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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사항 > 기획 [단종게임회고록] 제4화. 아컴호러(2판)
  • 2022-04-17 07:4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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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신나요

 

‘단종’이라는 개념을 보드게임에 적용한다는 것은 사실 쉽지 않습니다. 특히 요즘처럼 개정판이 나오는 경우가 잦은 상황에서는 더욱 그러합니다. 상당수의 게임들이 Out of Print, 즉 절판 상태라고 봐야 하지 ‘단종’이라고 잘라 말하기가 어려운 게 사실입니다.

매번 시리즈를 정확하게 단종 처리하는 회사가 바로 FFG이기 때문에 이 단종게임회고록에서 FFG 게임을 다룰 일이 많은데요. 그렇게 했다가는 FFG 게임 잔치가 될 것이므로 개정판이 나온 FFG 게임은 다루지 않으려 합니다. 

그리고 이번 편은 그 예외입니다. 왜냐 하면, 저의 최애 게임 아컴호러 2판을 이야기할 거거든요.

 

1987년 출판된 아컴호러 1판은 몬헌이었던 모양입니다...... "이거 놔"를 시전하는 저 남자의 자세는 아컴 2판의 조 다이아몬드와 제니 반즈라는 쌍권총 애호가 2인과 겹쳐 보입니다. 하지만 오늘의 메인은 이것은 아닙니다.
인생게임이 섞여 있는 듯한 아컴호러 1판의 모습. 의외로 거대했네요. 돈의 생김새와 색깔이 모노폴리 딜을 연상시키기도 합니다...

 

아컴호러 2판은 게이머스 게임이 아직 국내에서 그렇게 잘 나가기 전 단계에서 출시되었죠. 가격도 상당하고 볼륨도 묵직하고 글자도 빼곡해서 팔릴 거 같지 않았던 이 게임을 즐겼다는 사람이 은근히 여기저기 있었습니다. 네, 그 중 한 사람이 저고요.

많은 사람들에게 아컴호러 2판은 머리를 싸맬 정도로 복잡하고 어려운 게임이라지만, 저는 지금도 아컴호러 2판을 여느 게임 못지 않게 재미있다고 이야기합니다. 요즘 나오는 게임들과는 차별화된 아컴호러 2판의 특징을 간단히 이야기해 볼게요.

광기의 저택, 아컴호러 카드게임, 엘드리치 호러, 아컴호러 3판. 이 모든 FFG 아컴파일즈 게임들과 아컴호러 2판의 차이점이 하나 있습니다. 전자는 AP 시스템이고 아컴호러 2판은 단계 시스템이라는 겁니다. AP 시스템에서는 자신의 차례에 정해진 개수만큼의 행동을 선택해서 수행합니다. 내 캐릭터를 좀 더 능동적으로 다룬다는 맥락이 강하죠. 반면 아컴호러 2판은 매 단계마다 그 단계에 특정 위치에서 할 수 있는 행위를, 그 위치에 있는 조사자들이 처리하는 방식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컴호러는 ‘행동 단계’가 없습니다. 각자 자신의 캐릭터를 하나 맡아서 그 캐릭터를 육성해 가는 게임으로서는 상당히 독특한 방식이죠.

한국어판 세팅 이미지. 아직 소개글이 코리아보드게임즈 홈페이지에는 남아 있습니다. https://www.koreaboardgames.com/boardgame/game_view.php?prd_idx=14699

 

 

유지 단계가 되면 모두가 그 차례에 할 일을 계획합니다. 이동 단계가 되면, 아컴에 있는 조사자들은 조사자 순서대로 이동력만큼 이동합니다. 이 이동 과정에서 적과 만나면 전투가 벌어지거나 회피를 합니다. 한편, 다른 세계에 있는 조사자는 이동력에 상관없이 옆칸으로만 이동합니다. 아컴에서의 조우 단계가 되면 아컴 장소에 있는 조사자들만이 위치한 칸에 해당하는 조우를 합니다. 다른 세계에서의 조우 단계가 되면 다른 세계에 있는 조사자들만이 위치한 세계에 해당하는 조우를 합니다. 신화 단계가 되면 차원문이 열리고, 괴물이 움직이고, 상황이 펼쳐집니다. 이러한 트리거링 방식은 모든 조건과 상황을 알아야 처리할 수 있다는 단점이 있는 반면, 이해가 끝났다면 빠르게 체화된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리고, 조사자들이 거대한 상황에 휩쓸려 간다는 느낌을 좀 더 강하게 살리죠. 

이 밖에도 능력치를 매 차례마다 원하는 방식으로 조절할 수 있지만 두 개 능력치가 서로 반비례하는 한 쌍을 이루기 때문에 특정 능력을 강화하면 그 차례에 다른 한 능력은 처질 수밖에 없다는 딜레마를 만들어내는 것도, 괴물의 무작위적 이동을 생각보다 심플한 규칙으로 제법 훌륭하게 구현해 냈다는 점도 인상적입니다.

 

괴물의 이동 방향은 지도에 나오는 화살표 색깔과 신화 카드의 괴물 이동 부분 색깔 및 기호에 따라 결정됩니다. 괴물에게는 다섯 가지 테두리 색깔이 있는데, 검정색은 1칸 이동, 빨간색은 2칸 이동, 파란색은 하늘로 이동, 노란색은 이동하지 않음, 초록색은 이동 대신 뒷면의 특수효과 처리입니다. 이걸 어떻게 다 외우냐면, 열댓 판쯤 하면 됩니다.

 

 

트리거링 방식인데도 게임을 단순하게 구성하지 않아서 할 때마다 매번 다채로운 상황이 펼쳐지게 만든 것 역시 장점입니다.그런데 문제는, 이건 그 자체로 단점이 된다는 겁니다. 그게 바로 ‘잔룰’이라는 거죠. 게임의 상황이 다채로워지면 질수록, 잔룰이란 늘어나는 법입니다. 

자. 이제 그럼 단점을 몇 가지 이야기해 볼까요? 저 잔룰 말고도 이미지 하나 없고 짜임새가 좀 부족한 규칙서여서 규칙을 익히는 게 정신없다는 것은 의외로 많은 사람들에게 부담감은 주는 요소였습니다. 스토리성은 지금보다 많이 약했고요. 그 즈음에는 <안도르의 전설>이나 <광기의 저택> 정도 아니면 스토리성이 강한 게임이 얼마 있지도 않았지만 말입니다.

그리고 확장 역시 장단점이 있었는데요. 빅박스 확장 4종 스몰박스 확장 4종으로 총 8종의 확장이 출시되었는데, 확장 하나가 나올 때마다 그 안에 새로운 규칙들이 가득 담겨 있었다는 겁니다. 그래서 익혀야 할 것들이 많았고, 간혹 모든 확장을 다 섞어서 플레이하는 매니악한 이들도 있었다지만 그렇게 플레이하기에는 보통 사람에게는 너무나도 힘겨운 게임이 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8확장 동시 플레이는 찐팬 인증의 정석이죠. 남들이 보기엔 이왜진이겠지만 본인으로서는 뿌듯하다, 이겁니다.

 

 

이 ‘아컴호러 2판’은 이를 새로운 방식으로 계승한 ‘엘드리치 호러’로 이어지다가, 마침내 ‘아컴호러 3판’의 출시와 함께 완전히 단종되었습니다. 프프지식 빅4스몰4 확장이 끝났을 때부터 더 이상은 나오지 않을 거라 예상했지만요.

저는 워낙 깊은 애정이 있다 보니 이 게임을 무조건 최고의 게임으로 꼽는데요. 본판은 숱하게 플레이했지만 여전히 규칙 에러가 나오는 게임이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차원문이 열린 장소를 향해 오토바이를 타고 달려가다가 동료를 둘러싼 적에게는 다이너마이트를 던지고 곧바로 차원문으로 뛰어드는 식의 플레이를 한다든지, 특정한 지역에서 쏟아져 나오는 괴물 무리를 혈혈단신으로 모조리 다 때려잡는다든지, 공포를 1 적게 받는 교수님으로 괴물을 봐도 놀라지 않으며 척척 때려잡는다든지 등의 인상적인 플레이 경험들 덕분에 지금도 이 게임은 남들에게 가르쳐줘 가며 해보고 싶은 게임입니다.

단종된 후 지금은 각 확장들의 중고가가 세계적으로 폭등했는데요. 저는 사실 확장을 제대로 즐겨본 적이 없습니다. 집의 공간 문제도 있고, 상술했던 규칙 익히기 단점이 있어서 크게 욕심을 내는 것도 아니었지만, 풀셋을 보유한 아내님을 만난 덕에 저도 풀셋 보유자가 되었습니다 ㅋㅋ. 언젠가 차근차근 플레이를 해볼 수 있겠죠. 하지만 (가장 난이도가 지옥이라는) 인스머스 호러는 가능한 한 나중으로… ㅋㅋ
 

 

아컴호러 2판이 단종되고 출시된 <아컴호러 3판>은 엘드리치 호러 시스템을 가져온 엘드리치 호러의 후속작에 더 가까운 느낌이 들 정도의 게임입니다. 그러면서도 모듈 보드를 활용해서 아컴호러(2판)나 엘드리치 호러에서 볼 수 없었던 스토리텔링을 강화했죠. 아컴호러 3판이 지닌 TRPG적 특성에 대해 언젠가 소개할 때가 오지 않을까 합니다. 아컴호러 3판 역시 무척 재미있게 즐기는 게임이라 애정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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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nders Finér, Rafał Hrynkiewicz, Richard Launius, Henning Ludvigsen, Patrick McEvoy, Kurt Miller, Scott Nicely, Vlad Ricean, Brian Schomburg, Kevin Wilson, Henning Ludvigsen, Kurt Miller, Scott Nicely, Justin Adams, W. T. Arnold, Anders Finér
2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Lv.44 채소밭
    • 2022-04-17 08:39:38

    저도 처음 산 아컴 시리즈 게임이 이거였어요! 아딱 이후 버려진 신세가 되었지만 ㅠㅠㅋㅋ 다시 제대로 해보고싶네요.
    • 관리자 신나요
    • 2022-04-17 14:57:38

    제대로 해 보시면 제대로 재미있을 겁니다 ㅎㅎ 물론 좀 옛날게임스럽기는 하지만요... ㅎㅎ
    • Lv.10 도진
    • 2022-04-17 08:58:59

    아딱의 경우 테마게임으로써 한 사건, 에피소드속에서 체험을 하며 위기를 헤쳐나가는 느낌이라면 아컴호러 보드게임은 세계관속에서 시뮬레이션 하는 느낌이랄까 아딱은 1인칭, 아컴호러 보드게임은 3인칭의 느낌으로 게임을 진행하는 느낌이 강한듯합니다. 아컴호러2판의 경우 엘드리치호러가 나오면서 약간 퇴색이 된 느낌이 있었는데 3판으로 바뀌면서 또 독특한 아컴호러3판만의 느낌이 산것같아 좋더라구요. 룰도 깔끔하게 정리됬구요.
    • 관리자 신나요
    • 2022-04-17 14:58:13

    구구절절 동감합니다. ㅎㅎ 아컴3판의 맛을 아시다니 뭔가 통하시는군요!!!
    • Lv.14 Fen리르
    • 2022-04-17 10:00:37

    아컴 2판하고 아컴시리즈 팬이 됐었죠 ㅎㅎ
    • 관리자 신나요
    • 2022-04-17 14:58:39

    이 게임이 다리를 놔준 사람이 한둘이 아닐 거예요 ㅋㅋ
    • Lv.37 리클러스
    • 2022-04-17 12:53:59

    본격적으로 파티를 꾸려서 연작처럼 달린 첫게임은 아컴 2판이었습니다. 언덕 집은 매번 다른 사람들과 했고요. 아내는 반지의 제왕 협력으로 시작해서 협력 게임을 원래 좋아해서 현재 광기와 아딱으로 이어지게 되었네요.
    할튼 풀셋 보유 아내 추!
    • 관리자 신나요
    • 2022-04-17 14:59:14

    후후 뿌듯하네요. 저희 아내가 언집배도 광팬이랍니다(소근소근)
    • Lv.52 상후니
    • 2022-04-17 13:55:01

    보드게임에 복귀한 시기가 코로나 이후인 저에게는 소문으로만 들은 전설같은 작품이네요ㅋㅋㅋ
    • 관리자 신나요
    • 2022-04-17 14:59:45

    뭔가 정말 전설로만 남은 거 같은 게임이긴 하네요 ㅋㅋㅋ 그런데 아직 국내 어딘가에서는 물건이 남아 있기도 한 거 같기도요...?
    • Lv.50 유유아빠
    • 2022-04-17 23:01:30

    아컴 시리즈는 나중에 본격적으로 모임이 생기면 해보려고 아껴두고 있는데,
    이런 글을 볼 때마다 그냥 빨리 해볼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ㅎㅎㅎ
    • 관리자 신나요
    • 2022-04-18 22:41:15

    재미있는 게임은 나중에 해 보더라도 그대로 재미있는 게임일 거예요 ㅎㅎ 약간만 기대를 덜면 더 재미있어지는 마법! ㅋㅋㅋ
    • Lv.2 bellepoque7
    • 2022-04-17 23:11:53

    풀셋을 가진 아내라니 ㅎㄷㄷ 성공한 인생이시군요. 저도 아컴호러 카드게임에 푹 빠지고, 2판을 구입하고 친구들이랑 돌려봤는데 RPG스러운 그 느낌을 친구가 참 좋아하더라구요. 저도 재밌게 즐기고 방출했던 추억입니다 ㅋㅋㅋ 이상하게 3판은 재미없어서 1시나도 못돌리고 방출했네요. 2판의 재미가 있어요
    • 관리자 신나요
    • 2022-04-18 22:42:44

    저는 물론 2판을 더 좋아하지만 3판도 나름의 매력이 충만하다고 생각하는 쪽입니다 ㅎㅎ
    • Lv.10 koon
    • 2022-04-18 01:08:16

    제가 방풀한 첫번째 게임이 아컴호러 2판 입니다. ㅎㅎㅎㅎ
    저는 테마몰입을 못해서 주사위 굴리기 게임으로 느껴졌어요.

    저의 덕력이 조금 더 높아지면 재밌게 즐길수 있겠죠??ㅎㅎㅎㅎ
    • 관리자 신나요
    • 2022-04-18 22:43:22

    덕력보다 성향 차이 아니겠어요? ㅎㅎ 모든 게임이 모두에게 재미있지는 않겠지만 자기에게 재미있는 게임을 찾으면 그게 좋은 게 아닐까 싶어요!
    • Lv.31 모르
    • 2022-04-21 16:46:59

    아컴 1판 사진 진짜 오늘 처음 봤네요. 읽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 관리자 신나요
    • 2022-04-21 17:45:04

    감사합니다. 저도 이번 원고 준비하면서 처음 봤네요 ㅎㅎㅎ
    • 스태프 [GM]찰리
    • 2022-06-30 08:44:57

    풀셋을 보유한 아내님을 만나다니 천생연분이시군요 ㅋㅋㅋㅋ
    • Lv.36 카페라떼초코
    • 2022-06-30 21:17:15

    아딱 풀확의 그녀는 어디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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