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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티 > 리뷰 및 후기 [리뷰어]문명-PC 게임의 기념비적 이식
  • 2014-06-15 13:34:14

  • 0

  • 3,664

Lv.1 메모선장

한글판으로 정식 출시되어 화제가 되기도 했던 2010년작 문명. 디자이너는 케빈 윌슨으로, 아컴 호러, 코스믹 인카운터, 디센트, 엘더사인, 둠, 워크래프트 등을 디자인했습니다. 대체로 테마가 뚜렷하고 룰이 쉽지만은 않은 대형급 게임을 많이 만드신 분이군요. 

최강의 타임머신이라고 불리던 PC판 못지 않게 묵직하고 방대한 컴포넌트를 자랑하며, 룰도 만만하지는 않았습니다. 세팅과 설명에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리더군요. 어지간한 중대형급 게임 중에서도 상당히 오래 걸린 편입니다. 

문명1.jpg

(초라한 시작. 국가는 이집트, 러시아, 미국 3국이었다. )


문명2.jpg

(FFG답게 방대한 컴포넌트. 자원 다이얼로 표시가 간편하고, 모듈러 보드를 채용하여 매번 맵이 변화한다. )


게임에서 승리하는데는 네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1. 기술 개발을 거듭해서 우주선을 먼저 쏘아올리는 기술 승리.
2. 문화 수치를 최대로 올리는 문화 승리.
3. 경제규모를 최대로 올리는 경제 승리.
4. 상대 수도를 파괴하는 군사 승리

게임을 한 번 해본 느낌으로는 기술 승리가 가장 쉽지 않은가 싶었습니다. 


게임은 수도 하나로 시작하며, 미탐험 영역으로 개척자를 이동시켜 새로운 도시를 두 개까지 만들 수 있습니다. 그리고 각 도시에서는 인접한 8칸에 있는 자원을 매턴 수확하는데, 주요 자원은 전략 게임에서 흔히 등장하는 벽돌, 철광석 등이 아니라 생산량과 교역량이라는 점이 흥미로웠습니다.

생산량은 도시마다 각각 계산하며 누적되지 않는 자원으로, 얼마나 비싼 건물이나 군사를 살 수 있는가를 결정합니다.
교역량은 모든 도시의 수치를 합산하며 누적되는 자원으로, 기술 개발에 사용하게 되는데 이것은 한 번 사용하면 전량을 소진합니다. 그 밖에도 밀이나 철 같은 자원이 있긴 합니다만, 이것들은 대체로 기술 카드의 부가적 효과를 이용할 때 사용합니다.


라운드는 몇 가지 단계로 구성되어 있으며, 플레이어들은 돌아가면서 각 단계를 동시에 진행하는데, 여기에는 

시작: 새로운 도시를 건설합니다.
교역: 도시 외곽에서 트레이드 아이콘을 수집하고 플레이어간에 자원, 카드 등을 거래합니다. 
도시 경영: 각 도시에서 건물을 짓거나, 자원을 수확하거나, 유닛을 만들거나, 문화를 발전시킵니다. 
이동: 맵에서 말을 이동시키고 탐험합니다. 
개발: 새로운 기술을 개발합니다.

이렇게 다섯 가지가 있습니다. 

중요하지 않은 단계가 없긴 합니다만, 도시 경영 단계에 각 도시마다 다른 액션을 할 수 있는데다, 건설을 하면 반드시 도시 옆의 한 칸을 쓰기 때문에 아그리콜라에서 가족 늘리듯이 도시도 지킬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 빨리 확장하는 편이 좋은 듯 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도시를 확장해서 교역량을 늘리고 빠르게 기술개발을 하든지, 도시 하나 정도는 문화량을 늘려 지속적으로 문화트랙을 올리는 것이 가장 무난한 왕도로 보였습니다.  하지만 어떤 승리를 노리더라도 어느 정도의 교역량은 필요하기 때문에 교역량을 무시한 올인은 패망의 지름길인 듯 합니다(이 날 제가 그렇게 실패했습니다).



문명3.jpg
(발전하는 도시와 문명. 그러다 언젠가는 충돌하기 마련이다.)

이날의 게임은 교역량에 올인한 미국이 우주선을 쏘아올려 끝나고 말았는데, 초반에 생산량에 올인한 이집트가 공중정원을 비롯하여 많은 불가사의를 짓고 직접적인 무력 행사에 나서지 않은 것이 문제였습니다.  예상보다 전쟁이 게임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더군요.


게임을 해보니 문명의 결정적인 단점이 보였는데, 그것은 바로 승점제가 전혀 없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한 명이 승리할 뿐이지 2위가 없습니다. 그래서 1위가 어느 정도 이상으로 차를 내어 성장하면 다른 플레이어는 후반부에 다소 맥이 빠지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저의 경우는 생산량에 집중하는 바람에 기술 개발이 늦어 많은 병력을 갖추고도 제대로 싸울 수 없었고, 나중에는 탱크와 기병이 싸우는 진풍경이 벌어지기까지 했습니다. 결국, 후반에 할 일이 없어지더군요.  그리고 이런 방식에서 흔히 볼 수 있듯이, 승자가 사실상 확정되자 별 의미도 없는 '세기말 대전쟁'이 일어나기도 했습니다. '어차피 끝나가는데 신명나게 싸워나 보자!' 하고 닥치는 대로 싸우는 것이죠. 누구 하나가 눈에 보이는 목적을 달성해서 이기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종료 조건이 달성되었을 때 승점을 비교하는 방식이면 끝까지 긴장감의 끈을 놓치지 않을 수 있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그리고  FFG에서 은근히 자주 볼 수 있듯이 전투 시스템에 또 보병>기병>궁병>보병의 가위바위보가 적용되어 있었습니다. 병력을 구매하면 그것은 자신의 덱이 되고, 서로 다른 문화의 말과 말이 부딪히면 각각 덱에서 3장(말이 더 많으면 그 이상)의 카드를 뽑아 방어측부터 번갈아가면서 내려놓아 서로 전투력만큼의 데미지를 입히게 되는데, 이때 가위바위보에서 우선순위에 있으면 먼저 데미지를 입히고 그렇게 상대를 파괴할 경우 데미지를 입지 않습니다. 이러한 방식으로 양쪽이 모두 카드를 사용한 뒤 전투력이 더 많이 남아있는 쪽이 승리하는 것이죠. 말마다 병과가 나뉘는 것이 아니라 병력 덱을 만든다는 점이 참신하기도 하고 게임을 간단하게 만드는데는 도움이 되었습니다만, 가위바위보 시스템이라는 게 직관적이긴 해도 개인적으로 세련된 시스템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병과를 근거리, 장거리, 속도 형 셋으로 딱 자르는 것은 그리 현실적이지 않죠. 간단하게 만들 거라면 리스크처럼 간략화하거나, 아니면 기왕하는 거 좀 더 상성이나 효과를 재미나게 활용할 수 있었으면 싶었습니다. 



문명6.jpg
(세기말이 되자 별 의미 없는 세계대전이 벌어졌다.)


이런 단점이 몇 가지 있긴 합니다만, 문명이 PC게임 문명을 상당히 성공적인 형태로 컨버전한 것은 사실입니다. 매 번 달라지는 맵을 분석해서 적절한 위치에 도시를 짓고 자원을 수집하여 발전하며, 이를 통해 새로운 건물과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고, 정치 체제까지 바꾸어가며 네 가지 중 하나의 목적을 향해 달려가는 재미는 고급자를 겨냥한 전략 게임으로 아주 훌륭했습니다. 이만큼 풍부한 스케일로 다양한 문명과 수많은 기술, 건물, 정치, 불가사의 등을 조합해가며 다른 플레이어들과 치밀하게 상호작용하는 재미는 쉽게 찾을 수 없는 것이죠. 익히기가 상당히 난해하고 초보와 고수의 격차가 적지 않게 나긴 하지만, 본격적인 문명 게임을 즐기는 보드게이머라면 권할만한 수작입니다. 


(제 블로그의 후기를 일부 수정한 리뷰입니다. http://tirips.egloos.com/55235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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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2014-06-16 11:01:50

    확실히 어려워보여요 ㄷㄷ
    • Lv.1 쵸리
    • 2014-06-17 09:48:26

    어쩌다보니 문명을 제가 2~3 개 정도 가지고 있는데 아직 못 해봤어요 꼭 해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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