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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사항 > 공지사항 '코마너츠: 무의식 여행자' 2차 예고
  • 2019-08-09 14:2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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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Divedice

보드게임식 스토리텔링을 선보인 어드벤처 북 게임, <코마너츠: 무의식 여행자>가 옵니다.

 

 

방 탈출, 사건의 재구성, 그리고 코마너츠

 

저희는 2017년에 방 탈출 게임들을, 2018년에는 <사건의 재구성>을 한국어판으로 선보였습니다. <코마너츠: 무의식 여행자>를 소개하기에 앞서 다시 한번 이 게임들은 언급하는 이유는 현대 보드게임의 발전 과정에서 이 세 작품이 공유하는 하나의 맥락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방 탈출이라는 오래된 장르가 탄생한 것은 20세기가 끝나면서였습니다. 20세기 식 어드벤처 게임, 그러니까 <원숭이 섬의 비밀>이나 <가브리엘 나이트>, <브로큰 소드> 같은 이름들을 알고 계시는 분이라면 방 탈출 역시 그런 장르에서 파생되었다는 사실도 알고 계실 것입니다. 이 ‘옛날식’ 어드벤처는 오늘날 ‘올드 스쿨 포인트 앤 클릭 어드벤처 게임’이라 불리는 다소 마니악한 장르가 되어버렸습니다만, 지금까지도 게임과 서사라는 주제의 논쟁에서 중요한 화두로 등장하고는 합니다.



∥출시 23년만인 2016년에 리마스터판이 나온 어드벤처 게임 <텐타클 최후의 날>(왼)과 어드벤처의 거장 론 길버트가 2017년 킥스타터 펀딩을 통해 출시한 ,팀블위드 파크>

 

 

게임의 자유도와 스토리적 완성도는 서로 대립 관계에 있습니다. 멋진 스토리는 명확한 플롯에서만 나오며, 플롯이 촘촘할수록 플레이어의 자유는 줄어듭니다. 하지만 모순되게도 플레이어는 언제나 더 많은 자유도와 더 많은 서사적 만족을 원합니다. 그런 모순을 해결하기 위해 20세기에 떠오르기 시작한 것이 ‘인터랙티브 스토리텔링’, 즉 상호작용성 스토리텔링입니다.

 

스토리텔링은 스토리 그 자체가 아닙니다. 스토리텔링은 이야기를 하는 방법이며, 게임에서 이야기가 구현되는 방식입니다.  옛날식 어드벤처는 한때 이 인터랙티브 스토리텔링에 적합한 대안처럼 보였습니다. 스토리가 컷씬으로 표현되거나 스토리와 플레이가 분리되는 것이 아닌, 준비된 스토리를 플레이하는 감각을 느끼게 해주었으니까요. 이 감각은 최근의 ‘워킹 시뮬레이터’ 같은 종류와도 다른 옛날식 어드벤처만의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장르는 21세기에 이르러 빠르게 몰락했습니다.

 

어드벤처에서 서사를 제외한 장르입니다. 이 장르의 탄생은 어드벤처에 더 이상 서사 도구로서의 매력이 없다는 방증인 셈입니다. 그렇기에 방 탈출의 탄생은 어드벤처의 죽음을 예고하는 것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보드게임에서 방 탈출의 등장은 그 의미가 반대입니다. 이 등장은 어드벤처의 죽음이 아니라 어드벤처 보드게임의 가능성을 예고하는 것이었습니다. 방 탈출을 보드게임의 구조로 소화할 수 있다는 것은 어드벤처 게임을 보드게임이 소화할 수 있다는 의미가 되기 때문입니다. 그중에서도 비교적 후기작인 <언락>은 거의 옛날식 어드벤처의 구조를 제대로 갖추었습니다. 어려운 퍼즐의 집합에 머물지 않고, 퍼즐이 스스로 맥락을 가지고 스토리를 잇는다는 점에서 말입니다.


<사건의 재구성>의 등장은 방 탈출에 이어서 또 한 번 어드벤처의 가능성을 상기시킨 사건입니다. 이 게임은 <언락>과는 다른 면에서 어드벤처에 다가갔습니다. QR코드와 어플리케이션을 사용해 좀 더 기능적 감각에 섬세하게 접근했죠. 거기에다 스토리텔링도 선형적 구조에서 어느 정도 벗어났습니다. 오픈 월드라고까지는 할 수 없지만 사건에 다가가는 여러 가지 방법, 즉 여러 가지 답들을 통해 플레이어의 자유도를 높였습니다. 


 

 

더 중요한 것은 방 탈출 게임들과 사건의 재구성이 멋진 게임들이었다는 사실입니다. <언락>은 방 탈출보다 어드벤처를 강조하면서 여전히 시리즈를 거듭하고 있고, <사건의 재구성>은 확장과 DLC를 만들어내고 있죠. 보드게임에서의 인터랙티브 스토리텔링에 대한 일련의 실험들은 성공한 셈입니다. 그렇다면 그 실험들은 끝난 것일까요?



 

보드게임에서의 스토리텔링, 그리고 <코마너츠: 무의식 여행자>

20세기부터 최근에 이르기까지, 인터랙티브 스토리텔링을 둘러싼 수많은 논쟁이 이어져 왔습니다. 비록 획기적 도약은 없었다 해도 이 분야는 꾸준히 발전해왔고, 그 발전이 이미 디지털 게임을 넘어 수많은 분야로 확장하고 있습니다. TV 드라마, 광고에 이르기까지. 하지만 보드게임 분야에서 눈에 띄는 발전은 아직 없습니다. 그것은 보드게임에서의 인터랙티브 스토리텔링이란 것이 난제 중의 난제이기 때문입니다.

스토리텔링은 멋진 스토리를 그냥 읽어주는 것이 아니라, 서사 구조를 건축하는 작업입니다. 흔히 보드게임을 책과 같은 것으로 비교를 하고는 하지만 보드게임이야말로 책과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물건입니다. 누구도 책을 플레이 하고 싶어 하지 않고 누구도 보드게임을 읽고 싶어 하지 않습니다.

“테마가 강한 게임” 혹은 “스토리가 있는 게임”이라고 불려왔던 것들은 대개 그 스토리를 이해하느냐를 플레이어에게 맡겨왔습니다. 플레이어가 능동적으로 스토리 읽기를 추구해야만 비로소 스토리 게임으로서 의미가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죠. 그렇기에 인터랙티브 스토리텔링은 보드게임에서야말로 중대한 과제입니다.

보드게임에는 컷씬이 없습니다. 플레이어에게 강제로 컷씬을 보여줄 수도 없으며, 보드게임에 맞는 스토리텔링이 없다면 아무리 멋진 스토리를 만들었다 해도 게임과 완벽히 분리될 뿐입니다. 규칙서에 긴 프롤로그를 넣거나, 아무도 읽지 않을 배경 스토리를 수십장에 걸쳐 규칙서에 첨부한다 해도 이 스토리가 게임에 개입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그저 부록일 뿐입니다. 핵심은 스토리가 게임에 개입하는 것, 그리고 그 스토리의 개입이 귀찮은 사전 준비나 과정이 아니라 플레이의 일부가 되는 것입니다. 

<코마너츠: 무의식 여행자>는 보드게임에서 이 인터랙티브 스토리텔링을 구현하려는 고민에서 등장한 물건입니다. 방 탈출이나 사건의 재구성과도 다른 점은 이 게임이 현대식 어드벤처와 옛날식 어드벤처 사이의 어딘가에 있다는 사실과, 좀 더 스토리텔링이라는 본질적인 주제에 파고들었다는 점입니다. 기본적으로는 디지털 게임의(주로 현대식 어드벤처의) 해법을 모방했습니다만, 디지털 게임의 스토리텔링 방식을 모방하기 위해 어드벤처 북이라는 아날로그식 해법을 동원했다는 점이 독특합니다. 

이 게임은 ‘어드벤처 북 보드게임’을 표방하고 있습니다. 어드벤처 북(아마 게임 북이라고 말하면 더 익숙하실 겁니다.)은 독자의 선택에 따라 다음에 읽을 페이지가 결정되는 종류의 책입니다. 게임이라고 하기엔 어렵지만 책 읽는 방식과 경험이 사람마다 다르다는 점은 게임의 감각에 가깝죠. 어드벤처 북 보드게임이란 이름 그대로 이 게임은 어드벤처 북을 보드게임의 일부 장치로 활용합니다. 물론 어드벤처 북을 그냥 읽는 낡은 방식은 아닙니다. 이 게임에서는 그 어드벤처 북이 일종의 스테이지 역할을 합니다. 옛날 플랫포머 게임들에는 스테이지 하나를 클리어하고 나면 어느 스테이지로 갈지 결정하는 형식이 꽤 있었죠. 현대 어드벤처 게임에서도 선택에 따라 다른 이벤트를 맞게 되는 게임들이 많이 있습니다. <코마너츠: 무의식 여행자>는 그런 선택과 분기를 어드벤처 북으로 해결했습니다. 여러분은 책을 펼치고, 책 위에 게임말을 올리고, 게임말을 책 속에서 이동시키며 게임을 플레이하게 됩니다. 다른 분기로 넘어갈 때가 되면 여러분은 다른 페이지를 펼쳐서 다시 게임말을 올리고, 그 세계 안에서 플레이를 하게 될 것입니다.

이 게임은 스토리에 중점을 둔 게임입니다. 오프닝과 엔딩이 있고, 분기점들이 컷씬 역할을 합니다. 기본규칙은 간략하되 각 스테이지마다 독자적인 규칙이 있는데, 이 세부규칙들은 어드벤처북을 따라가면서 자연스럽게 익히게 됩니다. 매 스테이지마다 새롭게 퀘스트가 주어지고, 다른 방식으로 플레이를 하게 되는 현대식 어드벤처와 많이 닮아있죠. 작가는 이 과정에서 스토리의 전달을 번거롭지 않게 하기 위해서 적절한 소재를 영리하게 골랐습니다. 바로 ‘기억의 공유’, 그리고 ‘공통성’입니다.


<코마너츠: 무의식 여행자>가 말하고자 하는 것

<코마너츠: 무의식 여행자>의 플롯은 비슷한 시기에 등장한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과 많이 닮았습니다. 어떤 부분에서는 <백 투 더 퓨처>와 <엑설런트 어드벤처>를 연상시키기도 합니다.

네 그렇습니다. 이 게임에는 20세기에 대한 문화적 향수가 묻어있습니다. 게임의 형식적인 배경은 2030년경으로 추정되는 근미래이지만, 실제로 플레이어들은 마틴 스트로발 박사의 과거를 항해하며 20세기, 즉 7/80년대부터 90년대 말까지의 문화와 사건들, 그리고 그 속에서 자란 마틴이란 한 인간의 기억을 따라다니게 됩니다. 옛날식 히어로 만화, 8비트 비디오 게임, 구식 서부영화, SF, 느와르 등 수많은 상징을 통해 사건과 감정이 묘사되고, 개인의 경험이 사회의 상황과 맞물려 돌아가며 개인의 인격이 형성되는 과정을 경험하게 됩니다.


공감은 이야기에서 가장 중요한 기술입니다. 영화든 책이든, 하나의 사건 혹은 한 사람의 인생을 보여주기에는 주어진 시간이 짧습니다. 그렇기에 많은 이야기들은 이야기를 들려줄 대상이 이미 알고 있을 법한 사실이나 감정을 기반으로 설계됩니다. <레디 플레이어 원>은 그 기반의 힘만으로 성공한 영화였습니다. 8~90년대 대중문화의 상징적 요소들을 소환하는 것만으로요. 물론 연출적 측면에서 보자면 그 소환을 판권료로 해결할 수 있었던 막대한 자본력이야말로 이 영화의 힘이었겠습니다만. 

∥<레디 플레이어 원>. 이야기가 뛰어나기보다는 솔깃한 이야기를 “잘한” 작품이죠

<코마너츠: 무의식 여행자> 역시 같은 장치를 사용합니다. 하지만 때때로 그 향수로부터 매몰차게 발을 뗍니다. 과거로부터 비롯된 미래의 불안과 누구도 행복하게 기억하지 않는 과거의 사건들을 상기시키면서요.  

 

 

플레이어들은 마틴 스트로발 박사의 내면으로 들어가 그의 기억 속에서 그를 옭아매고 있는 것들을 발견해야 합니다. <레디 플레이어 원>과 비슷하다고 한 의미가 대충 이해가 가실 것입니다. 하지만 목적은 조금 다릅니다. 플레이어들이 그 작업을 통해 받게 될 보상은 <미래> 자체입니다. 이 게임은 상호 교감이라는 주제 의식을 일관되게 유지하면서, 사회를 통해 문화를 통해 인간과 인간이 이어져 있고 서로 영향을 받고 있다는 점을 자연스럽게 호소합니다. 그리고 작가 자신도 플레이어 여러분과 그렇게 상호작용을 하게 되죠. 


 


 

코마너츠인 당신과 마틴 스트로발 박사의 관계는 참 묘합니다. 당신은 마틴 박사의 손에 흥망이 달린 세계에 속해있습니다. 그렇기에 당신은 마틴 박사의 정신 속으로 들어가고 그의 정신에 영향을 끼칩니다. 그리고 그 여행을 하는 동안 당신은 마틴 박사의 감정과 교감하고 영향을 받게 됩니다. 매번 동기화를 마칠 때 마다 당신의 아바타는 일상의 풍경을 다르게 보게 되죠.

 

세계는 마틴의 손에 달렸지만 마틴의 인격을 형성한 것은 결국 세계입니다. 게다가 현재의 위기 역시 어찌 보면 마틴의 손에서 탄생했습니다. 역사와 문화, 과거와 현재, 개인과 개인, 개인과 역사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순환합니다. 이 이야기 속의 핵심매개로 등장하는 ‘뫼비우스 링’이란 장치의 이름은 이런 점에서 참 그럴듯한 작명입니다. 그리고 이 순환은 어느 순간 게임 속을 뛰쳐나와 플레이어에게 상호작용을 시도합니다. 그리고 그 상호작용을 통해 이야기가 탄생합니다. 깜짝 놀랄 반전이나 대단한 스토리적 굴곡이 없는 것은 이 게임의 장점입니다. 플롯으로 충격을 주는 잔기술을 배제하고 스토리텔링이라는 목적을 끝까지 고집한 결과이니까요. 플레이어는 게임을 통해 자연스럽게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고, 이야기는 혼자서 질주하지 않습니다. 모든 여정을 끝냈을 때, 여러분은 긴 꿈을 꾼 듯한 감각을 느끼게 되실 겁니다.



<코마너츠: 무의식 여행자>를 통해 진정한 의미에서의 스토리텔링 보드게임이 완성되었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지금도 세계 어딘가에서 다음 단계를 준비하는 주인공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 목적지로 다가가기 위해 넘어야 할 또 하나의 문턱, 그 경계에 이 게임이 있다고는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방 탈출과 <사건의 재구성>은 보드게임의 시스템이 인터랙티브 스토리텔링을 위한 어떤 문턱들을 넘어가는 장면을 사람들에게 보여주었습니다. <코마너츠: 무의식 여행자>는 우리가 세 번째로 소개하는 새로운 문턱입니다. 



<코마너츠: 무의식 여행자>의 새로운 게임 시스템은 여러분에게 보드게임에 대한 무한한 상상력과, 아날로그 게임에서 이야기의 가능성을 줄 것입니다. 스토리를 ‘플레이’하는 멋진 감각과 함께요. 게다가 만약 당신이 보드게임에서 어드벤처의 미래를 기대한다면, 이 게임을 플레이해야만 할 또 하나의 이유가 있을 겁니다.


<코마너츠: 무의식 여행자>는 8월 14일(수), 코리아보드게임즈 카카오 플러스친구를 통해 첫 선을 보입니다.

- 친구 추가 링크 : http://pf.kakao.com/_fKHC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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