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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티 > 리뷰 및 후기 2009 Essen Report #3br 오늘은 던젼 로드 이야기를
  • 2009-11-11 16: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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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Divedice

2009 Essen Report #3
던젼 로드

주말 잘 보내셨나요? 에센 특파원 가이오트입니다.

에센 박람회의 주역은 해마다 바뀌고 있습니다. 2005년 2006년 즈음에는 케일러스, 이스파한, 마케리노스 등 나오는 게임마다 센세이션을 일으킨 이스타리가 주역이었겠고, 2007년에는 아그리콜라의 룩아웃과 쿠바, 함부르굼의 이거트가 주역이었다고 할 수 있겠죠. 2008년은 독일 게임의 영문판 배급자였던 리오그란데가 오리지널 게임 도미니언으로 세계를 놀라게했고, 2009년에도 작은 회사 작품들이 좋은 반응을 얻고 있습니다. 그럼 라벤스부르거나 코스모스 같은 큰 회사들은 정녕 노는 것일까요?

하지만 큰 회사 부스 풍경은 이렇습니다. 항상 라벤스부르거, 코스모스, 슈미트 쪽이 사람은 가장 많더군요. 특히 이쪽에는 바닥에 앉아서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인지도가 바로 깡패이죠. 게다가 이들 큰 회사 제품은 독일 내에서는 백화점 같은 곳에서도 쉽게 구할 수 있는 반면 다른 작은 회사 게임들은 게임이나 취미용품을 전문으로 하는 작은 가게를 찾아야 구할 수 있습니다. 결국 판매량에서도 큰 회사 제품들이 독보적이겠죠.

여기는 백화점, 실은 매장 내 사진 촬영은 금지되어 있습니다만 여러분들을 위해 어글리 코리안이 되었습니다. 라벤스부르거, 코스모스, 해즈브로 등 큰 회사 제품의 비중이 얼마나 큰 지 바로 알 수 있죠? 레고가 보드게임 쪽으로 나선 것은 오래 된 일이 아니지만 레고 게임이 제법 자리를 잡고 있네요. 많은 분들의 오해와는 달리 독일에서도 게이머즈 게임을 찾아서 구입하는 유저층은 어쩔 수 없이 소수입니다. 단 그 소수가 다른 나라에 비하면 상당히 많고 오프라인 취미용품 전문점도 훨씬 많죠.

하지만 에센 박람회는 어디까지나 열광적인 게임쟁이들이 중심이 되는 행사이고, 여러분이 원하는 정보 역시 열광적인 게임쟁이들에게 도움이 될 정보겠죠. 그러니 이 얘기는 그만하고 던젼로드 이야기로 넘어가 볼까요? 던젼 로드는 행사 셋째 날쯤 깔끔하게 매진되어버렸는데 세째날 쯤 되니 던젼로드의 매진에 대해 아쉬워하거나 던젼로드 구입자를 보고 부러워하는 사람들이 생겨났습니다.

던젼로드는 던젼의 주인이 되어서 넓은 던젼을 만드는 한편 침입해오는 나쁜 모험가들을 상대로 던젼을 지켜내야 하는 게임입니다. 판타지 RPG에 자주 나오는 선악 개념을 뒤집어놓은 듯한 독특한 설정은 사실 10년도 더 된 명작 PC게임 던젼키퍼에서 이미 본 것이라 개인적으로는 큰 감흥이 없지만 그래도 흥미진진한 소재인 것은 분명합니다.

게임은 모험가들을 막기 위한 준비와 함께 던젼 이곳 저곳을 보강하며 점수가 날 시설들을 늘리는 준비 부분과 실제로 모험가들과 전투를 벌이는 전투 부분으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준비 부분에서는 케일러스, 대지의 기둥, 아그리콜라, 석기시대 등으로 요즘 절대적인 위력을 발휘하고 있는 돌아가며 일꾼 배치하는 게임 비슷하게 행동 칸에 하수인을 보내며 행동을 합니다. 조금 다른 점이라면 모든 플레이어가 미리 3명 하수인의 계획을 세운 뒤, 동시에 공개된다는 점 정도죠. 그리고 나면 정해진 턴 순서에 따라 각 하수인이 배치되는데, 같은 행동 칸에 여러 하수인이 들어갈 수 있고, 행동의 효율은 3번째로 들어간 플레이어에게 제일 좋지만 경우에 따라서 2번째로 들어간 플레이어가 유리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함정 카드를 구입하는 행동 칸의 경우 제일 먼저 들어간 하수인은 금 1을 내고 카드 1장 구입, 2번째로 들어간 하수인은 금을 내지 않고 카드 1장 무료 획득, 3번째로 들어간 하수인은 금2를 내고 2장 구입. 이런 식입니다. 행동 기회는 제약되어 있으니까 효율 좋은 3번째가 좋긴 한데, 자원 소모가 없는 2번째도 종종 괜찮죠. 그런데 내가 배치한 하수인이 특정 행동칸의 몇 번째에 배치될지 예측하기는 쉽지 않고 예상과 딱 맞아 떨어지면 꽤 희열을 느낄 수 있습니다. 어쨌든 기본적으로 행동 기회는 제약되어 있고, 최대한 많은 것을 갖추어야 한다는 점에서 여타 전략 게임과 큰 차이는 없습니다.

어쨌든 이런 과정을 거치며 내정을 닦다 보면 모험가들이 하나씩 나타나 침입을 예고하고, 던젼의 넓이에 비례해서 세금을 내거나, 보유하고 있는 몬스터들의 유지비를 내는 쏠쏠한 이벤트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또 강력한 몬스터를 보유하거나 마을에서 식량 강탈을 하거나 하는 몇몇 행동을 통해 플레이어의 악명이 높아지는데, 악명이 제일 높은 플레이어는 게임이 끝나고 약간의 보너스 점수를 얻긴 하지만 악명이 일정 수준 이상 높아지면 전방에서 싸움도 하고, 마법도 쓰고 함정도 제거하고, 회복도 하면서 플레이어를 괴롭히는 최강의 모험가 팔라딘의 공격 목표가 됩니다. 또 매 라운드 끝나고 모험가가 1명씩 각 플레이어의 던젼으로 가는데 여기서도 제일 강한 모험가는 악명 높은 플레이어를 찾아갑니다.

그리고 나면 전투가 시작되는데 전투 부분은 인터 액션 없이 각자 처리하게 되며 어찌 보면 던젼의 완성도를 평가하는 심사 같은 느낌입니다. 전투의 순서를 간단히 살펴보면, 먼저 모험가를 유인할 방을 정하고, 함정 사용으로 모험가 파티에게 데미지를 입힌 뒤, 몬스터가 출격하여 모험가 파티를 한번 더 때려 데미지를 입힙니다. 그리고 나면 마법 공개, 마법은 보통 몬스터의 공격이 끝난 뒤에 발동되지만 일부 마법은 공개되자마자 바로 사용되기도 합니다. 몬스터는 1번 사용하면 이번 파티와의 전투에서는 다시 쓸 수 없습니다. 모험가들에게 1대 때리는 것이 몬스터의 존재 이유입니다. 그리고 나면 모험가 파티의 마법이 발동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제일 앞 열의 모험가가 약간의 데미지를 입고 전투가 벌어진 장소를 헐어버립니다. 이 과정을 4번 반복하면 전투가 끝납니다. 아무 데도 안 헐리고 모험가 파티를 모두 잡는 것이 가장 완벽한 승리, 4곳 다 헐리고 모험가 파티들이 돌아가는 것이 최악의 시나리오입니다.

모험가 파티의 모든 행동은 정해진 로직에 따르기 때문에 전투는 퍼즐에 가깝습니다. 도둑이 많은 파티라면 함정의 비중을 줄이는 것이 좋고, 마법사나 성직자가 있는 파티라면 원거리 공격이 가능한 몬스터를 준비해서 빨리 저격해 버리는 것이 좋습니다. 빌어먹을 전사들이 항상 최전선에 서니까요. 매 라운드 추가되는 모험가를 보고 대응 전략을 구상하며 던젼을 꾸며나가면 적을 막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겁니다. 문제는 던젼을 꾸미는 과정에서 다른 플레이어와 경쟁을 해야 하기 때문에 종종 이 퍼즐은 절대로 풀 수 없는 퍼즐이 되기도 합니다.

작가 블라다 크바틸의 이전 작품 갤럭시 트러커와 스페이스 얼럿을 보면 정해진 로직에 따라 날아올 위협에 대비하는 게임 전반부와 그 정해진 로직의 위협이 날아와 플레이어를 초토화 시키며 전반부 플레이의 완성도를 평가하는 게임 후반부로 나누어진 것이 특징인데 던젼 로드도 비슷한 구도의 게임이더군요. 여기에 플레이어들이 행동 선택으로 경쟁하며 자신의 영지를 만들어가는 구도(인기 있는 독일 전략게임에서 자주 볼 수 있는 구도죠)가 더해져서 꽤 즐거운 게임이 되었습니다.

3명의 하수인이 움직일 계획을 세우고, 하수인이 들어가는 순서에 따라 행동의 효율이 달라진다는 일꾼 배치 방법의 변형도 나름 기발하다고 생각합니다. 보통 돌아가며 일꾼 배치하는 게임이 각 칸에는 일꾼이 1명만 들어가는 방식으로 경쟁을 유도하는데 반해 이 게임은 같은 칸에 여러 명의 일꾼이 들어갈 수 있지만 눈치 잘 본 사람은 본 행동 때 좀 더 가져간다라는 개념을 추가해서 일꾼 놓기 게임의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실은 페어플레이 차트 1위의 바스코 다 가마도 이 게임과 비슷하게 같은 칸에 여러 일꾼이 놓일 수 있는 일꾼 놓기 게임입니다.

많은 잔규칙으로 완성도가 떨어져 보이기도 하지만 게임을 구성하는 원리는 이해하기 쉬우며 수많은 잔규칙 덕분에 게임의 테마 하나는 제대로 살아난 것이 특징입니다. 특히 게임 내용물 중 일부는 이후에 공개될 규칙을 위한 내용물이라는 점에서 잔룰 하나도 버리지 않고 오히려 더 추가하려 시도하는 나름의 장인정신이 느껴집니다. 독일의 게임 작가라면 잔가지를 최대한 쳐내는 쪽으로 작업을 할 텐데 이 분 스타일은 확실히 다르다는 생각이 드네요. 어쩌면 원래는 더 복잡한 게임이었는데 쳐낸 결과가 이것일지도 모르지요.

어이쿠 오늘은 무지 길었네요. 그럼 주말 되기 전에 다시 찾아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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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Lv.1 고동이
    • 2009-11-11 21:12:32

    아싸...1등...뻘쭘...
    • 2009-11-12 12:16:23

    오~ 리포트 재밌었어요!! 던전로드가 잔룰이 많았군요;; 전 엔데버가 무슨 게임인지 궁금..
    • 2009-11-12 19:00:31

    던전로드가 그 잔룰 때문에 진입에 장벽이 될 수 있을까요?...힐끗...
    와이프가 아그리콜라까지는 할 수 있는데 그 정도 수준이면 가능할지 궁금하군요...힐끗...
    그래서 다른 분들이 좀 매니악한 부분이 있다고 말한 것 같기도 하구요...힐끗...
    그나저나 마지막 사진이 눈에 많이 거슬리...힐끗...
    읽는데 집중 않...힐끗...
    • Lv.7 Equinox
    • 2009-11-13 12:06:14

    맛깔나는 후기 잘 읽고 있습니다. 저는 기간 내내 저렇게 헐벗은 처자를 거의 보지 못했는데, 특파원님께서는 잘도 찾아내셨군요. 역시 사람은 원하는 것만 볼 수 있는 건가 봅니다. 핫핫~

    독일의 가을 날씨가 늘 그렇듯이 기간 내내 좀 날씨가 쌀쌀해서 실제로 저렇게 헐벗고 다니기는 쉽지 않습니다. 아참!!! 판타지 코스튬 플레이를 하시는 분들은 좀 과감한 복장을 하고 계셨겠군요... ^^;
    • Lv.3 또지니
    • 2009-11-15 10:16:36

    던전로드 해 보니 확 끄는 느낌은 좀 약해도 매력적인 게임이긴 하더군요. 전체적으로 일꾼놓기 게임들이 복합적인 요소를 취하면서 조금씩 어렵고 전략짜기가 모호해지는 느낌입니다. 그로인해 골머리 아픈 거 더해지네요.ㅋㅋ
    • Lv.2 bbbbbbbbbbb
    • 2009-11-16 23:30:44

    이번 리뷰는 마무리가 아주 잘된글이네요...
    • 2009-11-20 03:43:25

    자꾸 게임말고 보너스 사진에 눈만...
    • 2009-12-16 21:48:03

    재미나게 잘 봤습니다~ㅎㅎ 아직 못 해본게 한이네요..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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