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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티 > 리뷰 및 후기 통제의 통제 - 웨더 머신
  • 2023-09-07 19:5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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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v.37 수줍은오토마

0. 인류세

 

 인류세(人類世, Anthropocene)란 지난 1만 년 동안 지구의 기후가 매우 온화하고 안정적이었던 홀로세(Holocene)의 뒤를 잇는 새로운 지질연대 이름입니다. 이 용어는 구 소련의 지질학자 알렉세이 파블로프가 1922년 처음 사용했으나 서방학계에서는 상용되지 못하다가, 대기 오염과 오존층의 관계를 밝힌 공로로 노벨화학상을 받은 네덜란드의 대기 화학자 파울 크뤼천이 미국의 생태생물학자인 유진 스토머와 함께 인류세라는 새로운 지질시대의 명명을 제안하며 널리 퍼졌습니다. 
 인류세라는 새로운 이름은 곧 현대 사회에서 가장 심각하게 지구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존재가 바로 인류라는 점에 주목한 결과입니다. 실제로 1870년대 이후 지구 환경과 생태는 분명하게 눈에 띄는 강도와 규모로 달라지고 있습니다. 일부 비판자들과의 불필요한 논쟁을 피하기 위해 '지구온난화'라는 용어를  쓰지 않고 그보다 더 중립적인 '기후변화'라는 개념을 쓰더라도 이는 누구도 거부할 수 없는 가장 첨예한 문제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막대한 기후변화는 다름 아니라 호모 사피엔스라 부르는 우리 인류의 엄청난 힘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인류는 산을 깎고 바다를 메우는 것뿐 아니라 광범위한 건축과 건설로 지질학적으로도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무엇보다도 생태계에 돌이킬 수 없는 심각한 결과를 초래하고 있습니다. 이는 이제까지 지구상에 존재한 그 어떤 종도 가지지 못한 커다란 영향력입니다.

 

 

1-1. 시카고 운하

 

 시카고 운하를 파기 전에는 도시의 모든 오물이 시카고 강으로 흘러들었고, 시카고의 유일한 식수원인 미시간호로 흘러들었습니다. 이 때문에 장티푸스와 콜레라가 주기적으로 창궐했습니다.
 1854년의 여름 몇 달 사이에 인구 6%가 사망한 콜레라 역병을 계기로 1855년에 미국 최초로 조직적인 상하수도 시스템을 도입하여 운영하였습니다. 처음에는 오염되지 않은 물을 찾아 미시간 호수의 안쪽으로 점점 더 멀리 파이프를 연장하다가, 1860년대에 ‘The Crib’이라 불린 지름 50피트,높이 70피트의 8각형 건물을 미시간호수 2마일 안쪽의  40피트 물 속에 내려놓고 그 내부에 벽돌을 쌓아 19피트를 더 물 속으로 가라앉혀 해저에 안착시켜 미시간 호수 해저의 물을 10피트의 파이프로 시내로 끌어들였습니다. 엔지니어링의 쾌거로 불린 이 건축물 (Crib)은 지금도 소기의 역할을 거뜬히 담당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미시간 호수 안으로 더 멀리, 더 깊이 들어가 물을 끌어와도 인구와 함께 급증하는 오물의 양으로 인해 미시간 호수 오염의 근본 원인이 없어지지 않는 한, 그 효과는 임시방편일 수밖에 없습니다. 미시간 호수 오염의 근본 요인은 시카고 강의 흐름 방향이었습니다. 시카고 강은, 동쪽에서 서쪽으로 흘러 미시시피 강과 멕시코 만에 이르는 데스플레인 강과 일리노이 강과는 달리, 서쪽에서 동쪽으로 흘러 미시간 호수로 연결되고, 결국은 대서양으로 유입됩니다. 그래서 시카고에서는 일찍부터 시카고 강을 역류시키는 공사를 여러 번 시도하였는데, 매번 얼마간 성공하는 듯하다가 큰 장마라도 오면 모든 것이 헛수고가 되어 버렸습니다. 

 

 

시카고 위생 및 선박 운하 (사진 출처:광역 시카고 수도권 물 재생 지구 MWRD)

 

 

 

 드디어, 1889년에 일리노이 주정부는 일명 시카고 배수 운하의 건설을 추진했습니다. 시카고강 역류는 당대 최대의 공공사업이자 이른바 '자연통제'의 교과서적인 예였습니다. 운하를 파는데 7년이 걸렸고 완전히 새로운 장비들의 발명이 뒤따랐습니다. 이때 등장한 기술은 한데 묶어 '토목 기술의 시카고학파'로 불리게 되었습니다. 19세기말 계획되어 20세기 시작과 함께 개통된 운하는 강의 흐름을 거꾸로 돌려놓았습니다. 시카고강은 도시의 배설물을 미시간호에 쏟아내는 대신 고개를 돌려 데스플레인스강을 향했고, 일리노이강, 미시시피강을 거쳐 멕시코만으로 흘려보냈습니다. 이로써 미시간 호수의 오염은 서서히 낮아졌습니다.

 

 그러나 시카고강 역류는 세인트 루이스로 배설물을 내려보내기만 한 것이 아니라 미국 수문학의 약 3분의 2를 바꾸어 놓았습니다. 그것은 생태에 영향을 주었고, 생태의 변화는 재정에 영향을 주었으며, 이는 역류하는 강에 완전히 새롭게 또다시 개입할 수밖에 없도록 만들었습니다.
 미시시피강의 배수유역은 아마존강과 콩고강 유역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넓습니다. 오대호의 배수구역도 광대합니다. 북미 담수 공급의 80%를 담당합니다. 뚱뚱한 해마 모양의 오대호 수계는 세인트로렌스강을 경유해 대서양으로 흘러 들어갑니다.
 이 두 개의 거대한 배수유역은 서로 인접해 있지만 수생 생태계는 별개입니다. 적어도 과거에는 그랬습니다. 물고기가 강을 끝까지 거슬러 올라간다고 해도 다른 수계로 넘어갈 방법이 없었습니다. 시카고 운하를 파서 폐수 문제를 해결하자 문이 열리고 두 수생권역이 연결되었습니다. 이것은 20세기말까지 거의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시카고의 폐수가 흐르는 운하는 너무 독성이 강해 쓸만한 통로가 못 되었기 때문입니다. 청정수법 제정과 시카고강의 친구들 같은 단체들의 활동에 힘입어 상태가 개선되자 유럽둥근망둑을 비롯한 여러 생물이 빠져나가기 시작했습니다. 

 

 

1-2. 아시아 잉어 (Asian carp)

 

 흔히 아시아 잉어를 단일 종처럼 말하지만, 이 용어는 네 가지 어종을 아울러 일컫는 말입니다. 네 종 모두 중국이 원산지이며, 중국에서 '4대가어' - 유명한 양식 어종이라는 뜻 - 라고 불립니다. 중국인들은 13세기 이래로 이 네 어종을 연못에서 함께 길러왔습니다. 이 관습은 인류 역사상 최초로 기록된 다종 복합 양식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초어는 수생식물을 먹습니다. 백련어와 대두어는 여과 섭식자로, 입으로 빨아들인 다음 빗 같은 구조의 아가미로 플랑크톤을 긁어냅니다. 청잉어는 달팽이 같은 연체동물을 먹습니다. 밭갈이를 하면서 나온 식물성 폐기물을 연못에 던져 넣으면 초어가 와서 먹고, 초어의 배설물은 조류 생장을 촉진합니다. 조류는 백련어와 물벼룩 같은 작은 수생 동물을 먹여 살리고, 그 수생 동물은 대두어가 좋아하는 먹이입니다. 중국에서 이 시스템은 엄청난 양의 잉어 양식을 가능하게 하며, 2015년 기준으로 연간 생산량이 2,200만 톤에 육박합니다.
 4대가어가 미시시피강까지 갈 수 있었던 데에는 인류세의 또 다른 아이러니인 <침묵의 봄(레이철 카슨)>이 한몫을 했습니다. 카슨은 무분별한 화학 약품 사용이 인간에게 유해하고 새들을 죽이며 온 나라의 하천을 "죽음의 강"으로 만든다고 경고했습니다. 카슨이 강력하게 추천한 대안 중 하나는 생물학적 제제였습니다. 예를 들자면, 원치 않는 해충을 없애기 위해 그 해충을 먹고사는 기생충을 도입하는 식입니다. 
 <침묵의 봄>이 출간되고 1년이 지난 1963년, 미국 어류 및 야생동물관리국이 아시아 잉어를 공식적으로 처음 들여왔습니다. 카슨이 추천했던 방식대로 수생 잡초를 억제하는 데 잉어를 활용하려는 구상이었습니다. (이삭물수세미 같은 수생 잡초는 수영하는 사람이나 배가 지나가지 못할 정도로 호수와 연못을 막을 수 있습니다.) 이때 들여온 어린 초어는 아칸소주 스터트가트에 있는 어류 양식 시험장에서 사육되었습니다. 3년 후, 생물학자들은 시험장에 초어 한 마리를 산란시키는 데 성공했고, 그 알들은 수천 마리의 치어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곧 일부가 탈출했습니다. 아기 잉어들은 미시시피강의 지류인 화이트강까지 헤엄쳐갔습니다.

 

 

1-3. 공병대

 

 토머스 제퍼슨 정권 아래 창설된 공병대는 대규모 개입을 전담해 왔으며, 파나마운하, 세인트로렌스 해로, 보너빌댐, 맨해튼 계획 -공병대는 원자 폭탄 개발을 위해 사단을 하나 신설했는데, 프로젝트의 본래 목적을 위장하기 위해 이 사단을 맨해튼 지구라고 불렀습니다- 을 비롯해 그들이 투입된 여러 프로젝트는 세상을 바꾸었습니다. 
 공병대에는 까다로운 임무가 부여되었습니다. 시카고 운하를 이동하는 사람과 화물, 폐기물은 방해하지 않으면서 물고기들만 지나가지 못하게 하라는 것이었습니다. 독성물질주입, 오존 처리, 발전소 폐수를 이용한 물 가열, 초대형 필터 설치 등 공병대가 고려한 방안은 10가지가 넘었습니다. 심지어 운하에 질소를 넣어 미처리 하수가 야기하는 것 같은 무산소 환경을 조성하는 방법도 검토했습니다. 

 

 

미국 오대호 인근 하천에서 전기충격을 받은 백련어(잉어의 일종)가 물 밖으로 튀어 오르는 모습 (사진 출처: 샘앤파커스)

 

 

 

 전기 장벽이 채택된 것은 저렴하고 가장 인간적인 방법으로 보였기 때문입니다. 이 장벽의 설치비용은 처음에 2억 7500만 달러로 추정되었는데, 이후에 7억 7500만 달러로 늘어났습니다. 공병대가 시카고 운하의 전기 장벽 관리처럼 인간이 만든 문제에 대해 역으로 대응하는 이차적 조치에 관여하는 일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는 사실은 시대적 변화를 보여줍니다.

 최초의 전기장벽은 2002년 4월 9일에 가동을 개시했습니다. 퇴치 대상은 유럽둥근망둑이라고 불리는 침입종이었습니다. 유럽둥근망둑은 미시간호에 정착했는데, 시카고운하로 데스플레인스강까지 진출할 위험이 있었습니다. 그렇게 된다면 일리노이강을 거쳐 미시시피강까지 헤엄쳐 갈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프로젝트가 실행 단계에 이르기 전에 유럽둥근망둑은 이미 건너가 버렸습니다.
 그러는 동안 또 다른 침략자, 아시아 잉어가 반대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었습니다. 미시시피강을 따라 시카고로 향하고 잉어들이 운하를 통과해 버리면 미시간호에 엄청난 피해를 입힐 것이고, 피해는 슈피리어호, 휴런호, 이리호, 온타리오호로 걷잡을 수 없이 퍼져나갈 것입니다.
 

 

1-4. 잉어 축제

 

지구상에는 1억 개 이상의 호수가 있지만, 이들 호수가 온난화로 몸살을 앓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증발량이 늘면서 호수 면적이 줄고, 녹조도 빈발하면서 산소 고갈 현상도 심해지고 있습니다. 2014년 미국 오하이오 주 이리 호에서 발생한 독성 조류 번성은 도시 수돗물 공급에 지장을 초래했습니다. 생물학자들은 아시아 잉어가 미시간호로, 거기에서 또 다른 호수들로 진출하면 녹조가 잉어들에게 화수분 같은 뷔페를 차려주는 셈이 될 것이라고 우려합니다. 잉어의 게걸스러운 먹성이 조류 번식을 막는 데 도움이 될 수도 있지만 그러는 동안 월아이농어나 유라시아민물농어 같은 낚싯감이 희생될 것입니다.

 아시아에서는 수 세기 전부터 아시아 잉어를 즐겨 먹었습니다. 그것이 바로 4대가어를 키운 이유이며, 적어도 간접적으로는 1960년대 미국 생물학자들이 주목하게 된 이유이기도 했습니다. 

 중국은 미국산 아시아 잉어의 확실한 시장입니다. 그런데 문제가 있습니다. 수출하려면 냉동하는 수밖에 없는데 중국 소비자들은 선어로 구매하는 것을 선호합니다. 한편 미국인들은 가시가 많아서 질색을 합니다. 대두어와 백련어에는 두 줄로 잔가시가 박혀 있는데, Y자 모양의 가시를 다 제거해 순살 필레를 만들기란 거의 불가능합니다.

 

 

 

 

 

 필리프 파롤라는 어묵 개발에 들인 시간이 거의 10년이라고 합니다. 그 시간의 대부분은 Y자 모양의 잔가시와 씨름하는 데 보냈습니다. 파롤라가 축제에 가져온 어묵은 루이지애나에서 잡은 잉어로 만든 것이었습니다. 잉어는 냉동해 호찌민시로 보내졌고, 거기서 해동, 가공, 진공 포장, 재냉동 과정을 거쳐 다시 뉴올리언스행 화물선에 실렸습니다. 이것이 정녕 아시아 잉어 문제의 해법일까요? 

 

 

2-1. 직접공기포집 DAC

 

 

헬리셰이디 지열발전소 인근에 설치된 클라임웍스의 직접공기포집(DAC) 플랜트 설비 (사진 출처: 그리니엄)

 

 

 

 클라임웍스는 일정 금액 - 톤당 1,000달러를 청구합니다. 10년 안에 100달러 정도로 떨어질 것이라고 합니다 - 을 내면 가입자의 몫만큼 공기 중에 배출된 탄소를 없애준다고 합니다. 그만큼의 CO2는 지하 0.8km 지점에 주입하여 암석으로 굳힙니다. 

 CO2를 돌로 만드는 이유는 인류가 이미 너무 많은 탄소를 배출했으므로 지구 온난화를 안전한 수준으로 유지하려면 그 탄소를 대기 중에서 물리적으로 제거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클라임웍스는 스위스 기반의 기업이지만, 공기를 돌로 만드는 시설은 아이슬란드 남부에 있습니다. 이 나라는 본질적으로 전체가 용암 지대입니다.

 지열 발전소는 다른 발전소들에 비해 청정합니다. 지열 발전소가 주로 화산 활동 지대에 지어지는 것은 화석 연료를 태우는 대신 지하에서 끌어올린 증기나 과열수를 이용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지열 발전소에서도 오염 물질의 배출이 일어납니다. 과열수와 함께 황화수소 또는 이산화탄소 같은 원치 않는 가스가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사실 인류세 이전에는 화산이 대기 내 CO2의 주요 공급원이었습니다.

 헬리셰이디 발전소에서는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공기 중으로 내보내지 않고 포집하여 물에 용해시킨 다음 그 물을 다시 지하로 내려보내려는 계획을 했습니다. CO2가 지하 깊은 곳에서 화산암에 반응하여 광물화될 것이라고 추정했습니다. 암석은 CO2를 저장합니다. 암석은 사실 지구상에서 가장 큰 탄소 저장소 중 하나입니다. 전 지구적 기후 변화에 맞서 싸우기 위해 바로 그 저장 과정을 모방하고 가속화하자는 것입니다. 

 아무런 도움 없이도 인간이 배출한 CO2 대부분은 화학적 풍화라는 자연적인 과정에 의해 결국 돌이 됩니다. 여기서 '결국'이란 수백, 수천 년이 걸린다는 뜻으로 우리에게는 그만큼 기다릴 시간이 없습니다. 헬리셰이디 발전소에서는 이 화학반응을 수백, 수천 배 가속화했습니다. 일반적으로 수천 년이 걸리는 과정을 몇 달 만에 일어나는 과정으로 압축한 것입니다. 

 

 사람들이 정확히 언제부터 대기를 바꾸기 시작했는가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습니다. 한 가지 가설은 그 과정이 역사가 기록되기 전인 지금으로부터 8.000~9,000년 전, 중동의 밀 재배 그리고 아시아의 쌀 재배와 함께 시작되었다고 말합니다. 초기의 농부들이 농사를 짓기 위해 땅을 개간하고 숲에서 나무를 베거나 불을 지르면서 CO2가 배출되었다는 것입니다. 그 배출량이 많지는 않았지만, 뜻밖의 결과를 가져왔다는 것이 '초기 인류세 가설'이라고 불리는 이 이론의 주장입니다. 자연 순환에 따르면 대기 중의 CO2 농도가 감소했어야 하는 기간에 인류의 개입으로 이전 수준의 CO2 농도가 유지되었습니다. 

 더 넓게 지지를 받는 두 번째 가설은 그 진정한 전환이 18세기말, 스코틀랜드의 엔지니어 제임스 와트가 신형 증기 기관을 설계한 이후 비로소 시작되었다는 것입니다. 증기력이 수력을 대체하면서 CO2 배출은 곧 엄청나게 늘었습니다. 와트의 발명품이 상품화된 첫해인 1776년에 인류가 배출한 CO2는 1,500만 톤이었는데 1,800년에는 이 수치가 3,000만 톤으로 늘어났으며, 1850년에는 2억 톤, 1900년에는 거의 20억 톤이 되었습니다. 현재 연간 CO2 배출량은 400억 톤에 육박합니다. 우리가 대기를 변화시킨 정도를 다르게 표현하자면, 공기 중의 CO2 분자 세 개 중 하나는 인간이 배출한 것입니다. 

 이러한 인간의 개입으로 지구의 평균 기온은 와트가 살던 때보다 1.1℃ 상승했습니다. 이는 점점 더 불행한 여러 결과를 낳았습니다. 가뭄은 점점 더 심해지고, 폭풍은 거세어지며, 폭염은 더 지독해지고 있습니다. 산불 시즌은 점점 더 길어지고, 해마다 더 심해집니다. 해수면 상승도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공식적으로는 지구 평균 기온의 2℃ 상승을 재앙의 임계점으로 봅니다. 사실상 거의 모든 국가가 2010년 칸쿤에서 열린 기후 변화 회의에서 이 수치에 합의했습니다. 그러나 2015년 파리에서 만난 각국의 정상들은 이 기준을 재고했고 2℃가 너무 느슨하다고 결정했습니다. 파리 협정의 서명국들은 지구 평균 기온 상승을 2℃보다 현저히 낮은 수준으로 유지하고, 기온 상승을 1.5℃ 이하로 억제하기 위해 노력할 것을 약속했습니다.

 2℃ 미만을 유지하려면 향후 수십 년 안에 전 세계의 탄소 배출량을 거의 0에 가깝게 감소시켜야 하며, 기준을 1.5℃로 낮추면 단 10년 안에 그 일을 해내야 합니다. 그러려면 우선 농업 체계를 개조하고, 제조업을 혁신하며, 휘발유 및 경유 차량을 폐기하고, 전 세계의 발전소 대부분을 대체해야 합니다.

 CO2 제거는 이 셈법을 바꾸는 방법입니다. 대기 중에서 대량의 CO2를 추출한다면 '역배출'로 배출을 상쇄하는 것이 이론적으로는 가능합니다. 재앙의 임계점을 넘은 다음에라도 공기 중의 탄소를 빨아들여 '생태 용량 초과'라는 재난 상황으로 이어지는 일은 막을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2-2. 프로토타입.

 

 '역배출'을 일종의 발명품으로 본다면, 그 발명자는 독일 태생 물리학자 클라우스 라크너라고 해야 할 것입니다. 그가 일하는 애리조나 주립 대학교 연구실에는 괴짜를 묘사한 <뉴요커> 카툰 몇 장이 붙어 있습니다. 그의 아내가 오려주었다는 그 카툰 중 하나는 수식이 가득 쓰인 거대한 화이트보드 앞에 두 명의 과학자가 서 있는 그림입니다. 첫 번째 과학자가 이렇게 말합니다 "계산은 맞아, 조잡해서 그렇지."

 라크너는 성인이 된 후 거의 내내 미국에 살았습니다. 1970년대 후반에 쿼크 개념을 발견한 사람 중 한 명인 조지 츠바이크와 함께 연구하기 위해 패서디나로 이주했고, 몇 년 후에는 융합을 연구하기 위해 로스앨러모스 국립연구소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융합은 항성에 에너지를 공급하는 원리이며, 수소 폭탄이 바로 융합에 의한 것입니다. 라크너가 로스앨러모스에 있을 당시에는 융합이 미래의 에너지원으로 큰 기대를 모으고 있었습니다. 이론적으로는 하나의 핵융합로만 있으면 수소 동위 원소로부터 무한한 양의 에너지를 탄소 배출 없이 발생시킬 수 있습니다. 라크너는 핵융합로가 구현되려면 적어도 수십 년은 기다려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그리고 그 수십 년이 지난 지금, 핵융합로가 나오려면 아직도 수십 년 더 기다려야 한다는 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동의합니다.

 두 물리학자는 수식으로 가득한 논문을 한편 썼습니다. 자기 재생산 기계가 세계의 에너지 수요를 충족하면서도 인간이 화석 연료를 태움으로써 발생시킨 문제를 일거에 해소할 수 있음을 주장하는 논문이었습니다. 그들은 그 기계를 "악슨"이라고 불렀는데, '성장하다'라는 뜻의 그리스어를 딴 이름입니다. 태양광 패널에 의해 에너지를 공급받는 악슨은 평범한 흙에서 추출한 규소와 알루미늄 등으로 더 많은 태양광 패널을 만들어 냅니다. 패널이 늘어나면서 점점 더 많은 전력이 생산된 것이며 그 속도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것입니다. 100만Km2를 이 패널로 채우면 전 세계 전기 수요의 몇 배를 얻을 수 있습니다. 

 이 논문은 이 기계를 탄소 제거에도 활용할 수 있다고 제안합니다. 라크너와 웬트의 계산에 따르면 나이지리아 크기의 태양광 농장이면 당시 기준으로 인간이 배출하는 CO2 전부를 제거하기에 충분합니다. 라크너와 웬트도 CO2를 암석으로 전환하는 것이 이상적인 방법이라고 썼습니다. 

 라크너는 "때로는 이런 극단적인 사고가 많은 것을 알려 준다"고 말합니다. 그는 이 주제에 관해 발언하고 논문도 쓰기 시작했습니다. 그는 인류가 대기에서 탄소를 뽑아낼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합니다. 제정신이 아니라고 하는 동료도 있었지만, 선지자라고 하는 동료도 있었습니다. 전 미국 에너지부 부장관이자 현재 컬럼비아 대학교 교수인 줄리오 프리드만은 "라크너는 사실 천재"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2-3. 계속되는 연구들

 

 대기 중에 CO2를 더하는 방법이 여러 가지이듯, CO2를 제거할 방법도 여러 가지일 것입니다. 

 '강화된 풍화'라는 기법의 원리는 헬리셰이드 발전소에서 둘러본 프로젝트의 정반대입니다. 이것은 CO2를 땅속 깊은 곳의 암석에 주입하는 대신에 암석을 지표면으로 가져와서 CO2에 닿게 한다는 아이디어입니다. 채굴암 현무암을 분쇄한 후 덥고 습한 지역의 농경지에 도포하면 분쇄된 암석이 공기 중의 CO2를 끌어와 그것과 반응할 것입니다. 또 다른 방법으로, 화산암에 흔한 녹색 광물인 감람석을 갈아서 바다에 용해시키는 방법도 제안되었습니다. 그러면 해수가 더 많은 CO2를 흡수하도록 유도할 수 있고, 그러면 CO2를 제거하는 데 더하여 해양 산성화도 방지할 수 있습니다.

 또 다른 역배출 기술은 생물학에서 힌트를 얻었습니다. 식물은 생장 과정에서 CO2를 흡수하며, 썩으면 공기 중으로 되돌려 놓습니다. 숲을 새로 조성하면 그 숲이 성숙 단계에 이를 때까지 탄소 저감 효과가 있을 것입니다. 최근에 스위스에서 나온 한 연구는 1조 그루의 나무를 심으면 수십 년에 걸쳐 대기 중의 탄소 2,000억 톤이 제거될 수 있다고 추정했습니다. 이 수치가 10배 이상 과장되었다고 주장하는 연구자들도 있었으나, 반론을 제기하는 사람들도 신규 조성 삼림의 탄소 격리 효과가 "상당하다"는 점에 있어서는 모두 인정합니다.

 부패에 의한 탄소 배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갖가지 보존 기법도 제안되었습니다. 그중 하나는 성숙한 나무를 베어 구덩이에 파묻는 것입니다. 산소가 없으면 부패가 방지되고, 그러면 CO2가 배출될 일이 없기 때문입니다. 옥수숫대 같은 농업 부산물을 모아 깊은 바닷속에 버리자는 제안도 나왔습니다. 어둡고 차가운 심해에서는 부패가 아주 서서히 일어나거나 아예 일어나지 않을 것입니다. 이상하게 들릴지도 모르지만, 모두 자연에서 영감을 얻은 아이디어들입니다. 석탄기에 방대한 양의 식물이 침수되어 땅에 묻혔고, 그 최종 결과물이 석탄입니다. 석탄을 땅속에 그대로 남겨두었다면 그 안의 탄소도 아마 영원히 갇혀 있었을 것입니다.

 

 화산은 이산화황을 성층권에 가져다 놓습니다. 그 이산화황은 몇 주 안에 황산으로 산화됩니다. 매우 끈적거리는 황산 분자는 농축된 황산 액적을 만들기 시작합니다. 이 에어로졸은 몇 년 동안 성층권에 머무르며 태양광을 산란시켜 우주로 돌려보냅니다. 그 결과 기온 하강과 환상적인 일몰, 그리고 때로는 기근을 일으킵니다.

 태양 지구 공학의 전제는 화산이 지구를 식힐 수 있다면 인간도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무수히 많은 반사 입자를 성층권에 살포하면 지구에 도달하는 태양광이 줄어들 것입니다. 그러면 기온이 더 이상 상승하지 않을 것이고, 우리는 재앙을 피할 수 있습니다.

 CO2와 관련된 여러 문제에 대해 당장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따라서 대중으로부터 빨리 뭔가를 하라는 압박이 있다면, 성층권 지구 공학 외에는 대안이 없을 것이고, 그때 연구를 시작하면 너무 늦습니다. 

 

 태양 지구 공학의 목표는 지구에 도달하는 에너지의 양을 줄이는 것이므로 적어도 이론상으로, 반사 입자의 종류는 무관합니다. 최고의 재료는 아마도 다이아몬드일 겁니다. 다이아몬드는 어떤 에너지도 흡수하지 않아서 성층권의 움직임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또 다른 대안으로는 인공 화산으로 이산화황을 분사하는 방법입니다. 그러나 성층권에 살포된 이산화황은 산성비의 원인이 될 것입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오존층을 파괴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탄산칼슘은 산호초, 현무암의 공극, 해저의 감탕흙 등 도처에 갖가지 형태로 존재합니다. 무엇보다 석회암의 주성분인데, 석회암은 세계에서 가장 흔한 퇴적암입니다. 수학적 모델링으로 이 광물의 장점이 확인되었습니다. 

 미친 짓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연구자들은 당장 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대안이라고도 합니다. 반사 물질로 작은 다이아몬드 입자나 탄산칼슘 등을 공중에 쏘아 올리자는 구체적인 제안입니다. 혹은 넓은 해양 지역에 작은 반사 입자를 살포하자거나. 한 소련 과학자는 토성의 고리처럼 지구 주위에 칼륨 입자 띠를 만들자고도 합니다.

 구름 표백도 얘기되고 있습니다. 여러 척의 배를 북극해로 보내 아주 미세한 염수 물방울을 하늘에 분사하는 계획입니다. 이론대로라면 그 소금 결정이 구름의 반사율을 높여 얼음에 비치는 햇빛의 양을 줄일 겁니다.

 하버드 대학교 응용물리학과 키스 교수는 태양 지구 공학은 추상적인 공상이 아니라, 현재 인간의 선택만을 기다리는 상황이라고 합니다. 

 

 

3. 웨더 머신
 

라크너? 아니 라티브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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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Ian O'Toole
4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Lv.11 2사분
    • 2023-09-08 16:43:47

    https://youtu.be/t3oLeSPINOk?si=phx_8VHYX1Wgf2hH

    물고기의 이동을 막기 위해 전기가 흐르는 강 얘기는 이 영상에서 봤던 거군요!
    • Lv.37 수줍은오토마
    • 2023-09-08 17:20:23

    오! 영상 공유 감사합니다!
    • Lv.52 상후니
    • 2023-09-09 11:13:20

    오 테마가 이렇게 연결될 수 있군요!
    • Lv.37 수줍은오토마
    • 2023-09-09 12:49:31

    네 저희 부부가 이 게임 발매할 때 화이트 스카이 책을 막 읽었을 때였어서 이 게임이 굉장히 강렬하게 다가오더라고요. 저희가 게임을하면서 책의 내용이 연상되던 부분을 정리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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