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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티 > 리뷰 및 후기 나이를 먹고, 자손을 낳는다. 대권을 노리고, 나이들어 은퇴한다... 중세 귀족들의 드라마틱한 삶을 표현한 작품.
  • 2005-03-11 18:08:39

  • 0

  • 12,792

명가에서 발매된 신작
황제의 그림자는 개인적으로 제일 좋아하는 퍼블리셔인 한스 임 글룩의 2004년 신작으로 기대를 모으던 작품입니다. 같은 박스 크기 라인업에 이미 Carcassonne이나 Magellan(Pizzaro & Co.)같은 좋은 게임들이 있고, 특히 동 라인업의 2004년 상반기 작품 St. Petersburg의 좋은 인상이 있었기 때문에 개인적인 기대치는 충분했던 작품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 한스 임 글룩의 퍼블리싱 능력, 특히 좋은 게임을 선정하는 능력에 대해 높게 평가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 얘기는 언젠가 나중에 할 기회가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일단 게임은 중세 독일의 귀족 가문들의 권력 다툼을 그리고 있습니다. 게임에서 플레이어는 귀족 가문을 지휘해서 여러 영지의 영주권을 얻고 그 힘을 바탕으로 황제의 지위를 얻기 위해 암투를 벌이게 됩니다. 사실 이런 중세 유럽 역사를 배경으로 한 게임을 만날 때마다 고등학교 세계사 시간을 뭘하며 보냈는지 자괴할 때가 종종 있습니다. 특히 Liberte처럼 게임설정에 대한 배경 지식이 어느 정도 필요한 게임에서는 더욱 그렇죠.

사실 테마와 본 내용이 별 상관없다고 평가되는 St. Petersburg 같은 게임도 잘 살펴보면 나름대로 역사적 설정을 재미있게 가져다 맞춘 흔적이 있어서 알고 하면 더욱 흥미 있음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언제 누군가 총대를 메고 보드 게임을 이해하기 위해 전쟁사와 르네상스 역사 중심으로 유럽 역사를 소개해 주는 작업을 하는 것도 의미 있겠습니다. 뭐 어쨌건 황제의 그림자는 다행히도 왕 밑에 여러 명의 영주들이 있는 봉건제도라는 것만 이해하면 특별히 역사적 배경으로 머리 아프게 하는 일은 없습니다. 게임내 고유 명사 이외에는 텍스트가 전혀 없다는 것 역시 국내 실정에서는 환영받아 마땅할 부분이겠죠.

가문과 가문의 대를 이어가는 대립
황제의 그림자에서 플레이어는 귀족 가문을 맡아 각 영지에 세력을 형성하고 그 세력을 바탕으로 영주권을 차지하게 됩니다. 새 영주로 뽑히면 점수를 얻는 것은 물론, 각 영지마다 영주의 특수 능력이 있기 때문에 어떤 지역을 노릴지에 대한 전략적인 고려도 필요한 부분입니다. 플레이어의 세력을 형성하는 것은 귀족과 도시 그리고 기사들입니다. 특히 귀족들이 가장 중요한 부분인데 귀족들은 결혼을 하게 되면 세력이 2로 취급되어 더욱 강력해집니다. 대신 귀족들은 라운드가 끝날 때마다 10년씩 나이를 먹게 되고 늙으면 은퇴하게 됩니다. 귀족 타일을 90도로 돌릴 수 있다는 것과 앞뒷면에 결혼 유무를 표시한 것으로 귀족 상태를 간단히 알 수 있는 멋진 인터페이스를 만든 것은 좋은 일이지만 사실 실제로 게임을 해보면 여기 저기 있는 귀족들이 꽤 어지럽고 한눈에 안들어오기도 합니다. 권력 다툼이란 어지러운것이죠.

매 라운드마다 각 가문에는 후손이 하나씩 태어납니다. 아들은 새로운 귀족이 되어 영지에 배치되고, 딸은 다른 가문에 정략 결혼을 시켜주고 대신 점수를 받아오는 역할을 하게 됩니다. 가끔 딸이 소박을 맞기도 하는데 이때는 아쩔 수 없이 수도원에 팔아서 자금을 마련하게 됩니다. 딸은 남의 가문 세력 보너스 더해주는 정략 결혼용? 물론 좀 더 냉정하게 생각하면 딸 팔아서 점수를 얻는 것이 게임에서는 도움이 되는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어쨌건 황제의 그림자는 이렇게 결혼도 하고 나이도 먹는 게임이다 보니, 여타 영향력 게임과는 차별화된 플레이어 액션형태를 보여줍니다. 보통 영향력 게임의 액션이라면 세력 놓기, 남의 세력 빼기, 세력 옮기기 등등으로 구성되는 게 보통인데, 이 게임에는 결혼 시키기 기사 1명 양아들 삼아서 귀족 만들기, 남의 집 귀족 노망 나게 하기, 우리 집 귀족 10년 회춘 시키기 등 특이한 액션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더욱 웃기는 것은 액션 카드에는 파란색의 바탕의 액션카드와 분홍색 바탕의 액션 카드가 있는데 파란 색 액션 카드와 분홍색 액션 카드 중 어떤 카드를 많이 사용하느냐에 따라 다음 라운드에 아들이 나올지 딸이 나올지 정해진다는 것입니다. 21세기 과학으로도 완벽하게는 안되는 딸아들 골라낳기가 이미 이 시대에 성행했던 것이죠. 이거 벌써 게임 설명만으로도 여성 유저의 10% 이상이 이 게임에 치를 떨 것이 예상되네요.

대권을 얻기도 때로는 잃기도
게임에는 항상 1명의 플레이어가 황제의 자리에 앉게 됩니다. 처음에는 시작 플레이어가 하게 되고 중간에 권력 다툼을 거쳐 힘 센 가문이 황제의 자리를 독차지하게 되는거죠. 황제가 아닌 플레이어들에게는 매 라운드마다 반란을 일으킬 기회가 있습니다. 반란이 일어날 경우, 투표를 통해 황제를 선출하게 되는데, 투표권은 기본적으로 각 영지의 영주들이 1표씩 행사하게 됩니다. 그러다 보니 어떤 플레이어는 투표권이 더 많고 어떤 플레이어는 투표권이 더 적고 그렇게 되는 것이죠. 그렇게 되어 여러 영지의 영주를 배출하는 파워 있는 가문은 황제 자리조차 좌지 우지할 수 있는 힘을 얻게 됩니다.

투표가 끝날 때 이긴 쪽을 지지한 플레이어는 줄 잘 선 댓가로 보너스 점수를 얻게 됩니다. 따라서 괜히 황제 하겠다고 나서서 다른 플레이어들의 견제를 감수하느니 황제 투표에서 이길만한 세력에게 지지표를 던지고 점수를 먹는 안전한 플레이를 할 수도 있는거죠. 황제는 매 라운드마다 약간의 점수의 황제의 특권을 얻게 되고, 영지의 세력대결이 무승부일 때 누가 영주 분쟁의 승자인지를 결정할 권리를 가집니다. 황제의 권한은 나름대로 강력하기 때문에 다른 플레이어들이 적당히 반란을 일으켜서 견제할 필요가 있기도 하고, 황제의 힘이 약할 때는 '황제 지위를 보장해 줄테니 다음 라운드의 영지 분쟁에서 내 손을 들어달라'는 식의 굴욕적인 협박을 당할수도 있습니다.

불편한 인터페이스를 뛰어넘어...
권력투쟁의 추잡함과 노인공경의 덧없음이 느껴지는 흥미로운 게임입니다. 각 지역에 세력을 배치해서 누가 많은 지 겨루는 전통적인 영향력 게임들과는 그 궤를 달리하는 매우 참신한 게임입니다. 플레이어 스타일에 따라 대외 외교와 협상 위주의 게임을 즐길 수도 있으며, 좀 더 치밀한 수읽기의 게임을 즐길 수도 있으며, 감정 싸움과 딴지로 점철된 플레이도 얼마든지 가능한 상당히 폭이 넓은 게임성을 자랑합니다. 게임에 신선한 요소가 많은 덕분에 게임 상황을 파악하기가 매우 어려운 것이 게임의 단점입니다. 게임 보드 상의 각 귀족들의 나이가 어떻게 되는지 액션 카드는 어떻게 남았는지, 각 영지의 힘 대결은 어떤 양상인지? 황제 투표의 투표권은 누구에게 몇표씩 돌아가는지? 저 플레이어는 다음 라운드에 아들을 낳게 될 지 딸을 낳게 될 지, 이 모든것을 한눈에 파악하며 플레이하는 것은 너무 힘듭니다. 게임은 꽤 불친절하며, 꼼꼼하게 이것저것 챙겨보지 않으면 낭패를 초래하기 쉽상입니다. 귀족의 나이 표시를 비롯해 가독성이 떨어지는 인터페이스는 여러분에게 꼼꼼한 성격을 키워주거나 혈압을 상승시켜줄 것입니다.

주요 외국인 사이트의 유저 리뷰에서 이 게임을 [GAMER'S GAME]이라고 못박는 표현을 많이 보게 되는데 반 정도는 공감합니다. 사실 황제의 그림자는 게임의 전략적인 깊이나 룰의 난이도보다는 생뚱맞은 개념들이 대거 등장하는 데서 오는 어색함과 한눈에 안들어오는 불편함으로 인해 더욱 어려운 게임으로 느껴지는 면이 있습니다. 일단 이 어색함만 극복한다면 황제의 그림자는 매우 색다른 느낌의 게임으로 좋은 인상을 남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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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Lv.9 펑그리얌
    • 2005-03-11 19:04:30

    게임의 재미가 인터페이스의 불편함을 모두 없애주죠. ^^
    너무나도 참신한 영향력 게임..!!
    주사위 6개 주고 갑니다.
    • Lv.1 코른
    • 2005-03-12 00:08:24

    저는 게임의 재미가 선명하지 못하다는 점(전략을 세우기가 너무나도 불편한 인터페이스와 여러가지 게임요소가 혼합되어버림으로서 이도저도아닌 게임이 되어버린 점)..때문에 주사위는 6개 만저에 3개만 줍니다.
    • Lv.1 다다륜
    • 2005-04-19 16:31:34

    아주 괜찮습니다. 대를 이어간다는 참신성도 돋보이구요. 컴포넌트의 질은 최고입니다. 게임도 눈치보기가 장난 아니죠. 다양한 액션이 더욱 게임을 즐겁게 해주는 것 같네요.
    • 2005-05-23 19:13:52

    이거 너무어려워요~ 뭐랄까... 전략을 세우는데 필요한 상황판단을 방해하는 인터페이스가 문제라고나 할까... '프린스 오브 르네상스' 처음 할 때의 느낌이랄까... 상당히 참신한 시스템과 테마가 좋은 점수를 주게 만들지만 인터페이스의 불편함과 너무 많은 요소의 개입으로 인한 전략성의 부재는 점수를 깎아먹게 만들죠. 쓰고보니 너무 코른님이나 가이오트님하고 똑같은 소리만 하게 되네요... ^^ 주사위가 있었다면... 3개 정도일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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