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끼와 거북이

지나치게 자만한 나머지 경기 도중 잠들어 버린 토끼와 쉬지 않고 엉금엉금 기어가 기어이 경주에서 승리하는 거북이가 등장하는 토끼와 거북이 이야기는 매우 유명한 이솝 우화 중 하나입니다. 프랑스의 동화 작가 장 드 라퐁텐은 이 이야기를 조금 각색해서 그만의 토끼와 거북이 이야기를 쓰고, 루이 14세의 손자에게 헌정된 ‘우화 선집’에 이 이야기를 수록했죠. 보드게임 <토끼와 거북이>에서는 그 뒷이야기를 다룹니다. 토끼가 거북이에게 다시 경주하자고 제안하고, 새로운 참가자 늑대, 여우, 양이 추가로 참전한 더 큰 규모의 경주가 벌어진다고 하네요.

<토끼와 거북이> 보드게임

<토끼와 거북이> 보드게임은 대규모의 경주가 벌어지는 경주 게임입니다. 토끼, 거북이, 늑대, 여우, 양이 서로 누가 가장 빠른지를 겨룹니다. 플레이어는 이 각각의 동물이 되어 직접 경주에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어느 동물이 이길지를 놓고 베팅하는 구경꾼 역할을 맡습니다. 베팅은 비밀리에 이뤄지므로 누가 어느 동물에 베팅했는지는 경주가 끝날 때까지 공개되지 않습니다. 물론 보드게임인 만큼 베팅했다고 손 놓고 멀뚱멀뚱 구경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동물이 어떻게 움직일 것인지에 대해 직접 개입하죠.

자기 차례인 플레이어는 자기가 움직이고 싶은 동물 카드를 냅니다. 이때 같은 카드는 한 번에 여러 장 내려놓을 수 있는데, 기본적으로는 여러 장 내려놓으면 더 멀리 움직일 수 있습니다. 그러다가 이렇게 내려놓은 카드 총합이 8장 되거나 내려 놓은 카드 중 한 종류의 동물이 4장이 되면, 카드를 내는 것을 잠깐 멈추고 경주 단계가 되어 동물들이 움직입니다. 경주 단계에서는 동물마다의 색다른 개성이 발휘됩니다. 토끼는 평균 속도가 빠른 대신, 1등일 때 내려 놓은 토끼 카드가 4장이라면 낮잠이라도 자는지 움직이지 않습니다. 거북이는 느리지만 거북이 카드를 아무도 내려 놓지 않아도 움직이며, 양은 매우 빠르지만 움직이는 도중에 물을 만나면 그 자리에 멈추는 식이죠.

플레이어는 자기가 베팅한 동물이 가능한 한 빠르게 움직일 수 있게 카드를 낼 수도 있지만, 다른 동물이 가능한 한 움직이지 못하는 상황이 되도록 카드를 낼 수도 있습니다. 물 바로 앞에서 양 카드 4장을 낸다거나, 토끼가 1등일 때 토끼 카드 4장을 내는 식으로 말입니다. 이렇게 동물의 카드를 움직이지 못하는 상태로 소진시키면 그 동물을 앞으로 움직이기 어려워지므로, 결과적으로 자신이 베팅한 동물이 앞으로 전진할 가능성이 커집니다. 플레이어는 자기 손에 베팅한 동물을 움직일 수 있는 카드가 없다고 하더라도 이런식으로 적극적인 방해 행위를 할 수 있으며, 아무도 베팅하지 않은 동물이 무엇인지 파악했다면 남이 베팅하지 않은 동물을 대신 움직여 손해를 줄이는 것도 가능합니다. 

이 게임에는 쉬운 규칙인 ‘초보 토끼와 거북이를 위한 변형 규칙’이 포함돼 있습니다. 이 규칙을 적용하면 이 게임의 대상 연령보다 더 어린 플레이어와도 함께 게임을 즐길 수 있으며, 이 규칙으로 게임에 익숙해진 다음 본격 게임을 함께 즐기는 것도 가능합니다.

보드게임 작가 김건희

김건희 씨는 현재 한국에 몇 명 없는 전업 보드게임 작가입니다. 그의 게임은 2010년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발매됐으며, 그중 대표작은 역시 9개 언어로 발매되며 2015년 독일 올해의 게임상 추천작으로 선정된 <아브라카…왓?>이죠. <토끼와 거북이>는 그의 또 다른 대표작이라 할 수 있습니다. 2011년 <로열 터틀>이란 이름을 달고 수수한 삽화와 함께 소규모로 출판됐던 이 게임은 프랑스의 퍼블리셔인 퍼플 브레인 게임즈와 계약을 맺으면서 화려한 삽화로 무장하게 되었습니다. 이 게임은 퍼플 브레인 게임즈의 동화책 보드게임 라인업에 편입돼 2014년부터 지금의 <토끼와 거북이>란 이름으로 9개국에서 발매되었습니다. 그리고 지금, 세계를 한 바퀴 돌아 다시 한국에서도 <로열 터틀>이 아닌 <토끼와 거북이>로 선보일 예정입니다.

수상 내역

2015 Origins Awards Best Children’s, Family,

& Party Game Nominee

2015 As d’Or - Jeu de l’Année Nominee

2014 Golden Geek Best Children’s Board Game Winn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