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만전사, 마법사, 엘프, 드워프로 이뤄진 4명의 모험가가 모험을 떠나려 합니다. 문제는 모험에 필요한 아이템도, 아이템을 살 돈도 없다는 것이죠. 모험가들은 논의 끝에 동네에 있는 '매직 메이즈 마트'에서 필요한 아이템을 동시에 집어 들고 도망친다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즉, 모두가 필요한 아이템을 집어들고 제한 시간 내에 탈출에 성공할 것인가, 그러지 못할 것인가가 <매직 메이즈>에서 플레이어들에게 주어진 목표입니다.

모든 플레이어에게 함께 해결해야 할 공통의 과제가 주어지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서로 힘을 합치는 '협력 게임'은 이미 보드게임의 주요 장르 중 하나로 자리 잡았습니다. 협력 게임에선 플레이어 모두가 같은 편이므로 자기 차례인 플레이어가 다른 플레이어들에게 의견을 구하고 서로 논의하는 것은 매우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일입니다. 그런데 <매직 메이즈>에서는 그런 장면이 연출되지 않습니다. 플레이어들끼리 아무 말도 할 수 없으며, 심지어는 몸짓 발짓으로 지시를 내리는 것도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제약은 있지만, 의사소통 자체가 완전히 불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강렬한 눈빛으로 뚫어져라 노려보거나, 게임말을 사용해서'뭐라도 좀 해!'라는 눈치를 줄 수 있습니다. 물론 게임에 익숙해지면, 서로 말을 하지 않더라도 처한 상황과 게임 진행의 흐름 상 자연스럽게 서로 필요한 일을 수행하는 풍경이 생겨날 수 있습니다.

게임에 참여한 플레이어의 수와 상관없이 모험가 말은 4개가 사용됩니다. 즉, 플레이어 1명이 모험가 말 1개를 맡아서 진행하는 게임이 아닙니다. 대신 플레이어들은 각각 특정한 행동을 담당하게 됩니다. 어떤 플레이어는 어느 모험가든 상관없이 '북쪽으로 이동'을 할 수 있고, 다른 플레이어는 '새로운 구역 탐색' 행동을 또 다른 플레이어는 '에스컬레이터 타기' 행동을 할 수 있습니다. 플레이어들은 모든 모험가 말을 함께 사용하지만 각자 자신에게 주어진 행동만을 수행할 수 있으며, 그 외의 행동은 수행할 수 없습니다.

게임 준비를 마치고 3분짜리 모래시계를 뒤집으면 바로 게임이 시작됩니다. 플레이어마다 돌아가면서 차례를 가지는 것이 아니고, 아무나 아무 때나 자신의 행동을 적용시킬 수 있는 모험가 말에 해당 행동을 적용시키는 시키며 진행됩니다. 모래시계로 표시된 제한 시간 내에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부지런히 게임 상황을 주시하고 자기가 할 수 있는 행동을 적용해야 합니다. 의사소통과 관련된 제한 사항이 있기 때문에 어느 누구도 자신이 생각하는 것을 다른 플레이어에게 온전히 전달하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말을 할 수 있을 때도 서로의 의사를 온전히 전달하기 어려운데, 말을 할 수 없으니 더 어려운 것은 당연합니다. 플레이어마다 서로의 생각이 다르기 때문에 게임을 진행하다 보면 반드시 다른 플레이어의 행동이 필요한데, 그 플레이어가 다른 데 정신이 팔려 있는 상황이나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미처 생각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 발생합니다.

이때 필요한 것이 바로 '뭐라도 좀 해!' 게임말입니다. 아무나 아무 때나 이것을 집어 들고 다른 플레이어 앞을 두드리면, 이 플레이어는 자신의 행동을 어느 모험가 말에 적용할 것인지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할 수 있을 것이고, 고착된 상태가 풀리게 됩니다.

모래시계의 모래가 다 떨어지면 게임은 그 즉시 종료됩니다. 그런데, 모래시계가 한 번 뒤집혀서 다 떨어지는 데는 3분의 시간밖에 없고, 3분이라는 제한 시간은 게임의 목표를 달성하기에는 매우 짧습니다. 그래서, 게임판 중간중간에는 모래시계를 뒤집을 수 있는 칸이 존재합니다. 이 칸에 모험가 말이 들어가면 모래시계가 뒤집히며 제한 시간이 연장됩니다. 하지만, 모래시계를 뒤집는 칸은 한 번 사용되면 더 이상 사용할 수 없게 되므로, 무한정 모래시계를 뒤집지는 못합니다. 대신 이렇게 모래시계를 뒤집을 때는 시간이 연장될 뿐만 아니라, 행동을 멈추고 서로 말을 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주어집니다. 물론 서로 말을 하는 중에도 모래시계의 모래는 흐르고, 금방 다시 아무런 말 없이 행동을 하러 돌아가야 할 테지만요.

<매직 메이즈>에는 총 17가지 시나리오가 준비돼 있습니다. 게임의 기본 규칙을 익힐 수 있는 시나리오 1부터 시작해서 시나리오 7을 거치는 동안 각 모험가들의 특수 능력을 얻고, 플레이어들은 좀 더 심화된 규칙을 익힐 수 있습니다. 그리고 시나리오 8부터 본격적인 시나리오에 돌입하며, 각 시나리오마다 고유의 규칙이 적용되며 다양한 난이도로 게임을 즐길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나온 어떤 협력 게임과도 다른 매력을 주는 <매직 메이즈>는 독일 게임상을 주관하는 프리드헬름 메르츠 페얼락에서 2017년에 신설한 이노슈필 2017을 수상했습니다. 해당 년도에 나온 게임 중 가장 혁신적인 게임을 찾아서 시상하는 이노슈필의 첫 번째 수상작을 직접 경험해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