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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사항 > 기획 [단종 게임 회고록] 마지막 화. 워해머 인베이전
  • 2022-05-16 18:3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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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신나요


누군가는 소장한 사람이 있을지 몰라도 지금은 단종되어 달리 구할 길이 없어진 게임들을 하나하나 추억하며 곱씹어 봅니다.
경험과 기억에 의존하여 쓰는 글입니다. 부정확한 정보가 있을 수 있으므로, 댓글로 알려주시면 가능한 한 수정 반영하도록 하겠습니다.
본 게시글의 사진은 직접 촬영하였거나 보드게임긱에 올라온 이미지를 활용한 것입니다.


기억을 더듬어 쓰는 마지막 단종 게임은 독특했던 대결 카드 게임 ‘워해머 인베이전’입니다. FFG에서 내는 카드 콜렉팅 게임들을 통칭하여 LCG라고 부르는데요. Living의 개념을 뭐라고 딱 잘라 설명하기가 좀 미묘하지만 어쨌든 한 제품 안에 카드가 무작위로 담겨 있지 않고 정해진 카드가 정해진 수량만큼 있으므로 무한 가챠를 하지 않아도 되는 카드 게임군입니다. LCG로 등장했다가 지금은 단종되어 유저들이 반 농담삼아 DCG라고 부르는 게임들 가운데 가장 유명한 것은 뭐니뭐니해도 <안드로이드 넷러너>이겠지만, 오늘 다룰 이 게임은 그보다 국내에서 인지도도 낮고 언급도 별로 안 되는 게임입니다. 그런 게임에 개인적으로 희비가 교차한 바가 있어, 이 게임을 마지막으로 소개하고자 합니다.
 
기본 게임 배치도. 가운데가 수도 판.



게임은 기본적으로 공방전입니다. 각 플레이어는 자기 앞에 커다란 수도 판을 내려놓습니다. 제법 공들인 일러스트라지만 수도라기엔 뭔가 볼품없는 큼직한 사각형 게임판은 좌측(왕국), 우측(퀘스트), 전방(전장)의 총 세 영역을 분리하는 기능을 합니다. 그리고 각 영역마다 기본 체력이 8입니다. 게임의 목표는 상대방의 수도 3개 영역 중 2개를 먼저 파괴하는 것입니다. 즉, 수도 방어/공략전이지요.

개인적으로 이 게임에 대해 가장 인상적으로 생각하는 것은 유닛을 배치하는 위치에 따라 유닛의 파워가 제각각 다른 기능을 한다는 점입니다. 어느 곳에 배치하든 기본적으로 유닛은 해당 지역을 방어하는 기능을 합니다. 그와 더불어, 왕국에 배치된 유닛의 파워만큼 차례의 자원 수급량이 증가합니다. 퀘스트에 배치된 유닛의 파워만큼 카드를 뽑는 장수가 늘어납니다. 전장에 배치된 유닛으로는 적을 직접 공격하러 투입시킬 수 있습니다(이때의 파워는 해당 유닛의 공격력이 됩니다). 
 
정리란 이런 것이다 를 보여주는 양덕지존의 사진.



어찌 보면 일꾼 놓기 게임에서 일꾼 배치 위치에 따라 그 일꾼이 하는 일이 달라지는 것과 비슷한 맥락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자원 생성량이나 드로우 장수와 같은 요소들은 카드 게임에서는 게임의 속도를 좌우하는 요소이다 보니 굉장히 빠르고 과감한 플레이가 가능하다는 것이 특징적입니다. 첫 라운드에 파워 3 유닛 하나만 깔아도 다음 라운드에 자원 4를 얻거나 카드 4장을 뽑아대니 말입니다. 이 게임을 배우고 플레이했던 첫 번째 게임조차 대략 6라운드 정도게 끝이 났던 것으로 기억을 하는데요. 빌드업의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상당히 시원스러운 플레이가 가능했던 기억입니다. 또한 전략 한 방에 전세를 역전하는 것이 쉬워서 매 차례마다 긴장을 늦출 수가 없다는 점도 흥미로운 부분이죠.

FFG의 여느 LCG 게임들은 양측의 세력전의 기질이 강해서 팽팽한 줄다리기의 느낌을 주다 보니 게임의 속도는 대체로 느리고 긴 편입니다. <스타워즈 카드게임>도 빛과 어둠의 경합을 보여주다 보니 어느 한 쪽이 위협적인 전략을 사용하면 다른 한 쪽이 그것을 분쇄하기를 반복하며 서서히 승리를 향해 나아가죠. <안드로이드 넷러너>도 러너는 열심히 공략전으로 들어가는 반면 기업은 기본적으로 방어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에 편차는 좀 있겠지만 게임이 빠르게 종료되지는 않습니다. 현역 LCG인 <아컴호러 카드게임>이나  <Marvel 챔피언스 카드게임>도 진행 속도가 꽤 걸리죠. 
 
팩션은 총 7개인 것으로 기억합니다. <안드로이드 넷러너>도 7개 팩션이었지만 기업 3 러너 4이기 때문에 조합 제한이 살짝 있었죠.



‘워해머 인베이전’이 라이선스 문제로 단종되지 않았어도 시리즈가 종료되었을지 어떨지는 약간 의문스럽기는 합니다. 동일한 라인인 ‘워해머 콘퀘스트’보다 인기 있지도 않았던 것으로 기억하고, 대회를 연다고 했을 때 이렇게 빠르게 판세가 뒤집히는 게임이 과연 좋을지 어떨지도 궁금하기는 한데요. 제가 기억하는 한 ‘매직 더 게더링’의 진행 속도도 상당히 빠른 편이니 아마 나쁘지는 않았을 것 같네요.

게임이 단종되기 전에 기본판과 일부 확장을 손에 넣었지만, 전체 팩을 다 사기에는 아무래도 한계가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인상적으로 플레이했다는 것과는 별개로 제가 대결 게임을 그리 선호하지는 않다 보니 콜렉팅 비용 대비 게임을 얼마나 즐길까의 문제가 있었거든요. 그러다 풀셋을 구할 기회가 생겼습니다. 코리아보드게임즈에서 했던 창고 대방출에 전 확장 세트가 풀린 적이 있었거든요. 물량 뜨자마자 장바구니에 다 담는 데까지는 성공했는데, 괜히 다른 거 더 살 거 없나 본다고 기웃거리다가 다른 누군가가 주문을 완료하면서 모조리 품절되어 버리고 말았습니다… 그때 바로 주문하지 않았던 저의 모습은 살면서 가장 후회하는 내 행동 Top 30 안에 들어갑니다(더 낮추려고 했지만, 곱씹어볼수록 살면서 저지른 후회할 짓이 너무 많군요). 그때 사신 분, 이 글 보고 있으시다면, 제가 얼마나 부러워하는지 잘 아시고 사랑으로 보듬어 주시길…(흔한 이별 노래 가사 같아 보인다면 기분탓입니다)
 
그때 다 샀더라면 저도 이렇게 모아놓았겠죠.



그 세트를 다 구했더라면 지금쯤 제 보드게임장에서 최고층에 위치하고 있을 테지만 지금은 그냥 어딘가에 빌려주었습니다. 놓치고 나면 더 귀해지고 아깝게만 느껴지는 것이 사람의 마음이 아닌가 싶은데요. 단종 게임들이 다들 그렇지 않겠습니까. 

단종 게임 회고는 여기까지로 하겠습니다. 더 해 본 게임들이 많지도 않거니와 지금 즐기지 않고 있는 ‘어쩌다 보니 나와 단절 게임’에 더 관심을 줘야 하지 않나 생각이 들기도 하네요. 다음 원고 코너는 구상 중에 있습니다. 한두 주쯤 여유를 가지고 쉬다가 또 새로운 글로 돌아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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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evin Childress, Paul Dainton, Clint Langley, Brian Schomburg, Adrian Smith, WiL Springer
13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관리자 [GM]언테임드
    • 2022-05-16 18:40:06

    아 시리즈 빨리 더 써주세요 현기증 납니다;;
    • 관리자 신나요
    • 2022-05-17 06:04:47

    코너 하나 마친 김에 휴식과 여유의 시간을 잠시 엘든링에 쏟....(도망친다)
    • Lv.52 상후니
    • 2022-05-17 02:26:00

    역시 이런 게임은 풀확이 아니면 의미가 없..이번에도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ㅎㅎ
    • 관리자 신나요
    • 2022-05-17 06:05:37

    구할 수 없는 풀확... 행복하길...
    • Lv.37 리클러스
    • 2022-05-17 05:25:58

    워해머까지 읽고 게임즈워크샵 게임인 줄 알았네요. 요거도 재밌어 보이네요. 근데 다음 글까지 뭐하면서 기다리죠?
    • 관리자 신나요
    • 2022-05-17 06:06:10

    에이 리클러스님도 좋은 글 준비해서 올리시느라 바쁘잖아요 ㅋㅋ 게임도 많이 하시고!!
    • 관리자 신나요
    • 2022-05-17 19:10:14

    ㅎㅎㅎ 그건 사실은 맥거핀이었다고 합니다 ㅋㅋㅋㅋ 다른 걸 생각하고 있는데 오래 걸릴 거 같네요 ㅎㅎ
    • Lv.44 채소밭
    • 2022-05-17 19:19:18

    신나요님 글 팬으로써 기대됩니다 *_*
    • 관리자 신나요
    • 2022-05-18 06:23:03

    감개무량합니다 ㅠㅠ ㅎㅎㅎ
    • Lv.21 카린
    • 2022-05-18 17:18:05

    이것 풀확은 몇세트 샀었는데 결국 2인플 게임이라서 고향창고행
    처음 사서 테마가 너무 좋았는데 나중에 떨이 나오니 또한두세트씩 더 사게 되었던 게임이네요.
    • Lv.36 카페라떼초코
    • 2022-05-31 17:02:06

    시리즈 연장을 요구합니다~!!ㅎㅎ
    • 스태프 [GM]찰리
    • 2022-06-22 21:24:22

    제가 입사하기 전 랜덤박스 이벤트를 구매했을 때 받았던 게임이군요. 40K였으면 어떻게든 해봤을텐데, 카드 게임을 즐기지 않던 시기였어서 영문판 카드게임은 바로 방출했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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