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맹세>는 <루트>와 어떻게 달라졌나 (클릭!) 3. 반복되는 제국의 흥망성쇠

 

게임에서 사용되는 카드 역시 매 게임마다 지속적으로 변화하면서 세대가 변화하는 것을 시스템적으로 느낄 수 있습니다.



<맹세>를 하다 보면 (게임 디자인에 있어 테마를 먼저 정하고 그 테마에 맞춰서 시스템을 디자인했다는 블라다 크바틸이 떠오를 정도로) 테마와 시스템이 인상적이게 결합되어 있다고 느낄 수 있습니다. 어째서 게임이 시작될 때부터 재상은 민중의 총애를 받지 못하고 추방자나 시민이 전복을 노리고 있는가부터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만들어집니다. 비밀을 공유하고 충성을 거래하는 세계, 주둔 군사가 늘어날수록 줄어드는 보급품 같은 큰 시스템은 물론 카드 한 장 한 장의 이미지와 기능 또한 감탄할 정도로 맞아 떨어집니다.

그런데 <맹세>는 지금까지 다른 게임에서 볼 수 없었던 독창적인 게임 정리 장치를 통해 이러한 이야기를 더욱 적극적으로 즐겨 보라고 권장합니다. 그것이 바로 이 게임에서 내세우는 연대기 시스템입니다.


 


<아그리콜라>를 두 번째로 플레이한다면, 각종 토큰 등을 첫 게임과 똑같은 위치로 되돌리고 게임판에 무작위로 배치하는 것들을 완전 무작위로 배치하여 첫 게임과 동일한 형태로 준비를 마칠 겁니다. 레거시라이크 게임이 아닌 모든 게임은 기본적으로 이런 방식을 취한다고 하겠습니다. 

<맹세> 역시 <아그리콜라>와 마찬가지로 한 번의 플레이 세션으로 온전히 완결되는 게임입니다. 여러 세션을 통해 이야기의 기승전결을 조금씩 풀어나가는 캠페인 게임은 아닙니다. 그러나 동시에, 한 세션의 결말을 계속해서 이어가고자 하는 이들에게 능동적으로 즐길 거리를 제공해 줍니다. 

 

<맹세>에서 내세우는 연대기 시스템이란, 새로운 게임을 시작할 때 게임 준비에 있어서 이 무작위적 요소 가운데 일부를 이전 게임의 마무리에서 차용해 오는 것입니다. 추방자가 새로운 미래상을 제시해서 승리한 경우, 다음 게임(즉 다음 제국)의 재상이 지켜야 하는 맹세는 그 미래상에 해당하는 맹세입니다. 카드에는 여섯 개 문양이 그려져 있는데(종족 정도 개념으로 보셔도 되겠습니다), 승자의 조언자 옆에 있던 문양의 카드가 다음 게임에 더 추가되고, 패자의 조언자 역할을 했던 카드들 중에 여섯 장이 제거됩니다. 추방자 중 일부는 시민으로 들어올 수도 있고, 추방된 채로 삶을 이어가야 할 수도 있습니다. 

   

이전 게임에서 승리를 목전에 두고 안타깝게 패배를 했기 때문에, 혹은 1 대 다수의 압도적인 불리함 속에 뼈아픈 고배를 마셨나요? 그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한 새로운 재상을 향해 다시 도전장을 내밀고 권력 재탈환을 노리세요. 재상다운 강력한 권위와 뛰어난 정치 싸움으로 권력 찬탈을 노리던 이들을 제지하고 제국을 유지하는 데에 성공했나요? 시대의 흐름 속에서 새로운 도전자는 언제나 나타날 테니, 얼마나 오랜 세월 권력을 유지할 수 있을지 도전해 보세요. 플레이어들이 마음을 먹는다면 이야기는 얼마든지 능동적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승리 조건은 물론 그에 따라 자신의 세력을 능동적으로 변경할 수 있는 점, 테마와 긴밀하게 맞닿은 요소들과 연대기 시스템까지. <맹세>는 다양한 보드게임 스타일이 잘 뒤섞인 데다 게임을 대하는 독특한 비전이 담겨 있어, 게임을 즐길 보드게이머뿐만 아니라 게임 디자이너를 꿈꾸는 이들에게도 추천하는 게임입니다. 작가인 콜 월리의 디자이너 다이어리도 읽어보면 게임을 이해하는 데에 있어서도, 게임 디자인의 방향성을 고민하는 데에도 많은 도움이 될 겁니다.

디자이너 다이어리를 읽어 보려면 제작사 레더게임즈 공식 홈페이지를 방문하면 됩니다. 첫 게시물을 보시려면 아래 주소를 클릭해서 1번 글을 읽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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