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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티 > 리뷰 및 후기 [18]폐허가 된 지구에서 살아남아라. 아나크로니
  • 2024-04-22 20:5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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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v.26 [개굴이]

0.  Anachrony

어느날, 지구에 원인 불명의 대폭발이 일어납니다. 
"정죄의 날" 이라 불리운 이 재앙으로 인해 인간들의 삶은 큰 타격을 입어버렸고, 남은 인류는 네 개의 이념을 따르는 집단으로 나뉘어 각자 대피처를 짓고 단절된 채로 생활하게 됩니다. 하지만 인류는 언제나 그랬듯, 이렇게 참담한 세상 속에서도 살 길을 찾았고 "캐피탈" 이라는 지구 최후의 도시에 주기적으로 모여 앞으로의 운명에 대해 논의며 생존해나가게 되죠.

수 년이 흐르고, 탐험가들은 "정죄의 날"의 폭발 중심지로부터 미지의 물질 [뉴트로늄]을 발견합니다.
강한 내구성을 지녔으면서도 가벼운 이 물질은 지구의 부활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었고,
네 집단은 이 뉴트로늄으로 만들어진 다섯개의 기념비를 완성 후 기념행사를 열게 됩니다.
 


▲모든 것은 기념비 완공행사. 그 날로부터 시작됩니다.

그리고, 그 날, 정죄의 날 이후 다시 한 번 인류의 삶을 뒤흔들어버릴만한 큰 사건이 일어납니다. 뉴트로늄 기념비의 위쪽으로 시간을 뛰어넘을 수 있는 웜홀이 열려버린 것이죠. 미래와의 연결을 통한 자원과 기술의 교류는 인류에게 더 없는 부흥의 기회를 안겨주었습니다.

하지만 그 기쁨도 잠시, 웜홀에 대해 연구하던 인류는 한 사실을 알게 됩니다. 웜홀의 생성 원인이 거대한 에너지원에 뉴트로늄이 노출되었기 때문이라는 것이죠. 그리고 뒤이어 들려온 소식은 그 거대한 에너지원은 머지않은 미래에 지구에 소행성이 떨어질 것이며 그 때 발생할 에너지라는 것이었습니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현재와 미래를 오가며 여러분들은 네 개의 집단중 가장 위대한 집단이 되어 다가올 멸망으로부터 살아남아야 합니다.

오늘 이야기 할 게임은 암울한 미래의 시간여행 게임, [아나크로니] 입니다.


▲ 오랜 기다림 끝에, 여러분들에게 한국어판으로 찾아옵니다.


 


 

1. 어떤 게임인가? 

아나크로니는 최대 7라운드동안 이루어지는 SF 테마의 일꾼놓기 게임입니다.

라운드가 시작되면 라운드 준비와 함께 시간축의 왜곡을 확인합니다. 미래와 교류하는 게임이거든요.
이후 작업에 쓰일 장비를 충전하고, 필요하다면 미래로부터 자원을 지원받은 후에 이를 가지고 여러가지 작업을 하게 됩니다.
작업이 종료되면 지구에 운석이 떨어지고요, 이를 통해 주요 액션인 캐피탈 액션이 천천히 봉쇄됩니다.

7라운드가 종료되거나, 마지막 캐피탈 액션이 봉쇄된다면 게임이 종료되고, 승점이 가장 높은 집단이 승리하게 됩니다.

 



 

2. 게임의 특징

아나크로니는 익히 알고계신 일꾼놓기 게임입니다. 
여러 번 이야기 했지만, 이런 일꾼놓기 게임의 흐름은 대부분 비슷합니다. 플레이어별로 돌아가면서 자신의 노동자를 특정 칸에 배치해 해당 칸의 효과를 누리는 것의 반복이죠.
좋은 평가를 받는 일꾼놓기 게임에는 이런 흐름에서 몇 가지 킥으로 차별점을 넣죠? 아나크로니는 어떨지 차근차근 이야기 해 볼게요.

아나크로니의 가장 큰 특징은 "컨셉에 충실한 게임경험"입니다. 마인드 클래시의 게임들은 항상 테마와 게임을 잘 엮어놓는 것 같아요.
이런 컨셉을 살린 장치가 몇 가지 있는데, 역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엑소수트라고 할 수 있겠네요.

각 집단의 노동자들이 안전하고, 외부와 단절되어있는 대피처 안에서 일을 하는 데에는 큰 무리가 따르지 않습니다.
하지만 정죄의 날에 지구에 대 폭발이 일어나서 외부는 인간이 활동하기에 적합하지 않은 환경이 되어버렸기에
대피처 외부로 나가는 일꾼들, 다시말해 메인보드에서 액션을 하기 위해서는 엑소수트라는 특수한 메크에 탑승해서 내보내야 합니다.


▲ 이처럼 엑소수트에 일꾼타일을 끼워서 내보냅니다. 그야말로 <로망>이죠. (출처 : BGG)

즉 사용 가능한 엑소수트가 없다면 메인보드의 액션을 수행할 수 없어요.
당연하게도 이 캐피탈 액션은 일꾼 고용이나 건물 건설 등 향후 게임을 운영해나가는데 중요한 액션이 많기 때문에
플레이어들은 매 라운드마다 자원을 소모하여 이 엑소수트를 충전해 일꾼을 태워 외부로 내보내게 됩니다.

재미있는건 각 라운드 종료시 충전을 해두었지만 사용하지 않은 엑소수트는 방전된다는 부분이에요. 이것이...26세기 기술력?
이러한 엑소수트는 인프라가 갖춰지지 않은 처음에는 공짜로 충전이 가능한 충전슬롯이 있긴 합니다.
하지만 게임이 진행되면서 지구에 운석이 떨어지며 공짜 충전소가 봉쇄되는 등의 요소가 있어 자원 최적화를 지속적으로 신경써야 해요.

또 재미있는 부분은 일꾼의 재충전 개념입니다. 엑소수트와 마찬가지로 일꾼에도 소진 개념이 있거든요.
한 번 사용한 일꾼은 피로구역으로 보내지게 되는데요, 이를 다시 사용하기 위해 활성화 구역으로 옮기려면 "물"을 먹여야 합니다. 


▲ 세기말 설정에서 깨끗한 물의 가치는 이루 말할 수 없나봅니다. (출처 : 구글검색)

만약 물을 낼 수 없거나 물을 내기 싫다면 일꾼을 채찍질해서 억지로 활성화 구역으로 들어가게 되는데요
우리가 억지로 출근하면 기분이 나쁘듯, 이 일꾼도 이런식으로 보내버리면 사기가 떨어져 게임에 악영향을 줍니다.
보통 차례를 시작하면 일꾼이 소진되어있는 경우가 많으니 자연스럽게 각 플레이어의 첫 액션은 일꾼 활성화를 위한 물 배급이 되겠죠?
이로 인해 재미있는 수싸움이 일어나는데요, 일꾼놓기 게임에서 뒷차례는 액션칸을 선점당하기 때문에 불리하기 마연인데
아나크로니에서는 뒷 차례를 잡고 있더라도 전 라운드에서 일꾼을 남겨두면 남들이 물 먹일 때 주요액션칸을 날름 먹어버릴 수 있습니다.
이런 부분에서 때로는 허를 찌르기도, 찔리기도 하는 장면이 나와서 꽤 인상깊었어요.

이 두 요소는 일꾼놓기 게임의 대표적인 메커니즘인 <밥먹이기> 단계를 아나크로니 식으로 잘 녹인 것을 보여줍니다.
플레이어들은 엑소수트를 충전할 자원을 매 라운드마다 챙겨두어야 하고, 동시에 일꾼을 활성화 할 물 역시 보충해두어야 합니다.
그리고 해당 자원들을 라운드마다 소비해야 하죠.
하지만 이 과정에서 혹시라도 부족한 자원이 생긴다면 추후 설명할 시간여행 등을 통해 충당할 수도 있고,
아니면 사기를 깎아서라도 지불하면 되는 등 여러가지 선택권이 주어지기에 여타 다른 게임의 밥먹이기마냥 부담스럽지는 않습니다.
전체적으로 막 빡빡하지는 않은 느낌이에요.

또 재미있는 컨셉의 하나는 이 게임의 아이덴티티라고 할 수 있는 <시간 왜곡> 개념입니다.
플레이어들은 시간왜곡단계동안 원한다면 미래로부터 자원을 지원받을 수 있어요. 자원이나 행동을 소모하지도 않죠.
하지만 가져오기만 한다면 다들 쓰는게 당연하겠죠? 재미있는 부분이 바로 이 부분의 처리입니다.
미래로부터 자원을 땡겨오면 해당 시간축에 자원을 빌려왔음을 나타내는 토큰을 배치하게 되는데요
라운드의 두 번째 단계에 <각> 시간축마다 가장 많은 자원토큰을 두고 있는 플레이어,
즉 미래로부터 자원을 가장 많이 땡겨온 사람을 찾습니다.

그리고 그 플레이어는 지나친 시간 왜곡으로 인한 타임 패러독스를 일으킬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 책임을 져야 하죠

▲시간왜곡 트랙을 보면 누가 빚더미에 앉아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출처 : BGG)

사실 한 번 정도야 큰 페널티는 아니지만, 문제는 이게 매 라운드마다 모든 타임라인에 거쳐서 이루어지는게 문제에요.
만약 두 타임라인에서 빚쟁이 위치가 된다면 매 라운드마다 2회의 페널티를 받아야 합니다. 이건 부담이 꽤 크거든요.
따라서 플레이어들은 어느 시점에선가 이 빚을 갚는 행동을 하게 되는데요, 그냥 갚는게 아니라 타임마커를 과거로 맞추어 해당 타임라인으로 통하는 웜홀을 개방해서 그 타임라인으로 같은 자원을 보내야 합니다.

이 부분이 진짜 인상깊었어요. 미래에서 꿔온 자원을 미래에 갚는게 아니라, 과거에 미래로부터 자원을 빌려왔으니 미래 시점에서 과거로 자원을 보내어 타임 패러독스가 일어나지 않도록 막는다는 컨셉이에요. 개인적으로 지금까지 플레이했었던 모든 게임중에 가장 "컨셉에 충실"하다고 생각되는 기믹이었습니다. 사실 어찌되었든 공급처로 자원을 반환하는 개념이라도 말이죠.

플레이어들은 이렇게 자원을 과거로 보내기 위해 발전소라는 건물을 올려 이를 가동시키고 뉴트로늄에 에너지를 주입하는 과정을 거쳐
타임마커를 과거의 시간축으로 맞춘 후 해당 시간축에서 빌려왔던 자원을 과거로 보내면서 토큰을 제거할 수 있어요.
그리고 이를 통해서 빚쟁이가 쉴새없이 바뀌는 눈치싸움이 벌어집니다. 심지어 자원을 빌려올때에는 손에 비공개로 쥐고 짤짤이로 빌려옵니다. 이 메이저 싸움의 눈치도 꽤 많은 영역을 차지하고 있어요.


 

 

 

3. 우리에게 이 게임은

▲제작사/작가 특유의 뭔가 있어보이는 게임 보드. 테마와 매우 잘 맞는 느낌을 줍니다. (출처 : BGG)

일단 테마 몰입성이 좋아요. 탄탄한 배경의 스토리, 그리고 테마와 꼭 들어맞는 게임 장치들은 게임에 쉽게 몰입할 수 있게 해줍니다.
앞서 이야기했듯 특히 시간왜곡을 게임에 잘 녹여둔 부분이 매우 인상깊었는데요,
심지어 충전된 엑소수트를 미래로부터 빌려온다면 과거로 보낼때 역시 충전해서 넣어야 하는 등, 정말로 컨셉에 충실한 게임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런 부분은 확실히 게임이 종료되었을 때 깊은 여운을 남기게 해줘서 좋은 것 같아요.
그리고 중요한 부분인데, 엑소수트를 피규어로 업그레이드 하면....간지가 굉장합니다. 분위기란 것이 폭발해요.

종족간의 능력이 상이하면서 여기에 종족별 2명의 지도자의 능력이 각각 다릅니다. 그래서 조합에 따라 조금씩 다른 플레이를 하게 되죠.
더불어 게임에서 쓰이는 7장의 슈퍼 프로젝트 타일 역시 18개중 랜덤하게 선택해서 사용하기도 하는 등,
전체적으로 세팅에 따라 리플레이성이 보장되는 편입니다. 물론 이런 저런 모듈도 많구요.

점수 나오는 구멍이 많다는 것도 상기할만한 부분이네요.
아나크로니의 점수는 점수토큰, 타임트래블 트랙, 사기트랙, 건물점수, 순위점수 등으로 이루어집니다.
이러한 수단들은 대부분 위로 올라가면 갈 수록 점수의 상승폭이 커지거나, 엔진을 원활하게 돌릴 수 있는 편이에요. 
따라서 각 액션들이 유기적으로 엮여있다곤 해도 메인으로 삼는 큰 줄기가 필요합니다. 이런 부분에서 시도해봄직한 플레이가 여럿 있어서 이런거 저런거 시도해보기 좋아하는 분들에게는 이런 부분도 장점이 될 거에요.

다만 이렇게 이런저런 장치로 리플레이성을 끌어올린단 얘기는 다른 시각으로 보면 세팅이 번거롭다는 얘기로 이어집니다.
기본판만 본다면 게임 규칙 자체는 크게 어려울 것 없는 일꾼놓기 게임이에요. 하지만 여기에 이것도, 저것도 꾸역꾸역 더하다보면 생각보다 펼쳐야 할 것도, 봐야 할 것도, 설명 할 것도 늘어납니다. 저 같은 경우는 하드웨어도, 매커니즘도 컴팩트한 게임을 선호하는 편이라 진한 테마와 더불어 한 판 하고 나면 녹초가 되는데 한 몫을 하더라고요. 




4. 마치며

마술쇼를 선보이는 트릭케리언, 인간의 내면을 주제로 삼은 셀레브리아, 마녀단을 이끄는 셉티마 등 
마인드클래시는 매번 독특한 테마의 게임을 규칙과 잘 조합해서 출시하는 것 같네요.
그러면서도 게임성 역시 놓치지 않아 대부분의 게임이 좋은 평가를 받고 있죠. 아나크로니 역시 2024년 4월 기준 전체 49위에 랭크되어있고요.
기다리셨던 분들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어요. 그 기다림의 시간 끝에 드디어 한글로 된 아나크로니가 여러분들을 찾아옵니다.
오늘 이야기는 여기까지!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번에 더 재미있는 글로 돌아올게요 :)


▲여러분들은 황폐화된 지구에서 집단을 세계의 중심으로 이끌 준비가 되었나요?

(*)이 글은 2018년 보드라이프에 게시했던 글을 전체적으로 수정한 글 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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