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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티 > 콘텐츠 지구를 지켜라! <팬데믹 레거시> 시리즈 (스포일러 거의 없음)
  • 2023-05-05 08:5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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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GM]신나요


※ 별도 출처 명시가 없는 한 이미지 출처는 보드게임긱입니다.
※ 내용에서 가능한 한 스포일러가 될 만한 요소는 배제하였습니다. 다만 게임의 시스템이나 특징적인 요소까지 스포일러가 된다고 생각하신다면 이 글을 읽지 않는 것을 권장합니다.
 


<팬데믹 레거시>는 시리즈 전체를 다 손꼽을 정도로 재미있게 즐겼습니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다들 이상하게 보실 거 같은데요. 저는 같이 하는 사람을 바꿔가며 시즌 1을 4번, 시즌 2를 2번, 시즌 0를 2번 클리어했습니다. 스포일러성이 강한 게임을 어째서 여러 번 즐기느냐고 의아해 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전 그저 <팬데믹 레거시>가 게임 그 자체로 재미있을 따름입니다. 물론 제아무리 내용을 다 알게 되었다 해도 반 년쯤 지나면 절반 정도는 기억이 안 나기도 하고요. ㅎㅎ

전체 사이클을 처음 한 번 끝냈을 때의 기억으로는 시즌1>시즌0>시즌2 순으로 평가를 했는데요. 시즌 2와 시즌0를 각각 두 번째로 플레이해 본 지금은 시즌0>시즌2>시즌1 정도로 평가하겠습니다. 시즌 1이 가장 별로라기 보다는, 시즌 2에 대한 평가를 대폭 상향시킨 쪽입니다. 
 



팬데믹 레거시는 시리즈별로 게임판 위의 상황과 규칙, 조건, 목표 등이 매월 변해가며 진행되는 게임입니다. 1월부터 12월까지 월당 1게임씩 12게임이 있고, 매 게임은 첫 도전에서 실패하면 재도전이 가능하며 이 재도전에까지 실패하면 실패를 기록한 채로 다음 달로 넘어갑니다. 12월까지 성공 실패 횟수는 게임 엔딩 분기를 결정짓는 점수에 크게 영향을 줍니다. 실패가 누적될수록 세계가 앓아야 하는 후유증이 깊어진다고 보면 됩니다. 그러나 실패로 인해 게임에서 중도 탈락하지 않으며, 실패에 대해서는 이후에 성공 확률이 올라가게끔 보정 장치도 마련되어 있습니다.

같은 게임을 끊임없이 새롭게 플레이하게 해 준다는 점, 그래서 신선하면서도 말도 안 되는 고난이도로 느껴지는 상황과 규칙이 나올 때마다 한숨을 쉬면서도 극복해 나가는 과정이 훌륭합니다. 자신의 캐릭터 커스터마이징에도 신경을 쓰게 되다 보니 캐릭터에 대한 애착도 잘 형성되고요.
 
이미지 출처: 다이브다이스 쇼핑몰 상품페이지.


시즌 1은 기본 틀을 만든 시리즈이죠. 다들 알고 있는 <팬데믹> 기본 규칙을 거의 그대로 따라가면서 하나둘씩 변주를 가하기 때문에, <팬데믹>을 해본 사람이 시작하기로는 시즌 1이 제일 좋습니다. 전개되는 이야기는 엄청 참신한 건 아니지만, <아컴호러 카드게임>이 나오기 전 보드게이머들의 뒷통수를 가장 얼얼하게 후렸던 뛰어난 내러티브 반전은 지금도 유효합니다. 아직 안 해보셨다면 사실상 시즌 1은 보드게임의 다양한 경험을 추구하는 분에게는 전공 필수라고 과감하게 말씀드립니다. 2017년부터 지금까지 긱순위 3위 아래로 내려온 적 없는 명불허전 걸작이기도 하니까요.

 
이미지 출처: 다이브다이스 쇼핑몰 상품페이지.


시즌 2를 먼저 즐길 수는 있지만, 시즌 1에 비해 분위기가 심각하게 어두워졌고 제약도 많아졌습니다. 그렇게 어두운 미래상의 맥락을 이해하려면 시즌 1을 먼저 즐기는 것이 아무래도 좋습니다. 시즌 2 최대의 매력은 바로 탐사입니다. 매달의 게임에 있어 변주는 시즌 1보다 적은 느낌이지만, 새로움을 전해주는 상당 부분이 탐사에 있습니다. 확장과 발견 덕분에 시즌 1과는 상당히 색다른 느낌으로 즐길 수 있고, 굉장히 풍부한 배경 이야기들이 깔려 있죠. 달이 지날수록 상황은 점점 더 악화되어 가겠지만 탐사를 늦추지 마세요. 시즌 2에서 탐사를 많이 할수록 시즌 0까지 재미있어지니까요. 시즌 2의 마지막 시나리오는 시즌을 통틀어 가장 비장함이 느껴집니다.

 
이미지 출처: 다이브다이스 쇼핑몰 상품페이지.


시리즈를 마감하는 시즌 0에서는 다시 시즌 1, 즉 기본 팬데믹을 닮은 형태로 돌아옵니다. 그러나 흘러가는 매커니즘에서 여러 부분에 흥미진진한 변주를 넣었습니다. 이전 시즌과는 달리 주요 매커니즘에 추론 방식을 많이 포함함으로 인해 냉전 시대를 배경으로 한 탐색과 추격의 느낌을 상당히 잘 살렸고요. 키우던 캐릭터 하나만 고정으로 사용하게 되던 이전 시리즈보다 부캐를 좀 더 활용하게 합니다. 그리고 매달의 목표 하나하나마다 달성 또는 실패에 따르는 내러티브를 넣어 주어서, 매 순간 상황에 극적인 몰입감을 극대화해 줍니다. 고유한 매커니즘 때문에 플레이어 카드 더미가 다 떨어질 때까지 플레이하게 되는 경우가 자주 생기며, 일촉즉발의 긴장감도 무척 길게 이어집니다.

 
보드게임긱에는 게임을 완전히 다 끝낸 뒤 파괴하거나 액자 등으로 장식을 만든 사람들의 사진이 꽤 많이 올라옵니다. 바이러스 테마 때문인지 불태우시는 분들이 제법 되네요 ㅎㅎ

개인적으로 시즌 0를 사랑하는 가장 큰 이유는 엔딩에 있습니다. 시리즈의 대미를 장식한다는 차원에 충실하게도, <팬데믹> 기본판부터 시리즈를 애정해 왔고 <팬데믹 레거시> 시즌을 순서대로 잘 거쳐온 사람들의 마음에 깊이 남을 서사를 들려주기 때문입니다. 

저는 언제든 여건만 된다면, 이 시리즈를 아직 즐기지 못한 지인들과 함께 시즌을 끝까지 달릴 수 있습니다. 그 누구와 함께하더라도 그들이 예상 못한 전개에 넋이 나가거나 감탄하는 모습을 보는 기쁨이 있거든요. 그런 모습들을 보면 제가 이 시리즈를 달리면서 느꼈던 그 절망과 희열의 순간들이 고스란히 되살아납니다. 제가 보드게임을 가장 애정하는 지점이 함께하는 사람들과 강한 유대감을 갖는 것인데, 그런 순간이 매번 기대 이상으로 펼쳐지기에, 사랑하지 않을 수가 없는 게임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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