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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티 > 리뷰 및 후기 어보브 앤 빌로우 - 리뷰
  • 2016-01-29 07: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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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445



 
발매년도 : 2015
인원 : 2-4
난이도: 5/10
언어 의존도: 10/10  (한글화 자료가 있습니다)
플레이타임: 90분 - 1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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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드게임은 요리와 비슷합니다. 게임마다 맛은 천차만별이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다른데서 보았던 친숙한 재료(시스템)로 구성되어 있죠. 그런데 어떤 요리에도 잘 어울리는 만능 재료가 있는가 하면, 어떤 요리에도 좀처럼 어울리지 못하는 재료도 있습니다. 바로 스토리텔링이죠.
스토리텔링이란건 크게 세가지로 나누어집니다. 함께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스토리 텔링(TRPG, 옛날옛적에), 특정 플롯을 함께 진행해가는 스토리텔링(마이스 앤 미스틱, D&D 아샤달론의 분노), 그리고 이야기 속에서 결정을 내리는 "Choose your adventure" 스타일의 스토리 텔링(천일야화나 스메르쉬의 요원들, 셜록홈즈: 컨설팅 디텍티브)이죠. 어느 쪽이든지 스토리 텔링은 전반적으로 워낙 개성이 강하고 호불호가 뚜렷하여 다른 시스템과 섞이기 힘듭니다. 특히 "Choose your adventure" 카테고리에 속하는 게임은 더욱 찾기 힘들죠.
 
시간이 흐르며 다른 장르들은 서로 뒤섞이며 진화를 해왔지만 스토리텔링만큼은 홀로 갈라파고스화 되어갔습니다. 그러던 중 킥스타터에 충격적인 장르의 게임이 등장합니다. 바로 일꾼놓기와 스토리텔링을 절묘하게 섞은 어보브 앤 빌로우였죠. 스토리텔링을 사랑하는 게이머들과 일꾼놓기를 사랑하는 게이머들의 기대치는 하늘을 찔렀고, 별 탈없이 약 1년의 기다림 끝에 결국 무사히 발매 됩니다. 원래 전략게임은 최소 5~8번, 파티게임은 3~5번 정도 해보고 충분히 이해를 한 다음에 감상을 씁니다만 어보브 앤 빌로우는 한번 해보고도 어떤 느낌을 받았는지 확실히 이해했기에 이번만 1회플 리뷰를 쓰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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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방법
 
 
Zooey님께서 워낙 상세하고 재밌게 잘 쓰셔서 제가 쓸 내용이 없습니다... 1부 & 2부로 나뉘어 있으니 한번 읽어보셔요. 적절한 짤방과 사진으로 아주 재밌게 읽힙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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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
 
 
 

 
 
 
돌직구를 날리자면 어보브 앤 빌로우는 제 기대를 완벽하게 충족해주진 못했습니다. 세가지로 나누어 조목조목 이야기 해볼까요.
 
 
1. 킥스타트 뉴스를 듣고난 첫인상
2. 무엇에 만족하였는가
3. 무엇에 실망하였는가
 
 
 
 
 
 
 
 
1. 킥스타트 뉴스를 듣고난 첫인상
 
 
처음 어보브 앤 빌로우의 아이디어를 접했을 때 가장 먼저 우려했던 것은 "전략"와 "운"의 나쁜 상성이었습니다. 일꾼놓기 시스템이 인기가 높은 이유는 모든 정보가 공개이며, 직관적이고, 운에 의지하지 않는 높은 전략성 때문이죠. 그런데 여기에 "Choose your adventure" 라는 스토리텔링의 운이 개입되면... 운은 전략을 망치고 전략은 이야기 운의 재미를 망치는 극단적인 상황이 나오리라 상상했습니다. 메인 장르가 두 개나 섞여 있어서 일꾼놓기 팬들에게 / 스토리텔링 팬들에게 각각 부담을 주지 않을까 생각했죠.
 
 
요리로 치면...
 
 
바지락칼국수를 시켰는데 그 안에 돈코츠 라멘처럼 커다란 돼지고기가...
안심 스테이크 정식을 시켰더니 청국장이 함께...
양념치킨을 시켰는데 시원한 냉면이 함께...
 
 
이런 느낌이겠군요.  따로 보면 분명 맛있는데 같이 묶어보니 영 궁합이 맞지 않는 그런 께름칙함이요.
 
 
 
 
 
 
 
 
 
 
2. 무엇에 만족하였는가
 
 
 
그런데 생각보다  일꾼놓기와 스토리텔링이 아주 조화롭게 이루어져 있었죠.  스토리텔링이 싫다면 꼭 하지 않아도 되게끔  스토리텔링 부분을 하나의 액션으로 묶은 것도 아주 좋았습니다. 탐험에 승부를 거는 도박이 싫다면, 반드시 하지 않아도 게임에서 크게 불리하진 않습니다. 하지만 성공적으로 이야기를 마치면 지하건물을 지을 수 있기 때문에 게임 내내 최소 한 두번쯤은 모험을 떠나도록 디자인 한 것도 아주 좋았어요. 탐험을 좋아하는 이들을 위해 주민 희생하기 / 주사위 재굴림 같은 특수카드를 준비해둔 것도 좋습니다. 
 
이야기의 전체적인 톤도 괜찮았고 일꾼놓기 시스템 부분도 잘 짜여져 있습니다. 배우는 난이도도 높지 않구요. 일꾼놓기의 무거움과 스토리텔링의 가벼움이 잘 섞여서, 너무 승부에 부담을 느끼지 않고 즐겁게 할 수 있는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어낸 것도 훌륭합니다. 일꾼놓기 + 스토리텔링이라는 파격적인 도전을 한 것치곤 생각보다 아주 섬세하게 잘 만들었네요. 첫시도치곤 전반적으로 꽤 만족합니다.



 
 
 
3. 무엇에 실망하였는가
 
 
자, 그런데 가장 매력적이어야 할 스토리텔링이 게임의 퀄리티를 떨어뜨리는 주범이 되었습니다. 크게 3가지 때문에 상당한 실망을 겪게 되는데... 부분은 제가 지난 후기에 썼던 내용을 다시 발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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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권선징악
 
천일야화 리뷰에선 언급하지 않았던 점입니다만... 천일야화의 특징 중 하나는 희박한 권선징악의 개념입니다.  불쌍한 여자를 도와줬더니 강도질을 당해서 거지가 되거나, 친구를 도와주려하다 실수로 죽여버리고 현상범이 될 수도 있죠.  용의 알을 되돌려 주려 했는데 오해를 받고 감옥에 가거나, 잘생긴 미모를 얻고 행복해 하는데 지나가는 깡패들에게 두들겨 맞고 못생김(...)을 얻기도 하죠.  한치의 앞도 예상하기 힘든 것이 천일야화 입니다. (물론 위 사례는 모두 즉석에서 생각해낸 예제입니다. 스포일러가 아닙니다.) 
 
그런데 어보브 앤 빌로우에선 대체로 착한 일을 하면 보상과 더불어 좋은 평판을 받고 나쁜 일을 하면 보상과 함께 나쁜 평판을 얻습니다.  이렇게 권선징악이 뚜렷하면 행동에 따른 스토리를 예측할 수 있으니 이야기에 대한 몰입도가 떨어질 수 밖에 없죠. 일부 재미난 이야긴 있었습니다만, 전반적으로 상상을 초월하는 이야기들이 더욱 많았으면 어땠을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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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기승전...
 
이야기들이 전체적으로 기승전결의 "결" 부분이 빠져있습니다.  예를 들면 이런식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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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동굴 속을 걷다보니 돼지의 얼굴을 가진 괴물이 나타났다.
 (어쩌구저쩌구....)  도망갈텐가 싸울 텐가?
 
 싸운다 - 탐험 5 (물고기, 광석, 평판 +2)
 도망친다 - 탐험 3 (버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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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워서 이겼다고 칩시다. 그럼 물고기, 광석, 평판 +2 를 얻겠죠.  와 신난다~~~
 
 
 
 
 
 
 
 


 
 
 
 
그런데 물고기와 광석은 어디에서 나온거야????   왜 그걸 얻은거야????
 
 
 
어보브 앤 빌로우에선 이 설명 부분이 너무나 빈약합니다. 최소한 짤막한 스토리와 함께 판정의 결과가 있었다면 어땠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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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게 처치한 괴물의 주머니를 뒤져보니 먹다 남은 물고기와 푸른 빛을 발하는 광석을 발견했습니다. 지상으로 돌아와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나서야 아무도 발견한 적이 없는 새로운 광물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 광물을 비싸게 판다면 마을의 재건축에 큰 도움이 되겠네요. 그날 밤 당신의 발견을 축하하기 위한 잔치가 열렸습니다. (물고기, 광석, 평판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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훨씬 납득이 가지 않나요?
 
 
 
전 처음에 한글화 번역이 빠진건 줄 알았어요.  직접 보진 못했지만 실제 책에도 없는 것 같습니다. 아무리 짧은 이야기라도 기승전결 및 납득할만한 보상이 있는 천일야화에 비하면 이런 소소한 디테일이 제법 아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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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이야기의 수
 
 
정확한 갯수는 알 수 없지만... 어보브 앤 빌로우는 약 250~300가지의 이야기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천일야화요? 약 2,200개요.  음... 이건 어보브앤 빌로우의 단점이라기보단 천일야화가 압도적으로 뛰어나다고 봐야겠네요. 
*예전 댓글에 한 게임당 체험할 수 있는 이야기 수가 한정 되어 있어 "이 정도면 충분히 많다"는 의견이 있던걸로 기억하는데... 물론 저도 이야기가 300여개면 충분하긴 하다고 생각하지만... 이야기 종류보단 차라리 좀 더 다양한 분기점을 만들었다면 어땠을까 싶어요. 스토리 텔링의 몰입도/테마/난이도 같은건 사람에 따라 천차만별이라 객관적인 장점이 아닙니다. 그래서 이렇게 호불호가 갈리는 스토리텔링이 유일하게 내세울 수 있는 객관적인 장점은 컨텐츠 분량 밖에 없거든요. 아쉬운건 사실이네요.
 
 


 
애착을 가지고 킥스타팅을 했던만큼 이래저래 아쉬움이 남지만, 이야기를 어떻게 고치냐에 따라 발전 가능성도 많이 보이는 작품인것 같습니다.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Zooey 님의 자료를 조금 고쳐서 각 이야기의 보상에 따라 기승전결을 다듬고 뻔한 권선징악보단 예상할 수 없는 모험 이야기로 더욱 다채롭게 꾸미는 작업을 해보고 싶네요. 그럼 친구들/어린이들하고 함께 할 수 있는 아주 훌륭한 게임이 될 것 같습니다. 
 
한층 더 풍부해진 이야기를 가지고, 아동센터에서 아이들과 재미난 시간을 보내는 시간이 벌써부터 기대되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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