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투랑가의 후예들

고대 인도에서 만들어진 차투랑가는 6, 7세기경 인도를 벗어나 동아시아와 유럽으로 전파되며, 각 지역에 따라 발전을 거듭해 현재 장기와 체스가 됐습니다. 차투랑가라는 공통 조상을 가진 이 게임들은 다음과 같은 특징을 공유합니다. 

• 격자로 이뤄진 게임판을 사용.

• 게임판 위에 모든 게임말을 놓은 상태로 시작.

• 게임말 종류마다 다른 방식으로 움직임.

• 한 칸에는 게임말이 하나만 존재할 수 있음.

• 게임말을 움직여 상대의 게임말이 있는 곳에 들어가면 상대의 게임말을 잡음.

• 상대의 왕(킹, 장)을 잡는(혹은 체크 메이트 상태를 만드는) 것이 목표.

• 게임 진행에 사용되는 모든 정보가 공개된 상태로 진행되며, 운에 따른 요소의 개입이 없음.

킹 메이킹

<킹 메이킹>은 체스에 영향을 받은 게임으로 여러 가지 요소를 체스에서 가져왔지만 체스와는 다른 모습을 지녔습니다. 격자로 이뤄진 게임판에서 게임말을 움직이며 게임을 진행한다는 점에서나 모든 게임 정보가 공개된 상태에서 진행되며 운에 따른 요소의 개입이 없다는 점에서는 같지만, 많은 부분에서 다른 점을 드러냅니다.

우선 게임판 아무런 게임말도 놓지 않은 상태로 시작합니다.

플레이어는 자기 차례에 게임말을 움직이는 것뿐만 아니라, 디스크 1개짜리의 게임말을 추가할 수 있습니다. 게임말을 움직일 때도 체스와 달리 빈칸으로는 움직일 수 없고, 다른 게임말(자기 것이든 상대의 것이든 상관 없이)이 있는 곳으로만 움직일 수 있다는 점도 <킹 메이킹>의 독특한 점입니다.

A처럼 게임말을 추가하거나, B처럼 게임말을 움직일 수 있습니다.

게임말은 게임판에 놓일 때는 폰과 비슷하게 움직이지만, 다른 게임말이 있는 곳으로만 움직일 수 있으며, 그렇게 움직이면 그 전에 있던 말을 잡아서 게임판 밖으로 빼내는 것이 아니라 움직인 게임말을 그전에 있던 게임말 위에 올려놓습니다.

말의 높이에 따라 다른 기물이 되어 다른 방식으로 움직입니다.

이렇게 해서 게임말은 여러 개의 디스크가 쌓인 형태가 되는데, 게임말이 몇 개의 디스크로 이뤄졌는가에 따라 움직이는 방법이 달라집니다. 즉 1개일 때는 상하좌우로 한 칸씩만 움직일 수 있던 게임말이, 2개일 때는 체스의 룩이 되어 상하좌우로 여러 칸을 한 번에 움직일 수 있게 바뀌고, 3개일 때는 체스의 나이트처럼 움직일 수 있게 되며, 4개일 때는 체스의 비숍이 되어 대각선으로 여러 칸을 움직일 수 있고, 5개일 때는 체스의 퀸이 되어 상하좌우나 대각선 아무 방향으로나 몇 칸이든 움직일 수 있게 됩니다.

그리고 디스크가 6개로 이뤄진 말은 킹이 되는데, 이렇게 해서 킹으로 만드는 것이 바로 <킹 메이킹>의 목표입니다. 단 이렇게 만든 킹의 색깔인 플레이어가 승리하므로, 자기 색깔이 가장 위에 올라갈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이 게임의 목표는 상대의 왕을 잡는 것이 아니라 게임이 시작할 때는 없던 왕을 만들어 내는 것이란 점이 체스와 가장 큰 차이점을 보이는 부분입니다. 체스에서 승급이란 게임 진행의 일부이며 매우 제한적인 상황에서나 이뤄지는 것과 달리, <킹 메이킹>은 그 이름처럼 킹을 만들어내기 위해 게임말이 지속적으로 승급하는 것 그 자체가 게임 진행 과정 그 자체이며 궁극적인 게임의 목표인 것입니다. 처음부터 주어진 킹을 잡아내는(체크 메이트 상태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처음에는 없던 킹으로 게임말이 승급할 수 있도록 전략을 짜야 합니다.

킹 하나를 만드는 일반 규칙에 익숙해지면, 킹 6개를 먼저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는 '더 긴 게임' 규칙을 적용해 볼 것을 권합니다. 이 규칙을 적용하면 상대에게 킹 하나를 내주더라도 내 킹을 둘을 만들 수 있는 상황을 만드는 것과 같은 더욱더 전략적인 진행이 가능합니다. 보너스 기물을 사용한 규칙을 추가하면 각기 다른 고유 규칙을 가진 디스크를 활용해 또 색다른 방식으로 게임을 진행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왕을 만들어 보세요.

​비록 처음엔 모두 폰에 불과할 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하나씩 단계를 밟아나가다 보면, 언젠가는 왕이 될지도 모를 일이죠. <킹 메이킹>을 통해 여러분의 왕을 만들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