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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스 포 더 갤럭시 후기: 초보자들과 함께 진입장벽 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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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1-02 17:4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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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v.2 놀아보자
증정왕 이벤트로 레이스 포 더 갤럭시를 받았습니다.
전부터 관심이 있던 게임이었는데 증정품리스트에서 이름을 발견하자마자 주저없이 질렀습니다.
"긱순위 20위의 게임이 어쩌다 증정품으로 풀리게 되었을까" 하는 궁금함에 여기저기 검색해보니, 게임 자체는 훌륭하지만 진입장벽이 높아 국내에서는 큰 호응을 얻지 못한 비운의 게임이라고 하더군요.
'좋아. 그렇다면 그 벽 보란듯이 넘어보리라' 하고 각오를 다졌습니다.
저는 모임에 나가지 않고 비보드게이머(?)인 지인들에게 게임을 가르쳐서 즐기는 입장입니다. 지인들에게 반응이 좋은 게임은 소장하게 되지만, 제가 재밌어도 지인들의 반응이 나쁘면 게임은 혼자 할 수 없는지라 아쉬운 마음으로 방출하게 됩니다. 그래서 그동안 많은 게임들이 저를 거쳐갔네요ㅜㅠ
그러다보니 진입장벽 따위는 씹어먹는 고수분들과 모임에서 즐기는 분들에 비해 저는 초심자의 진입장벽 낮추기에 대해 비교적 더 많은 고민을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이 플레이후기는 레포갤을 혼자 독학으로 배워 초심자들과의 첫 플레이에서 성공한 이야기입니다.
레포갤의 진입장벽 때문에 구매를 주저하거나 사놓고 묵혀두고 계시는 분들께 작은 도움이라도 되면 좋겠습니다.
(나름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은 진한 글씨로 표시했습니다^^)
일단 룰북을 두세번 정도 정독했습니다.
레포갤은 다들 아시다시피 푸코의 카드게임 버전인 산후앙에 우주테마를 씌워서 발전, 심화시킨 게임입니다.
과연 산후앙과의 유사성은 말할것도 없거니와 푸코와도 유사한 점이 매우 많았습니다. '푸코의 이것이 여기서는 이렇게 변용되었구나' 하는 것을 짚어가며 읽는 것만으로도 룰북 읽는 재미가 쏠쏠했습니다.
그런데 역시나...
"다른 플레이어가 선택한 액션도 모두가 함께 한다. 선택한 플레이어는 추가적인 특권을 얻는다"는 푸코의 메인 시스템은 훨씬 복잡한 게임들이 많이 나온 현재의 기준으로는 단순한 시스템에 속하지만, 보드게임 초보자들에게 이해시키기에는 꽤 까다로운 시스템입니다.
게다가 그것을 각자의 개인카드로 옮겨놓으니 시스템은 똑같지만 체감으로는 더 복잡하게 느껴지겠더군요.
그리고 푸코는 중앙보드에 깔리는 건물의 기능만 숙지하면 추가적으로 알아야 할 정보가 없는데 비해, 레포갤은 수많은 기능의 카드들이 있습니다.
그 카드들마다 펼쳐져 있는 기호와 아이콘들의 대향연을 보니 왜 이렇게 룰이 간단한 게임이 진입장벽이 높은 게임의 대명사가 되었는지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푸코나 산후앙을 먼저 경험했는지가 이 게임에 적응하는데 매우 중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푸코나 산후앙을 모르는 사람은 생소한 '게임 시스템 이해'와 다양한 '카드기능 숙지'를 동시에 해내야 하기에 시작도 하기 전에 피로해져버릴 가능성이 큽니다. 반면에 푸코 산후앙 경험자는 시스템에 대한 적응이 쉬운 만큼 카드기능을 숙지하는데만 집중하면 되니까요.
그래서 푸코 경험자인 두 친구와 첫플을 돌려보기로 마음먹었습니다.
만나서 먼저 푸코를 한 판 돌려보았습니다.
푸코는 웬만하면 실패할 리 없는 게임이기 때문에 역시나 즐겁게 돌렸습니다.
끝나고 '푸코는 역시 오랜만에 해도 재밌네' 이런 이야기를 주고 받을 때쯤에 슬쩍 운을 뗐습니다.
"푸코를 카드게임으로 기가 막히게 변형시킨 게임이 있어, 한 번 해볼래?"
방금 푸코를 재밌게 돌리고 난 후라 다들 어느 정도 흥미를 가지는 눈치였습니다.
얼른 푸코를 한쪽으로 밀쳐놓고 레포갤 룰설명에 들어갑니다.
가급적이면 푸코와의 연관성을 통해 설명하려고 노력했습니다.
"푸코의 저 역할타일들을 여기서는 각자가 한 세트씩 들고 게임한다고 생각하면 돼"
"개발카드는 푸코의 보라색 건물들이야, 그 중에서 비용6짜리 개발카드는 푸코의 대형건물이지, 비용이 비싸고 게임 끝날 때 승점 주는게 똑같지"
"세계는 푸코의 생산건물이랑 비슷하다고 보면 돼"
"거래는 푸코의 생산이고 소비는 선적이야"
"자원은 네 종류인데 기념품이 옥수수..... 외계기술이 커피라고 보면 돼"
방금 전에 마친 푸코의 잔상이 남아있는지라 설명하기가 정말 쉬웠고 듣는 친구들도 이해가 빨랐습니다(한 번 해보세요. 정말 신기합니다).
하지만 게임에 들어가자 역시나 낮선 아이콘 때문에 질문들이 속출했습니다. 카드에 대한 질문들에 신속하게 답변해주어야 분위기가 늘어지지 않기 때문에 아이콘을 미리 완벽하게 숙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한, 다른 단계들은 비교적 쉽지만 소비 단계의 메커니즘이 제일 난해한데, 저는 첫 게임에 소비 단계가 나올 때마다 설명을 하면서 한명씩 대신 진행해주었습니다. 그러자 두세 라운드가 돌 때쯤엔 거의 완벽히 이해하더군요.
저 포함 모두가 첫플이라 다들 전략도 없이 헤매면서 겨우겨우 마쳤는데요. 끝나자마자 친구들이 '한판 더'를 외치더군요. 바로 두번째 판에 들어갔습니다.
레포갤... 결국 대박이 났습니다!!^^
요약하자면,
1. 첫플이라면, 푸코 + 레포갤 또는 산후앙 + 레포갤 테크를 타세요.
보드게임 안에서만 테크타는거 아닙니다. 게임순서로도 테크를 탈 수 있습니다ㅋㅋ
적절한 게임순서는 진입장벽을 낮추는데 큰 도움이 됩니다.
2. 푸코나 산후앙과의 연관성을 통해서 룰을 설명하세요.
설명하다가 스스로 방언이 터지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ㅋㅋ 듣는 사람도 정말 빨리 이해합니다.
3. 미리 아이콘을 철저히 숙지하시고, 첫게임에는 타 플레이어들이 어려워하는 부분을 설명과 함께 대신 해주세요.
이와 같은 방법으로 저희는, 넘기만 하면 신세계가 열린다는 레포갤의 진입장벽을 어느새 가뿐히 넘었습니다.
긱순위를 절대시할 필요는 없겠지요. 하지만 수많은 사람들의 평가에 대한 평균을 무시할 수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신작게임의 반짝 진입도 아니며 소수의 샘플링도 아니라, 2007년작에다가 지금까지 무려 2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평점을 주어 현재 세계에서 20번째로 평점이 높은 보드게임이라는 자리에 자신의 이름을 올려놓고 있는 게임이 레포갤입니다.
증정이벤트로 받긴 했는데 어쩌지 하고 계신 분들, 예전에 사놓고 오랫동안 먼지만 쌓여가시는 분들, 지금 도전해보세요. 푸코에 버금가는 깊이를 가진 게임이네요!
이러한 명작게임을 1+1 이벤트를 통해 저렴한 가격에 즐기게 해준 다이브다이스 관계자 분들께도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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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레이스 포 더 갤럭시는 정말 좋아하는 게임중의 하나입니다.
처음 구입한 게임이 거의 손상되서 새로 하나 다시 샀는데 그것도 많이 하다보니 좀 상태가 안좋아서 결국 이번에 이벤트로 하나를 더 신청했죠. 이렇게라도 게임을 풀어주신 다이브다이스에 감사드립니다. ^^
지금은 여건상 편하게 게임을 하기가 힘들어서 잘 안하고 있기는 하지만, 예전에 여건이 괜찮을 때는 친한 사람들과 모여서 하룻밤에 10판 가까이 계속 플레이한 적도 있습니다.
그래서 제 블로그에도 설명, 확장이야기 등을 정리해서 올린 적이 있습니다.
http://blog.naver.com/cloud311/10149364187
http://blog.naver.com/cloud311/10147909334
기호 정리도 별도로 올린 적이 있죠. 아마 다다 자료실에도 글을 올린적이 있구요..
http://blog.naver.com/cloud311/10149079649
저는 진입장벽을 좀 낮추기 위해서 모든 아이콘을 설명으로 따로 적어 한글화까지는 아니고 작게 출력해서 붙여두기도 했구요..
이렇게 정성을 들일만큼 개인적으로 정말 훌륭하다고 생각하는 게임인데 많은 분들이 너무 새로운 게임들, 신작들만 찾고 한번 플레이 한 느낌만을 그 게임의 스타일로 파악하는 것이 너무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놀아보자님 처럼 그렇게 쉽게 전파가 된다니 부럽기도 하고 다행이라는 생각도 드는군요..^^
플레이 하다가 꽤 익숙해지시면 반드시 확장도 한번 살펴보세요.. 확장을 넣기 시작하면 이 게임의 재미는 배가 될것입니다.^^ -
보드게임매니아 님. 링크하신 글 꼼꼼히 읽어보았습니다.
게임에 대한 이해도 깊어지고 확장 뽐뿌도 무진장 오는 훌륭한 글이네요ㅜㅠ
두 카피가 다 헤어지고 세번째 카피를 구입하실만큼 돌렸다니 부럽습니다.
굉장한 깊이를 가진 게임이라는 인상을 받았는데 저도 그만큼 돌려봐서 그 깊은 맛을 충분히 느껴볼 수 있으면 좋겠네요.
댓글 감사합니다. -
저도 레이스 포 더 갤럭시를 무척 좋아하는 게이머입니다.
저도 제일 처음에 산후앙을 해보고 나서, 레포갤를 하는 테크를 탔습니다.
그리고 이 게임 작가가 너무 맘에 들어서, 이 작가가 만든 레포갤 시스템의 카드게임 시리즈를 몇 개 모았죠. ㅎ
(더 시티, 산후앙, 레이스 포 더 갤럭시 + 1,2 확장)
정말 글에서 쓰신 것처럼, 게임 규칙 자체의 난이도가 아닌 아이콘의 이해도에서 게임 난이도가 상승 하더군요.
아이콘 이해만 잘 해준다면 정말 쉬운 게임인데 말이죠. ㅎㅎ
사실 게임의 흐름이
1. 액션 카드 1장씩 각자 선택.
2. 선택한 거 동시에 다 펼치고 액션 하기.
3. 펼친 카드 정리하고 1,2 반복
이것이 전부인데... 그놈의 아이콘 때문에... ㅠㅠ
정말 좋은 게임인데, 증정품 떨이로 된것이 너무 안타까워요. ㅠㅠ -
반짝반짝 / 이번 증정이벤트가 계기가 되어서 또 한 번의 붐이 일어나지 않을까요?ㅎ
이벤트로 새제품이 엄청나게 풀렸을테니 중고판매도 쉽지만은 않을거구, 가지고 있는 김에 즐겨보려 애쓰는 분들이 늘어났으면 좋겠습니다.
아직 몇 판 못 해봤지만 충분히 재조명될만한 가능성을 가진 게임이라고 느꼈습니다.
제 후기가 거기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면 좋겠네요^^ -
놀아보자 // 증정품으로 풀려서 많은 사람들이 즐기게 된것은 좋지만, 얼마나 팔리지 않으면 증정품으로 내놓을까 생각하니 안타깝더군요...
그리고, 아이콘을 다 숙지한 이후에도 게임을 어렵게 느끼는 요소가 더 있더군요.
카드를 내려놓을 때, 카드의 숫자만큼 카드를 버리는 데, 이 때 무엇을 버려야 효율적일지 고민하는 것을 게임에 익숙하지 않으신 분들은 너무 힘들어 하더군요...
(사실 이 부분이 이 게임의 가장 큰 재미 중 하나인데... ㅋ)
후기는 정말 좋았습니다.^^ -
반짝반짝 // 네. 그 부분은 카드가 익숙해질수록 더 고민되게 만드는 요소가 될 거 같아요^^
처음 몇 판은 그냥 에라 모르겠다 라는 느낌으로 했네요.ㅎㅎㅎ -
레포갤은 산후앙을 계승 발전 시킨 게임 아니에요
푸에르토 리코의 스핀오프카드게임을 제작하기 위해 개발중인 2개의 프로토 타입 게임이 있었는데
그 중에 하나를 선정하여 산후앙으로 출시할 계획이 있었다고 합니다
결국 한 개의 게임이 선택 되었고 우리가 익히 아는 산후앙이라는 이름을 달고 아레아 스몰박스 라인으로 출시 되었고,
남겨진 또 하나의 프로토 타입 게임을 좀 더 발전시켜 이후에 발매한 게임이 레이스포더갤럭시 입니다.
이를테면 배다른 형제? 같은 거라고 할 수 있겠네요 ㅎㅎ -
AP // 아~ 그런 뒷이야기가 있었군요. 그런데 프로토 타입이 달랐던거 치고는 시스템이 너무 비슷하긴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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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블로그에 링크가 깨졌었군요... 예전 다이브다이스의 홈페이지에 있는 레포겔 제작 비화 글입니다.
http://211.115.107.135/review/content.php?tid=rev&mode=view&n=204&p=39&q=224 -
보드게임매니아 / 네. 구매 전에 이 글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좋은 게임 하나가 만들어지기 위해 많은 정성이 들어가는 것 같아요ㅠ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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