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보드게임즈에서 504 한국어판 발매에 대해 알려드립니다. 504는 게임판을 이용한 보드게임의 집대성과 같은 게임입니다. 504라는 이름은 확연히 다른 특성을 가진 9가지 모듈을 활용하여 504(=9x8x7)가지 각기 다른 규칙으로 게임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을 나타냅니다.

504는 2~4명이 즐길 수 있는 보드게임입니다. 보통의 보드게임 패키지 하나가 그 게임을 즐길 수 있는 규칙 하나만 있거나 약간의 변형 규칙이 포함되어 있는 것과 달리, 504는 각기 다른 규칙을 가진 게임 504가지가 들어 있습니다. 어떤 식으로 504가지 게임 규칙이 구현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504의 게임판은 카탄과 같은 모듈형 게임판입니다. 그리고 규칙서 역시 모듈형입니다. (모듈형 규칙서인 ‘세계의 서’와 일반 게임 규칙을 다룬 규칙서 2개가 들어있습니다.)

게임판을 이용하는 보드게임 중에 카탄과 같이 모듈형 게임판을 이용하는 게임은 많이 있어 왔습니다. 모듈형 게임판의 장점은 게임을 할 때마다 각기 다른 게임판 환경을 제공함으로써 할 때마다 약간이나마 다른 게임 경험을 제공한다는 점입니다. 카탄만 보더라도 모듈형 게임판의 조합에 따라 특정 자원이 풍부할 때도 있고, 부족하게 되기도 해서 게임 진행에 영향을 미침을 볼 수 있습니다. 504는 여기서 한 발 더 나갔습니다. 게임판이 모듈형인 것은 물론이고 게임 규칙마저 모듈화했습니다.

프리드만 프리제는 지금까지 나온 게임판을 이용한 많은 게임 시스템 중 대표적이라 할 수 있는 9가지를 추려내서는 각각을 모듈로 만들었습니다. (1) 상품을 싣고 수송하는 집화와 배송 모듈, (2) 서로 누가 가장 빠르게 움직이는가를 겨루는 경주 모듈, (3) 고유한 능력을 가진 특권 카드를 어떻게 조합하는가에 따라 능력이 달라지는 특권 모듈, (4)군사적인 충돌과 경쟁을 벌이는 군사 모듈, (5) 미지의 세계를 발견하고 개척하는 탐사 모듈, (6) 거점과 거점을 도로망으로 연결하는 것을 중점에 두는 도로 모듈, (7) 각 지형마다 누가 우위를 점했는가를 겨루는 우위 모듈, (8) 상품을 생산하는 생산 모듈, (9) 지분을 통해 주식회사의 경영권이 오가는 증권 모듈, 이렇게 9개의 모듈이 만들어졌습니다. 그리고 이 모듈을 어떻게 조합하는 가에 따라 각기 다른 게임이 됩니다.

한 게임에서는 9가지 모듈 중 3가지가 사용됩니다. 각 모듈을 게임 규칙의 상단, 중단, 하단 중 어디에 놓는가에 따라서, 게임 모듈이 게임 중 다른 기능을 하게 됩니다. 상단에 놓인 모듈은 승점을 어떻게 거두는가를 정의하고, 중단에 놓인 모듈은 돈을 어떻게 벌 것인가를 정의하며, 하단에 놓인 모듈은 게임의 보조적인 분위기를 더해주는 역할을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9가지 모듈을 가지고 총 504가지 다른 규칙의 게임을 만들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1번 모듈을 상단에 놓고, 2번 모듈을 중단에, 3번 모듈을 하단에 놓으면, 상품을 싣고 수송함에 따라서 점수를 얻고, 움직임을 빠르게 함에 따라서 돈을 벌고, 특권 카드 등이 추가됩니다. 그런데 이 조합의 순서를 바꿔서 3번 모듈을 상단에 놓고, 1번 모듈을 중단에, 2번 모듈을 하단에 놓으면, 특권 카드에 따라 점수를 얻고, 상품을 싣고 수송함에 따라서 돈을 벌고, 움직임을 빠르게 함에 따른 보조 규칙이 추가되는 식으로 바뀝니다. 즉, 같은 모듈들을 가지고도 서로 다른 게임이 만들어집니다. 승리를 위한 조건 등이 달라짐에 따라 게임 진행 양상 역시 완전히 다른 모습을 띄게됩니다.

모든 모듈은 이전에 나왔던 다른 보드게임들에서 추출됐습니다. 각각의 모듈은 이전에 다른 게임에서 그 게임의 주요 목표나 주요 시스템으로 활용된 바 있는 것들입니다. 이렇게 모듈을 조합해서 원하는 게임을 만들었던 것이 아니었을 뿐이죠. 집화와 배송은 로드 앤 보트를 비롯한 여러 물류 게임에서 일반적으로 사용되었던 시스템이며, 경주는 상당히 많은 게임에서 활용된 시스템으로 인간 본연의 경쟁 심리와 맞물립니다. 탐사 모듈은 엔트데커나 카탄 항해사와 같이 미지의 땅을 찾아 나서는 시스템과 흡사합니다. 유닛을 이용해 전투를 벌이고 지형을 점령하는 전투 모듈은 수 많은 전쟁 테마의 게임에서 사용되었던 그것이고, 증권 모듈은 18xx 시리즈와 같은 하드코어 경영 게임에서의 증권 활용과 흡사합니다. 모듈의 조합에 따라 게임의 난이도 역시 매우 쉬운 게임에서부터 고난도의 게임으로 달라집니다. 프리드만 프리제는 504를 기획할 때, 자기가 게임을 같이 할 사람들의 수준과 취향에 맞춰 변형할 수 있는 게임을 만드는 것도 고려했다고 합니다.

2F-Spiele에서는 지난 Essen Spiel에서 504를 발표했습니다. 원래 계획은 한국어판도 동시 발매였습니다만, 같이 생산되어야 할 다른 언어판의 작업이 제때 끝나지 못해 동시에 출시되지 못했습니다. 기다림 끝에 504 한국어판이 드디어 생산되고 있으며, 2016년 중에 발매될 예정입니다. 정식 발매가 될 때까지 지속적으로 504에 대한 소식을 알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