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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통 SF, 경영과 전략, B급 영화 감성의 화려한 4중주 테라포밍 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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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8-16 10:2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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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Divedice
1939년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가 대성공을 거두면서, 할리우드 영화계는
대작주의라는 신조류가 지배하기 시작했습니다. 영화가 대형산업의 체계를 따르게 되면서 모든 극장영화는 A급 영화와 B급 영화가 철저하게 분류되었고, 제작 방식도 달라졌습니다. B급 영화는 대체로 A급 영화 상영 전에 지금의 영화관 광고처럼 자투리 시간을 메우기 위해 상영되거나, 혹은 동시상영이라는 형태로 저렴한 가격에 상영되고는 했습니다. B급
영화는 제작자들의 입장에서 중요한 상품이 아니었기 때문에 제작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감독에게 별 간섭이 없었고, 어떤
감독들은 괴이하거나 실험적인 영화들을 생산해내기 시작했습니다. SF, 공포 등의 소재가 이 당시 B급 영화들에서 자주 사용되던 것들입니다. A/B급 영화의 체계는 1950년대 이후 사라졌지만, 그 시대의 B급 영화 정서를 물려받은 작품들이 후대의 감독과 제작자들에 의해 만들어졌습니다.
그리고 그런 영화들은 1970년대 이후 빠르게 하나의 문화를 구성해냈습니다. 오늘날 “걸작 B급 영화”라는 괴상한 용어가 존재할 수 있게 된 이유입니다.
<킹콩>의 오마쥬라는 것 외에 아무 맥락도 없는 데다, 근육에 튕겨나가는 조악한 레이저 빔이 압권이다.
하지만 이 장면을 보며 울고 웃는 사람들이 세상엔 생각보다 많이 있다.
심야영화, 동시상영, 저예산과 조악한 분장 및 세트 등은 B급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는 추억을 호출하는 말이 되었습니다. 그들이 그 말들로부터 떠올리는 것은 대개 열악한 여건 속에서 탄생하는 뛰어난 꼼수, 정말 엉터리지만 보는 이를 껌뻑 죽게 만드는 장치들이기 때문입니다. 1970년대에 탄생한 가장 영향력 있는 B급 영화, <록키 호러 픽쳐쇼>를 대표하는 삽입곡 'Science fiction/Double feature(동시상영 SF영화)'는 이런 상징들이 투영된 곡입니다. <록키 호러 픽쳐쇼>의 오프닝이자 엔딩곡인 이 노래의 가사는 1인칭 화자의 시점에서 자신이 1940~50년대의 SF영화들을 보면서 두근거렸던 순간순간의 장면들을 열거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졌습니다. 후렴구로 반복되는 “동시상영 SF영화”와 마지막 부분의 “가고 싶어, 늦은 밤에, 동시상영관에”라는 가사는 <록키 호러 픽쳐쇼>의 감성이 어디서 나왔는지 고백합니다.
화성을 개척하는 게임?
시기적인 유사성 때문에라도, <테라포밍 마스>의 박스 분위기를 보고 영화 <마션>을 떠올리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테라포밍 마스>는 SF 영화, 혹은 여러 대중문화의 단골 소재인 화성 테라포밍을 소재로 한 게임입니다. 가까이는 마션이 있으며, 테라포마스라는 만화도 있습니다. 이 주제는 20세기 말부터 꾸준히 여러 작품의 소재로 등장했지만, 보드게임으로 제대로 표현된 것은 아마 처음일 것입니다. 테라포밍은 지구가 아닌 다른 별의 환경을 지구와 비슷하게, 정확히는 지구인의 생체에 적합하게 만드는 것을 의미합니다. 제목 때문에 흔히 “화성을 개척하는 게임”이라고 소개되고는 하는데, 물론 틀린 말은 아니지만 게임을 해보고 나면 그 설명이 부족하거나 뭔가 감추고 있다고 느끼게 될 것입니다. 영화 <마션>을 오마주한 듯한 패키지의 일러스트나 카피를 보면 희망을 향한 개척 게임이라고 느끼기 쉽지만, 사실 이 일러스트와 카피는 개발자의 장난에 가깝습니다. 더구나 일러스트는 <마션>을 오마쥬한 것 처럼 보이면서 다른 것을 숨겨 넣으려 한 것일 가능성도 있습니다
자, 그러면 박스를 열고 게임을 시작해봅시다. 우선 게임의 목적부터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 게임의 목적, 증 승리조건은 화성을 잘 개척하는 것이 아닙니다. 화성을 개척하는
것은 실은 승리하기 위한 조건이 아니라, 게임이 종료되는 조건입니다. 이
게임에서 플레이어들의 역할은 지구 연합도 아니고, 희망을 찾아 달리는 과학자도 아닙니다. 여러분은 각자 다국적 기업의 경영자나 국가〮집단의 리더가 되어, 화성 개척 사업을 통해 세계
정부의 지원금을 타내고 자신의 생산력과 이윤율을 높여가야 합니다. 물론 화성에 자기 땅을 많이 확보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화성 테라포밍 사업이 끝나는 시점에서, 가장
사업 성과를 크게 낸 사람이 승리합니다. 물론 테라포밍도 열심히 해야 합니다. 테라포밍에 기여할수록 지원금에 의해 자금 생산력이 늘어나며, 어떤
사업들은 테라포밍 지수가 어느 정도 늘어나야 진행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주구급 경영 시뮬레이션
플레이어들은 모두 하나의 기업, 혹은 국가, 혹은 거대 조합이 되어(편의상 기업으로 통칭한다) 게임을 시작하게 됩니다. 각각 기업 카드를 한 장씩 가지게 되며, 카드에는 기업이 독자적으로 보유한 사업 어드밴티지와, 그 기업이 테라포밍 사업에 뛰어든 간략한 이유들이 있습니다. 각각의 기업들이 테라포밍 사업에 뛰어든 이유는 당연하게도 모두 세속적인 이유이며, 모두가 이 사업 참가를 일종의 투자 기회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테라포밍 마스>의 게임판
플레이어에게 모든 것은 사업의 관점에서 이해됩니다. 이 게임은 끊임없는 투자의 연속이며, 경영자의 판단에 따라 거대 기업이 변모하는 게임입니다. 화성에 산소를 늘리거나 녹지를 만들 때마다 올라가는 TR지수도 실상은 단순히 업적 기록이 아니라 실시간으로 적용되는 기업의 가치 혹은 평가액이 됩니다. 당연히 투자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실패할 가능성을 포함한 말입니다. 초반부터 가진 것을 모두 털어 테라포밍 사업에 투자했다가는 쪽박을 차기 십상입니다. 플레이어들은 이 게임에 이기기 위해 어디에 어떤 투자를 할 것인지 고민해야 합니다.
어디에, 어떻게 투자할 것인가?
테라포밍 사업에 투자하는 것은 물론이고, 자기 기업의 기술에 대한 투자, 정책에 대한 투자도 중요합니다. 물론 시간과 자금은 한계가 있으므로, 선택이 필요합니다. 이 게임에서 투자는 크게 세가지 부문으로 나뉩니다. 정책 투자의 대표적인 예는 바로 기업상 제정입니다. 특정 분야에서 최고 경지에 다다른 기업에게 수여하는 이 상의 수상 조건 결정권을 돈으로 살 수 있습니다. 기업상은 세 개의 기업에게만 수여되며 게임 종료 시점에서 상당한 점수가 되기 때문에, 자신에게 유리한 수상 조건이 결정되도록 일찍 선점해둘 필요가 있습니다. 물론 이것은 미래에 대한 투자이기 때문에 반드시 자신이 그 상을 받으리라는 법은 없습니다.
플레이어는 총 5개 부분의 기업상을 제정할 수 있다.
기술에 대한 투자는 대체로 특정 자원의 생산력을 높이거나 자원에 의한 이윤 발생량을 높이는 것이지만, 미생물이나 동식물, 바이러스 등의 연구를 통해 기술력 자체를 높이는 종류도 있습니다. 물론 연구 성과를 가로채거나 해킹을 하는 등 다른 기업을 공격하는 기술도 존재하지만 이 게임의 승패는 결국 생산성에 따라 크게 차이나게 되어 있습니다. 대체로 이 기술 투자는 플레이어들의 손에 있는 프로젝트 카드들을 통해 이루어지는데, 이 카드는 게임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합니다. 누가 게임을 하더라도 대부분의 플레이는 이 카드를 사용하는 행동이 주가 되겠지만, 이 카드가 게임의 핵심이라는 의미는 그것이 전부가 아닙니다. 일련번호 1번부터 208번까지의, 모두 전혀 다른 내용의 카드가 준비된 이유는 단지 다양한 능력들을 발휘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만이 아니라, 하나의 세계에 대한 설정에 공을 들였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테라포밍 마스> 는 스토리 설정을 구구절절 규칙서에 써넣는 대신, 기업들의 관계와 사건들의 배치를 통해 플레이어가 서사 속으로 들어가도록 만들었습니다.
화성 3부작의 외전 격인 단편집
<테라포밍 마스>의 기업 카드와 프로젝트 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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