번잡스럽고 이해하기 힘든 구석이 있었습니다만, 그에 비해 훨씬 명료하고 마음에 들었습니다.
아무튼 이런 방식으로 진행하는 게임의 궁극적인 목표는 역시 점수인데, 점수를 얻는 방법은 몇 가지가 있습니다. 우선 명성 트랙을 진행해서 얻는 방법이 있는데, 이것은 카드를 채운 직후에 돈을 내서 하게 됩니다. 이때 얼마를 내야 할지는 주사위 눈에 따르기 때문에 돈을 많이 가지고 있어야 남들이 진행하지 못할 때 먼저 진행할 수 있겠죠. 그리고 운하를 건설해서 얻을 수도 있고, 고용한 카드의 능력을 사용해서 얻을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라운드가 끝날 때 다른 플레이어보다 명성이 높거나, 운하가 많거나, 고용한 인물이 많으면 게임을 시작할 때 받은 4점짜리 해당 점수 토큰을 앞면으로 뒤집을 수 있습니다. 등수가 떨어졌다고 카탄처럼 빼앗기지는 않지만 이 4점은 상당히 큰 점수고, 그 때문에 자칫 남이 뭘 하든 신경쓸 필요가 없게 될 수 있는 이 게임에서 경쟁의 긴장감이 유지됩니다.
게임을 해보니 카드 텍스트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게임이라 카드의 능력 외에는 부수적으로 취급되는 느낌이 있었습니다. 카드의 능력을 활용하는 것 이외에 명성 점수를 올리거나 운하를 짓거나 재난 토큰을 없애는 액션은 딱히 그쪽이 이득이라 한다기 보다는 마지못해 울며 겨자먹기로 하게 되더군요. 그것도 앞서 적은 경쟁 시스템 때문에 별 보람은 없지만 남들 다 하니까 나도 해야지 하는 식으로 하다보니 슈테판 펠트의 전작에서도 느껴졌던 것처럼 여전히 재난이 메인 테마도 아님에도 시스템에 휘둘리는 기분이었습니다. 마치 아그리콜라에서 이상적인 농장이 제시되어 있어 거기서 벗어나면 점수가 깎이기 때문에 마음에도 없는 채소와 동물을 모으는 것과 비슷하죠. 예전에도 비슷한 평을 적었던 것 같은데, 이 방식이 게임을 이끌어가는데 효과적인 것은 사실이지만 개인적으로는 개운치 않은 기분이 듭니다. 차라리 운하나 명성을 진행할 때마다 주는 점수가 조금씩이라도 더 높았다면 마음먹고 그쪽으로 시원하게 집중해보는 플레이도 나올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하지만 카드 외의 시스템이 이렇게 아쉽기 때문에 게임의 초점이 카드 활용에 맞춰져 있다는 사실이 오히려 마음에 들기도 합니다. 굉장히 써보고 싶은 카드들이 몇 번이고 손을 스쳐 지나가므로 할 때마다 다른 방향을 모색할 수도 있고, 이게 무작위로 만들어지는 상황에 따라 맞춰 써야 하기 때문에 플레이어의 경향성이 생기기도 어려울 것 같습니다. 덕분에 리플레이성도 높을 것 같군요.
결론적으로 '이 부분은 조금 이상하지 않나' 싶은 아쉬움이 남긴 하지만, 브뤼헤는 슈테판 펠트가 만드는 다른 게임이 대체로 그렇듯이 퍽 잘 만든 게임이고, 카드 게임을 선호하는 저로서는 다른 최근작들보다 마음에 들었습니다. 주사위만 좋아하는 줄 알았던 슈테판 펠트가 카드 게임에도 제법 소질이 있다는 사실은 퍽 고무적입니다.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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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 메모선장님 안녕하세요. 라디오방송 잘들었습니다. 목소리가 멋지시던데 추석잘보내셨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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