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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티 > 리뷰 및 후기 가운데땅 여정 후기
  • 2023-01-16 21:24:22

  •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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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v.1 라즈베리퐁당

보드게임이라고는 스플렌더랑 다빈치코드 정도밖에 안해봤던 보드게임 뉴비 입니다.

평소에 하던 PC게임에 질려가면서 새로운 RPG 찾던 중에 우연히 던전&드래곤이 떠올라서 그렇게 하드코어한거 말고 가벼운 RPG 보드게임 없을까? 하고 찾아봤는데 다들 글룸헤이븐 강추하시더라구요. 그런데 글룸헤이븐은 어마어마한 분량이랑 가격은 둘째치고, 레거시적인 요소가 있다는게 저 같은 입문자한테는 너무 버거웠고, 사자의 턱이 입문하기 좋다고는 하지만 게다가 정기적으로 만나서 같이 할 수 있는 멤버가 있는 것도 아녔고, 친구들도 PC게이머다보니까 만난다고 해도 누군 나오고 누군 못 나오고 이럴때가 많은 멤버들이었습니다.

그래서 가능하면 매번 새롭게 플레이할 수 있는 게임을 원했는데, 그러던 중에 지인의 추천으로 알게된게 바로 가운데땅 여정 이었습니다.
어릴적부터 반지의 제왕 시리즈를 좋아하던 저로선 익숙한 테마이기도 하고, 캠페인을 여러번 다시 할 수도 있단 요소가 장점으로 다가왔습니다.

오리지널 캐릭터라던가 설정과 맞지 않는 요소들이 많다고는 하지만, 어차피 ip 가져다가 만든 게임이니까 그렇게까지 정사를 기대하지는 않았었어요. 마침 2주전에 친구가 월요일 연차를 내서 지지난 주말부터 자취방으로 놀러와서 드디어 플레이를 하게 됐습니다.
이 친구는 보드게임은 스플렌더조차 안해보고 반지의 제왕 본 적도 없고 판타지에 관심도 없던 친구.
저는 좀도둑 빌보를 골랐고, 친구는 그나마 들어본 캐릭터라고 사냥꾼 레골라스를 골랐습니다.

과연 한판이라도 재밌게 해줄려나, 걱정 반정도 갖고서 시작했는데 놀랍게도 친구가 오히려 몰입하면서 앱에서 나오는 지문들 하나씩 읽어보고 고민하고 신중하게 플레이하고, 1시간에 걸쳐서 챕터 하나 끝냈는데도 쉴 틈 없이 바로 다음 챕터 하자면서 즐겨줬습니다. 같이 하던 저도 주사위 굴리는 게 아니라 영웅마다 각자 다른 능력치 보정으로 성공을 보고, 내 고양을 써서 성공률을 높이고, 지문 읽고 이게 과연 힘쓰는 일인지 재치가 필요한 일인지 친구랑 고민해가면서 시도하고 막상 지혜가 필요한 일이었어서 이마 탁 치고, 어처구니없이 중간에 패배해서 둘다 얼빠지고, 다음 챕터는 가까스로 성공해서 하이파이브하고 그렇게 저녁 9시부터 새벽 6시까지 둘이서 미친듯이 달렸습니다. 막판에 둘다 너무 졸려서 이제 자야겠다하고 시간 봤다가 새벽 6시인거보고 둘다 어이없어서 웃었네요 ㅋㅋㅋ

12시쯤에 일어나자마자 친구가 밥먹자는 소리보다 ”반지의 제왕 이어서 하자“ 먼저 해서 웃었습니다.
마지막 챕터에서는 진짜 둘다 턴 하나하나 행동 하나하나 고민하면서 진행하고 필사적으로 달려서 마침내 승리했을 때는 진짜 환호성 지르면서 하이파이브를 했습니다.

에필로그 나레이션 들으면서 둘다 막 흥분 가라앉히질 못했는데, 28살 먹고 이렇게 남정네 둘이 어린애마냥 환호하고 그러는게 너무 웃겼습니다.
“그때 오르크가 ~~”
“너가 고블린들 가르기로 ~~~”
“하필 그게 힘이 필요해서 ~~”
무슨 무용담 늘여놓는 것마냥 플레이 하면서 있었던거 얘기하면서 어느새 “다음에는 무슨 영웅으로 해볼까?” “다음에는 무슨 루트로 가볼까?” 하면서 친구는 벌써 다음 플레이도 기대해줬습니다.

매번 PC방 가서 롤하고 그러던 것보다 훨씬 재밌었다고 해줘서 너무 고맙더라구요.
최대 5인까지 플레이 된다니까 사람 더 구해서 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이후에 확장판 관련해서도 찾아보다가 에리아도르의 악한이 아르노르의 뼈대에 등장하는 보스들의 전용 피규어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 곧장 구매를 하기도 했습니다. 같이 했던 친구에게도 보여주니까 더 할맛 나겠다면서 기대를 하더군요.







그리고 지난 주말에는 지난번에 같이 했던 친구 말고, 후배가 자취방에 놀러오게 되면서 같이 가운데땅 여정 하자고 영업을 했습니다.
이 친구도 마찬가지로 반지의 제왕 본 적도 없는 친구인데, 마찬가지로 레골라스를 골랐습니다. 레골라스가 뭔가 있나봅니다 ㅎㅎ
그렇게 아라곤 대장 + 레골라스 사냥꾼 듀오로 아르노르의 뼈대를 플레이 시작했습니다.

에리아도르의 악한을 구매한 뒤로 처음 플레이 해보는거였는데, 초반의 구성이 지난번 1회차 때랑 비슷하면서도 세세한 요소들이 달라서 너무 신선했습니다. 커다란 흐름은 같으면서도 맵 구성이 달라지기도 하고, 일부 이벤트들이 달라지니까 다회차 플레이하기 너무 좋다는 느낌이었습니다.

핵앤슬래시 게임마냥 생각없이 괴물들만 잡는게 아니라 제한된 시간 안에 한정된 행동으로 조사도 하고 지문을 읽고 이게 지혜를 필요로 할까 재치를 필요로 할까? 고민도 해보고 여기서 고양을 쓰면 뭔가를 얻을 수 있을 것 같은데? 싶어도 혹시 모를 사태를 대비해서 포기하기도 하고, 게임에 몰입하기가 너무 좋았습니다. 게다가 1회차 때와는 전혀 다른 양상으로 흘러가니까 "아~ 이거는 ㅇㅇ가 정답이지~" 같은 수를 쓸 수 없었네요 << 진짜 너무 만족스러운 요소

에리아도르의 악한을 추가하고서 굴고타르와 조우했을 때는 역시 일개 오르크 피규어가 아니라 전용 피규어를 쓰니까 우두머리랑 싸운다는 느낌이 확 받았습니다. 지난번 같이 했던 친구한테 실시간으로 보내니까 할 맛 나겠다 라면서 부러워하더라구요 ㅋㅋㅋ
그리고 인터넷에서 구경하던 중에 발견한 카드홀더가 생각보다 저렴해서 주문했었는데 실제로 써보니까 너무 편안했네요
나무로 만든 오거나이저 마냥 전용 플레이매트? 같이 간지나는 것도 있긴 하던데 뭐 싼맛에 나쁘지 않은 것 같아서 애용할 것 같습니다 ㅎㅎ아타린과의 조우에서는 일개 불한당 피규어에서 간지폭풍 기사 피규어로 나오니까 기분이 짜릿했습니다.

1회차 때는 고작 불한당?? 이라는 느낌으로 살짝 실망한 감도 없잖아 있고 가볍게 여겼다가 무슨 다크소울 장르 보스전 하는 것마냥 양상이 확 바뀌어서 친구도 저도 충격먹었던 기억이 나네요. 둘다 머릿속으로 갑자기 라틴어로 된 웅장한 오케스트라 브금 재생하면서 손에 땀흘리면서 했었습니다 ㅋㅋㅋ

이번에는 굴고타르든 아타르든 처음부터 보스답게 생긴 전용 피규어로 등장하니까 사뭇 다른 기분에 즐거움이 가득했습니다.
1회차 때는 유사 힐러역할을 해준 사냥꾼 + 음악가 레골라스랑 소드마스터 빙의한 좀도둑 + 길잡이 빌보로 치고 빠지며 싸웠다면, 이번 2회차 때는 대장 + 수호자 아라고른이랑 사냥꾼 + 길잡이 레골라스로 제가 거의 고기방패가 되서 사과 케이크 먹어가며 상처랑 공포 지우고 레골라스가 영혼까지 끌어모아서 딜을 넣어서 쓰러뜨릴 수 있었습니다. 최후의 저항 관련된 수호자 기술들 잔뜩 챙겨서 마지막 챕터를 플레이 했는데, 덕분에 이길 수 있던 것 같네요

1회차 때와는 전혀 다른 루트로 가게 되었는데, 커다란 스토리의 전개는 동일하면서도 우리의 선택이 이후 모험에 큰 영향 준다는 게 너무 좋았습니다. 그리고 1회차 때는 뒤늦게 알아차려서 놓쳤던 역할 조합이라던가 영웅 고유능력이라던가 소모품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던 것 같아요. 챕터 도중에 소모품 얻을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하나하나 다 성능이 좋은데 이걸 다음 모험부터 하나만 골라서 써야한다니! 라는 기분도 들고, 게다가 힘이 약하고 민첩이 높았던 레골라스가 절실하게 여길만한 소모품을 하필 내가 얻어서 모험 도중이라 건네주지도 못한다던가, 민첩이 낮은 아라고른이 시도를 해봤다가 민첩 테스트여서 이마를 탁 친다던가, 여러 웃픈 상황들이 섞여서 더 기억에 남게 만들어주는 것 같습니다.

혹시라도 협동 보드게임을 찾거나 한다면 가운데땅 여정 적극적으로 강추합니다!
아직 스플렌더, 다빈치코드, 가운데땅 여정 이정도밖에 안해본 뉴비지만 그런 뉴비가 이렇게 깊게 빠질 정도니까요 ㅎㅎ
게다가 반지의 제왕 자체에 관심도 없던 여자애가 쉬지도 않고 마지막 챕터까지 달리고 신나서 하이파이브도 하고 그럴 정도의 게임이라서 그다지 호불호가 갈리는 것 같지도 않아요.

다소 귀찮은 점이라면 맵 타일 배치라던가 정리하는거? 근데 이것도 앱에서 구름을 통해서 다음 맵이 어디로 전개될 지 대략적으로 보여줘서 맵의 크기를 어느 정도 가늠하게끔 해주기도 하구요. 게임 진행도 앱에서 진행시켜주다보니까 꼭 콘솔 게임을 책상 위에서 하는 것 같이 몰입되고 좋았습니다.

진짜 앞으로 몇년은 재밌게 즐길 수 있을 것만 같은 게임 입니다.
어릴 적에 인생최초의 게임으로 디아블로 2 접했을 때 마냥 이 게임의 사소한 요소 하나하나가 다 재미로 다가오고 다음 플레이 때는 무슨 영웅 해봐야지, 무슨 역할로 해봐야지, 기대하게 만들고 DLC 캠페인, 확장판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습니다. 아아 가운데땅 여정이라던가 스플렌더 대결도 산지 얼마 안되서 아껴야하는데 확장판 충동이 너무 옵니다 ㅎㅎ^^

언젠가 모임 같은데에 들어가게 된다면 가운데땅 여정 5인팟 꼭 해보고 싶네요,
긴글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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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반지의 제왕: 가운데땅 여정
    The Lord of the Rings: Journeys in Middle-Earth (2019)
  • 반지의 제왕: 가운데땅 여정 – 에리아도르의 악한
    The Lord of the Rings: Journeys in Middle-earth – Villains of Eriador Figure Pack (2019)
4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Lv.44 채소밭
    • 2023-01-17 01:46:40

    정말 흠뻑 빠져서 즐기신 것 같아 후기 보면서 같이 들뜨네요! 이런 모험류 게임들 잘 성공하고 하이파이브하고, 끝나고도 직접 겪은 것처럼 떠드는 것들 너무 공감합니다ㅋㅋㅋ 언젠가 이것도 꼭 해보고 싶어요!
    • Lv.1 라즈베리퐁당
    • 2023-01-17 19:37:58

    PC게임에서도 조차 느껴본 적 없는 재미입니다 ㅎㅎ
    꼭 한번 해보셨으면 좋겠네요~
    • Lv.52 상후니
    • 2023-01-17 12:17:42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사놓고 아직 못해봤는데 당장 꺼내서 1인플이라도 하고 싶을 정도로 재미있게 하신게 느껴지네요ㅋㅋㅋ
    • Lv.1 라즈베리퐁당
    • 2023-01-17 19:38:55

    어서 빨리 가운데땅으로 여정을 떠나보시지요!
    친구와 2인플을 경험 해보고 나니 1인플이 그 맛이 안납니다 ㅠㅠ
    그래서 요즘 모임 같은것도 찾아보는 중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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