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한 의사소통이란 가능한 것인가?

인간이 다른 동물과 큰 차이점을 보이는 것 중 하나가 말이라고 하는 음성 정보 교환 수단을 체계적으로 발전시켰다는 데 있습니다. 체계적으로 발전된 말을 통해 우리는 일상적인 의사소통은 물론이고, 우주 과학과 같은 고도화된 전문 지식, 극도로 추상화된 철학적 사고도 풀어나갈 수 있죠. 하지만 제한된 시간 내에서 우리는 말만을 통해 다른 사람에게 정확한 정보를 얼마만큼이나 제공할 수 있을까요? 그리고 그 정보를 받아들인 사람은 해당 정보를 얼마나 정확히 파악할 수 있을까요? 우리는 듀플릭을 통해 이에 대한 답을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을 겁니다.

게임 진행

그림 하나가 주어집니다. 한 사람은 말만을 이용해서 이 그림의 특징을 묘사하고(이 사람을 앞으로 미술 감독이라 부름), 다른 사람들(이들을 앞으로 화가라 부름)은 그 말만을 듣고, 그 그림을 자기 나름대로의 방법으로 재현해서 그려야 합니다. 과연 그림을 그려야 하는 화가들은 들은 말만으로도 해당 정보를 충실히 재현할 수 있을까요? 아니 애초에 그림을 말로 묘사해야 하는 미술 감독은 필요한 정보를 충분히 말로 묘사할 수 있을까요? 아마 서로에게 충분히 많은 시간이 주어진다면 불가능한 일은 아닐지도 모르죠. 하지만 모두에게 주어진 시간은 겨우 90초. 절대 충분히 긴 시간이라고 부를 수 있는 시간이 아닐 겁니다. 매우 짧은 시간이기 때문에 미술 감독은 빠르게 정보를 전달해야 할 그림의 특징을 파악하고, 해당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쉴 새 없이 말해야만 합니다. 그리고 화가들에게도 더 미려한 그림을 그리기 위한 세부 묘사 따위를 할 여력이란 존재하지 않습니다. 가능한 한 집중해야 할 부분이 어디인지 파악하고 정확히 전달하는 것과 전달받는 것이 핵심이라 할 수 있겠네요.

90초가 지나면 이제 채점의 시간이 돌아옵니다. 미술 감독이 보던 그림의 오른쪽에는 무언가 어지러이 낙서가 돼 있는데, 빨간색 플라스틱 필터를 가져다 대면 숨어 있는 글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1번부터 10번까지 총 10개의 문장은 이번 그림에서 어떤 정보가 중요했는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