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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사항 > 기획 세키가하라 기획기사 1편 – 일본의 지리(2)
  • 2023-07-17 09:50:15

  • 8

  • 920

관리자 [GM]신나요
글) [GM]찰리

 세키가하라 기획기사 1편 – 일본의 지리(1)
 세키가하라 기획기사 1편 – 일본의 지리(2)

 



 지난 글에 이어서 마지막으로 일본의 본섬인 혼슈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5) 혼슈(本州)
 
 혼슈는 근본 본에 고을 주자를 씁니다. 일본의 모든 섬 중에서도 가장 중심이 되는 섬이라는 뜻이지요. 일본 중심에 있는 가장 큰 섬이며, 세계에서 7번째로 큰 섬이기도 합니다. 혼슈의 면적은 영국의 본섬인 그레이트브리튼 섬은 물론 한반도보다 큽니다. 또한 지형이 활처럼 휘어 있어서 섬 내에서의 거리가 면적에 비해 긴 편입니다. 구글 지도에서 영국 남쪽에 있는 수도인 런던에서 북쪽 끝자락의 대도시인 인버네스까지의 거리는 900km인데, 혼슈 서쪽의 대도시인 히로시마에서 수도 도쿄까지의 거리가 이와 비슷한 812km입니다. 그리고 도쿄에서 북쪽 끝 대도시인 아오모리시까지의 거리도 도로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700km가 조금 넘는 거리입니다. 히로시마부터 아오모리까지의 거리는 1,305km인데, 베이징과 상하이의 거리가 1,200km가 조금 안되니 물리적으로 굉장히 먼 거리임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섬 하나가 하나의 지방인 다른 섬들과는 달리 혼슈에는 5개 지방이 있습니다. 

 그러면 이제 혼슈에 속하는 각 지방들에 대해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① 주고쿠(中国)

 주고쿠는 중국이라는 뜻으로 나라 중국과 한자가 같습니다. 혼슈에서도 서쪽 끝에 있는 지역을 중국이라 부른 이유는 교토를 수도로 삼은 고대 일본에서 수도와 가까운 지방을 가까울 근자를 써서 킨고쿠(近国), 먼 지방을 멀 원자를 써서 엔고쿠(遠国)라고 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교토 동쪽에도 주고쿠가 있었다고 합니다. 이 중에서 킨고쿠와 엔고쿠는 사어가 되었지만, 주고쿠는 오늘날까지도 이 지방을 가리키는 말로 쓰이고 있습니다. 

 주고쿠 지방의 주요 도시로는 그 유명한 히로시마, 한국에서는 말장난으로 유명한 혼슈 서쪽 끝의 시모노세키, 우키타 히데이에의 거성이었던 오카야마 성이 있는 오카야마가 있습니다. 한 가지 재미있는 점은 지금 나온 주고쿠 지방의 큰 도시들이 모두 섬 남쪽에 있다는 점입니다. 주고쿠 지방 북쪽의 제일 큰 도시는 마츠에시인데 인구가 20만에 불과하고 나머지 지역의 인구 밀도도 매우 낮습니다. 이는 지형도를 보면 이해하기가 조금 더 쉽습니다.
 
(출처: 구글 어스, 기타큐슈 바로 윗 도시가 시모노세키입니다.)

 

 주고쿠 지방은 위 사진에서 보다시피 산맥으로 남북이 갈린 형태입니다. 산맥으로 동서로 나뉜 강원도와 비슷한 상황인 것입니다. 또한 사람들이 모여서 살만한 평지도 북쪽보다는 남쪽에 더 많습니다. 또한 세토내해를 통해 다른 지역과의 교류가 용이한 남쪽과는 달리 동해를 접한 북쪽은 딱히 교류를 할 지역이 있지 않습니다. 한반도와의 교류 면에서도 한반도 남부에서 남해를 통해 규슈나 주고쿠 지방 서쪽으로 가는 것이 훨씬 가깝고 쉽습니다. 그래서 주고쿠 지방은 강원도가 영동과 영서로 나뉘듯 산맥을 중심으로 산요(山陽)와 산인(山陰)으로 나뉩니다. 두 지방의 이름은 뫼 산(山)자에 각각 볕 양(陽)과 그늘 음(陰)을 붙인 것으로 이름에서부터 두 지방의 분위기가 느껴집니다.

 두 지방에 이러한 이름이 붙은 것은 동아시아권에서 음양오행설에 따라 지명을 붙일 때의 관습을 따른 것입니다. 산을 기준으로 북쪽에는 그늘이 지고 남쪽에는 볕이 들기 때문인데요(그래서 우리가 아파트를 살 때도 남향을 중시하는 것이지요), 지방의 운명이 이름을 따라간 것도 같은 느낌이 듭니다. 


 ② 간사이(関西)
 
 (출처: 구글 어스)


 저는 아직도 간사이보다는 관서가 입에 붙는 옛날 사람입니다. 요즘 한국 분들이 여행을 많이 다니는 지방이지요. 저도 6월에 오사카에 다녀왔었습니다.

 관은 관문을 의미합니다. 중국의 그 유명한 함곡관이나 메뚜기가 서식하는 호로관과 같은 곳들은 산과 강을 끼고 세워진 천혜의 요새였지요. 

 그렇다면 관서 지방의 관은 어디일까요? 지도에서 빨간색 사각형으로 표시된 곳이 보이시나요? 두 산맥 사이에 있는 협곡, 저곳이 바로 세키가하라입니다. 과거에 이곳에는 후와노세키(不破関)라는 관문이 있었습니다. 이름부터가 절대로 무너지지 않는다는 듯인 불파관이 붙을 정도였으니, 일본에서도 손에 꼽을 만한 중요한 관문이었으리라 짐작해 볼 수 있겠습니다. 이 관문은 일본의 주요 가도 중 나카센도가 지나는 곳이었습니다. 이곳 외에도 후와노세키 남쪽의 스즈카노세키(鈴鹿関)와 북쪽의 아라치노세키(愛発関)가 고대 일본의 삼관으로 꼽혔습니다. 훗날에는 교토로 들어오는 마지막 관문인 아지자카세키(逢坂関)가 아라치노세키를 대신해 삼관으로 꼽히게 됩니다.
 
(출처: 일본 위키피디아)



 따라서 관서라는 지명은 앞서 언급된 관문들의 안쪽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일견 관서지방처럼 보임에도 불구하고 시가현 북쪽 산 너머의 일부 지역은 관서에 속하지 않는 것이지요. 과거 일본의 수도는 교토였기 때문에 저 관문 안쪽이 수도권이라는 의미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관서라는 말의 의미를 이제 다 풀었으니, 이제부터는 일본식 명칭인 간사이라는 말을 쓰도록 하겠습니다.

 그런데, 사실 간사이라는 말은 일본의 중심이 간토(관동) 지방으로 넘어간 에도시대부터 본격적으로 쓰인 말입니다. 그전에는 이 지방을 긴키(近畿)라고 불렀습니다. 가까울 근(近)에 경기 기(畿)자로 수도권에 가까운 땅이라는 뜻이지요. 경기도의 기도 동일한 한자를 씁니다. 수도권에 해당하는 기나이(畿內)에는 교토, 나라, 오사카가 포함됩니다. 그리고 긴키에는 그 주변에 있는 효고현, 와카야마현, 시가현, 미에현이 긴키에 포함되는 것입니다. 미에현은 관문 밖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긴키에 포함되는데, 오늘날 간사이 지방에는 포함되지 않습니다. 

 역사적인 맥락으로 보면 이 점을 이해하기가 쉽습니다. 과거 일본의 중심이 교토일 때는 산맥으로 가로막혀있음에도 간사이 지방과의 교류가 많을 수밖에 없었지만, 일본인들이 동쪽을 개척하고 일본의 중심이 간토 지방으로 옮겨가면서 산맥 때문에 교통이 불편한 서쪽보다는 동쪽과 교류가 많아진 것이지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간사이가 아니라 주부 지방에 속하게 된 것입니다. 당장 주부 지방 최대도시인 나고야가 미에현 바로 동쪽에 있습니다

 간사이 지방은 한 때 일본의 중심이었던 곳이고, 오늘날에도 수도권인 간토에 버금가는 영향력을 지닌 지역입니다. 간사이를 대표하는 도시는 역시 오사카로 도쿄에 버금가는 일본의 제2도시입니다. 오사카는 일본의 수도였던 나라와 교토의 외항으로 발전한 도시였습니다. 수도의 외항인 만큼 일본 경제의 중심지였고,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천하인이 된 후 이곳을 자신의 거점으로 삼으면서 정치의 중심지까지 되었습니다. 하지만 히데요시가 죽고 세키가하라 전투로 인해 일본의 중심지가 간토의 에도(오늘날의 도쿄)로 넘어가면서 일본의 중심에서는 조금 멀어지게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업의 중심지로서의 위치는 지킬 수 있었기에 오늘날에도 일본의 대표적인 도시로 남았습니다. 

 오사카가 상업적으로 중요한 도시라면, 교토는 일본의 고도(古都)로 역사적인 가치를 지닌 도시입니다. 나라 시대와 메이지 유신 이후를 제외하면 일본의 수도는 언제나 천황이 있는 교토였습니다. 물론 막부 시대에는 막부의 본성이 있는 도시가 정치적 중심지 역할을 했지만, 그렇다고 해도 천황이 있는 교토는 일본의 정신적인 수도였습니다. 물론 정치적 혼란기를 거치며 도시가 몰락하기도 했지만, 천황이 있는 도시이기 때문에 정치적 중요성이 떨어지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에도가 이름을 도쿄로 바꾸면서 공식적인 수도가 되면서 교토의 정치적 중요성은 사실상 없어졌습니다.


 ③ 주부(中部)

  
(출처: 구글 어스)


 주부 지방은 간사이와 간토 사이에 있는 혼슈의 중심지입니다. 그래서 이름도 간결하게 중부인 것이지요. 그래서 스크린샷에 좌우로 간사이와 간토 지방이 찍힐 수 밖에 없어 빨간색으로 주부 지방의 경계를 표시했습니다. 보면 아시겠지만 역시나 산맥을 기점으로 지방의 경계가 나뉩니다. 또한 주부 지방도 산맥으로 권역이 나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주부 지방의 산맥은 북쪽에서부터 히다 산맥, 기소 산맥, 아카이샤 산맥이 있는데, 이 산맥들은 해발 3,000m 고봉들이 이어져 일본 알프스라고도 불립니다. 지형이 이러다 보니, 주부 지방은 산맥으로 나뉜 생활권에 따라 세부 지방으로도 나뉩니다.

 첫 번째는 남쪽의 도카이(東海) 지방입니다. 기후현, 아이치현, 시즈오카현에 나고야 영향권에 있는 미에현까지가 도카이 지방으로 분류됩니다(일본 입장에서 보면 남쪽이 동해라고 볼 수 있으니, 동해 지방이라고 부르는 모양입니다). 주부 지방에서 가장 큰 도시인 나고야가 있는 지방이고, 평야 지대가 넓어 사람이 모여 살기 좋은 곳입니다. 특히 일본 전국시대를 대표하는 다이묘 3인방인 오다 노부나가, 도요토미 히데요시,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모두 나고야가 있는 아이치현 출신이라는 점이 눈길을 끕니다.

 두 번째는 북쪽의 호쿠리쿠(北陸) 지방입니다. 북쪽의 육지라는 뜻으로 후쿠이현, 이시카와현, 토야마현이 포함되며 니가타현은 포함하기도, 포함하지 않기도 합니다. 비교적 가까운 나머지 세 현에 비해서 니가타현의 중심은 많이 북쪽에 치우쳐져 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이 지역에는 보드게임으로 유명한 카나자와시가 있습니다.

 세 번째는 고신에쓰(甲信越) 지방입니다. 이 이름은 여기에 속하는 야마나시현, 나가노현, 니가타현의 옛 지명인 가이(甲斐), 시나노 (信濃), 에치고 (越後)의 앞글자를 따서 만든 것입니다. 우리나라의 부울경과 비슷한 작법인 것입니다. 지형만 봐도 알겠지만 이 지역들은 수도권인 간토 지방과 가깝다는 것 외에는 공통점이나 교류가 별로 없습니다. 그래서 니가타가 호쿠리쿠 지방으로 빠지기도 하고, 야마나시는 아예 간토로 구분되기도 합니다. 이 지방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역시나 올림픽이 열렸던 나가노일 것입니다. 


④ 간토(関東)
 
(출처: 구글 어스, 아까 설명드렸듯 야마나시현은 간토 지방으로도 분류되지만, 저는 주부 지방으로 분류하겠습니다.)


 제게 간사이보다 관서가 더 익숙하듯 간토 역시도 관동이라는 말이 더 익숙합니다. 관동이라는 말은 관의 동쪽이라는 뜻인데, 이 관은 본디 앞서 간사이 지방 부분에서 설명드렸던 삼관입니다.

 그런데 조금 이상하지 않나요? 삼관 바로 동쪽은 주부 지방이고, 간토(관동) 지방은 삼관에서는 제법 떨어져 있습니다. 삼관이 기준이라면 주부 지방도 간토에 들어가지 않는 것이 이상합니다. 그 이유는 조금 복잡한데, 일본의 역사와 관련이 깊습니다. 간략히 설명하자면, 일본의 권력이 천황과 교토에 있던 시기에는 삼관 동쪽의 지역을 모두 간토라고 불렀지지만, 일본의 권력이 간토 지방의 무사들에게로 이동하자 이들이 기존의 긴키(간사이) 지방과 구분되도록 스스로의 본거지를 간토로 재정립한 것입니다.

 최초의 막부인 가마쿠라 막부의 본거지는 지금의 카나자와 현에 있는 가마쿠라 시로 가마쿠라 막부의 직접적인 권력이 닿는 지방을 일컬었습니다. 이후 막부 시대를 거치며 간토의 의미는 점차 넓어졌으며, 에도를 수도로 하는 에도 막부 시대에 들어서는 아예 수도를 방어하기 위한 새로운 삼관 동쪽을 관동이라 부르게 되었습니다. 이 삼관은 하코네토게(箱根峠), 코보토게토게(小仏峠), 우스이토게(碓氷峠)라는 세 고갯길에 세워졌습니다. 

 
(출처: 구글 어스, 아래에서부터 하코네토게, 코보토게토게, 우스이토게입니다.)


 간토 지방의 지형을 보면 앞서 살펴본 간사이나 주부 지방보다도 더 큰 평야지대가 눈에 띕니다. 하지만 저 땅이 모두 처음부터 개간된 평야지대는 아니었습니다. 간토 저지대는 습지가 많아서 개간하기가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간토 저지대가 본격적으로 개간되고 발전하기 시작한 것은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도요토미 히데요시에 의해 이 지역으로 전봉 된 이후로, 그 이전 간토 지방의 중심지는 카나가와현 남쪽의 사카이만 일대였습니다. 결국 오늘날 일본 수도권은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작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지요.

 간토 지방을 대표하는 도시는 역시나 세계적인 대도시인 도쿄를 꼽지 않을 수 없습니다. 도쿄는 우리식으로 읽으면 동경(東京)이죠. 수도의 명칭치고는 조금 이상하다는 느낌을 받지 않나요? 동양에서 수도 경(京) 자에 방위가 붙으면 고려시대의 남경이나 서경처럼 정식 수도가 아니라 수도에 준하는 대도시나 보조 수도를 의미합니다(중국의 수도가 북경인 시점에서 의미가 많이 퇴색되었지만, 이쪽도 최소한 명나라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복잡한 역사가 있습니다). 도쿄가 동경이 된 이유는 바로 교토(京都) 때문입니다.

 도쿄의 옛 이름은 에도(江戸)입니다. 강 강(江) 자에 집/지게 호(戶, 한국은 번체를 쓰고 일본은 간체를 써서 모양이 다르지만 같은 한자입니다) 자를 써서 강가의 집이라는 단출한 이름이지요. 이 이름은 완전히 촌동네던 이곳에 처음 세워진 성인 에도성에서 이름을 따온 것입니다. 그러던 에도가 에도 막부를 거쳐 대도시로 발전하면서 실질적인 일본의 수도 역할을 했고, 메이지 유신 이후 신정부의 수도를 에도로 삼으면서 천황도 에도로 이주하고 도시의 이름도 도쿄로 바꾼 것입니다. 이때 갑작스러운 천도는 교토에 큰 충격을 줄 수 있으니, 메이지 정부는 공식적으로 천도한 것이 아니라 천황의 거처만 옮긴 것이라 발표했습니다. 그랬기 때문에 교토를 격하하고 완전히 천도한 것이 아니라 교토는 그대로 두고 동쪽에 새 수도를 지은 형태가 된 것입니다. 그래서 도쿄가 있음에도 교토는 경부(京部)라는 수도로서의 명칭을 오늘날에도 유지할 수 있는 것입니다.

 도쿄 외에도 이 지역의 유명한 지역은 가마쿠라 막부가 있던 가마쿠라, 보드게이머들에게 친숙할 요코하마, 이승엽이 뛰었던 치바 롯데가 있는 치바현, 대머리망토가 활약할 것 같은 사이타마현이 있습니다. 여행을 가신다면 도쿄가 있는 도쿄만 일대와 가마쿠라 정도까지가 가시기 좋지 않을까 싶네요. 후술 하겠지만, 북쪽은 여전히 꺼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으니까요.


 ⑤ 도호쿠(東北)
 
(출처: 구글 어스)


 이제 혼슈의 마지막인 도호쿠입니다. 스크린샷을 찍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주부 지방의 니가타현도 포함되었습니다. 보다시피 니가타현의 중심부는 주부지방보다도 도호쿠 지방과 더 가깝기 때문에 구분에 따라서는 도호쿠 지방에 들어가기도 합니다.

 도호쿠 지방은 말 그대로 혼슈 동북면이라는 뜻입니다. 혼슈에서도 가장 늦게 개척되었기에 일본에서도 낙후된 지역이라는 인식이 많은 지역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오모리현의 사과와 같은 유명 특산물들을 비롯해 곳곳에 있는 평야 덕분에 농업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기도 했지만, 이 지역을 세계적으로 유명하게 만든 것은 자연재해로 인한 비극 때문이었습니다. 

 지도를 보셔서 이미 아시겠지만, 이곳 도호쿠 지방에 후쿠시마현이 있고 이 후쿠시마현에 원자력 사고가 있었던 후쿠시마 제1 원자력 발전소가 있습니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의 직격타를 맞은 곳이 바로 이곳 도호쿠 지방입니다. 
 
(출처: 구글 어스)

 구글 어스로 일본 지도를 보면 일본 동쪽의 수심이 갑자기 깊어지는 것이 보일 것입니다. 저 부분이 바로 태평양판과 유라시아판의 경계입니다. 그래서 일본 동부는 서부에 비해 지진이 잦은 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일본에서도 건물을 지을 때 내진설계를 하고 지진에 대한 대비도 많이 했지만,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은 일본 역사상 유례 없는 대지진이라 일본조차도 대응을 하지 못했습니다. 이 지진의 규모는 M9.1로 지진 관측 역사상 네 번째로 강한 지진이었고, 일본 역사상 가장 강한 지진이었습니다. 1923년 관동 대지진의 규모가 7.9였으니 이 지진은 한 차원 더 강했던 것입니다.

 동일본 대지진은 해양에서 일어났기 때문에 지진으로 인한 1차 피해보다도 쓰나미로 인한 2차 피해가 더 컸습니다.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사고도 발전소 시설을 덮친 15m 규모의 쓰나미가 원전의 시설을 침수하여 노심 냉각 장치를 망가뜨렸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태를 수습할 수 있는 여지가 있었지만, 도쿄전력의 안일한 대처로 인해 체르노빌과 동급인 최악의 원자력 발전소 사고가 되어버렸습니다. 그리고 이 사고로 인해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인근은 방사능 오염으로 인해 사람이 살 수 없는 땅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 비극은 우리 옆에서 아직도 현재 진행 중이라는 점이 더 무섭지요.
 
 
(출처: 대한민국 외교부 해외안전정보)


 
 (출처: 구글 어스)


 구글 어스 상의 표시는 외교부의 출국권고지역을 보면서 제가 직접 그린 것이라 오차가 있을 수 있습니다. 북쪽으로는 미나미소마시, 남쪽으로는 이와키시 북부, 서쪽으로는 타무라시의 동쪽이 이 경계입니다. 이 지역은 후쿠시마 원전 30km 이내이거나 일본 정부에서 피난지시를 내린 지역으로 사실상 사람이 살 수 없는 지역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실 이 주제는 우리에게는 일본의 비극보다는 오염수 방출로 인한 국제 갈등으로 먼저 와닿습니다. 이 문제는 오늘날에도 현재 진행 중인 민감한 문제이지요. 하지만 오늘 이 글에서는 이 땅에 살던 사람들의 이야기에 집중해보려고 합니다. 이 이야기는 게임 커뮤니티에 올라온 한 글에서부터 시작합니다.
 
 
 
(출처: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game_classic&no=867980)



 우리가 어떠한 사건이나 역사를 직접 또는 주변인의 경험을 통해 체험하느냐와 문자나 숫자로만 접하느냐는 그 사건이나 역사를 인식하는데 큰 차이를 불러옵니다. 이것은 어떠한 방식이 더 진실에 가깝다거나 더 올바르다는 의미가 아니라, 관점의 차이일 뿐입니다. 사건은 다채로운 층위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다양한 관점에서 사건을 바라보아야 사건을 더 온전히 이해할 수 있는 것이지요. 

 그런 면에서 한국에서는 포함한 동일본 대지진이라는 사건을 바라볼 때 전자의 관점으로 바라보기는 힘들지 않나 싶습니다. 윗글 사례와 같은 특수한 경험이 아니라면, 한국인이 당시 일본인들과 비슷한 경험을 하기는 어려웠고, 매체를 통해서 접하는 정보는 이 사건을 겪는 일본인 개인들의 경험보다는 사건의 규모와 한국에 미치는 영향에 집중되었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때로는 뉴스나 사료와 같은 1차 창작보다도 문학과 같은 2차 창작이 사건에 다가가는데 도움이 될 때도 있습니다. 감정이 제거된 텍스트를 통해서는 사건 당사자에 공감하기가 어렵지만, 감정을 표현하는 텍스트를 통해서 우리는 간접 경험으로 사건 당사자에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게 되는 것이지요. 

 주의: 지금부터의 글은 애니메이션 <스즈메의 문단속>의 내용을 다루고 있습니다. 스포일러가 있으니 아직 애니메이션을 보지 않으셨다면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그런 의미에서 올해 3월에 개봉했던 <스즈메의 문단속>은 매우 뜻깊은 작품이었습니다. 우리가 평소에 접하기 어려운 일본인들에게 동일본 대지진이 남긴 상처를 간접적으로 체험해 보고 공감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이 작품에선 동일본 대지진 당시의 참상과 오늘날까지의 영향이 모두 그려져 있습니다. 도호쿠 지방은 그날의 생지옥 같은 모습과 사람이 살 수 없는 오늘날의 참담한 모습이 모두 그려졌지요. 또한 스즈메와 스즈메의 이모를 통해 동일본 대지진이 사람들의 인생을 어떻게 바꾸었는지도 볼 수 있었습니다. 스즈메는 고작 네 살에 어머니와 고향집을 잃고 이모 손에 맡겨졌고, 스즈메의 이모는 갑작스럽게 스즈메를 맡으며 자신의 인생을 포기해야 했습니다. 이로 인한 갈등이 영화 종반에 표출되는데, 두 사람이 서로를 가족으로 아끼고 있음에도 동일본 대지진으로 인해 달라진 인생으로 인한 마음속 깊은 상처가 부정적인 감정이 격화되며 드러난 것이죠.

 <스즈메의 문단속>은 이렇게 동일본 대지진이 일본인들에게 남긴 상처와 돌아갈 수 없는 과거에 대한 그리움을 그리지만, 한편으로는 지난 과거를 극복하고 새로운 일상을 소중히 하며 앞으로 나아가자는 메시지로 끝을 맺습니다. 문 밖을 나선 후 다시는 돌아오지 못한 사람들에 대한 그리움은 오늘을 사는 사람들의 「おかえり」로 화답된 것이죠. “다녀오세요.” 이후로 끊어진 일상이 새로운 “다녀오셨어요”로 다시 시작되는 것입니다.
 
 4. 1장을 마치며

 글이 여기저기로 새어버려서 한 편으로 쓰려던 글이 굉장히 길어졌습니다. 특히 마지막의 도호쿠 지방 이야기는 처음 생각보다 글이 굉장히 길어졌습니다. 원래는 혼슈를 먼저 소개하고 나머지 지방을 소개하려고 했지만, 도호쿠 지방의 이야기를 쓰다 보니 이 부분을 가장 마지막에 배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글을 다시 편집하기도 했습니다. 어떻게 보면 <세키가하라>와 큰 상관이 없어 보이는 분량이 너무 많아진 것도 같습니다. 이 게임에서 등장하는 지역은 간사이부터 도호쿠 남부까지이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보드게임 <세키가하라>가 동일본 대지진과 상관이 없지는 않습니다. 이 게임의 작가 Matt Calkins는 게임의 초판 작가 수익을 전부 동일본 대지진 피해 복구를 위해 기부했기 때문입니다(<세키가하라> 초판은 2011년에 나왔고 동일본 대지진은 2011년 3월에 일어났습니다). 작가의 마음이 일본에도 잘 전해졌길 바랍니다.

 이제 다음 장부터 우린 <세키가하라>를 향해 나아가보겠습니다. 그러면 본격적인 일본 역사 이야기가 기다리는 다음 편으로 다시 돌아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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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키가하라: 일본 통일
    Sekigahara: The Unification of Japan (2011)
    • Rodger B. MacGowan, Mark Mahaffey
1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스태프 [GM]찰리
    • 2023-07-19 10:20:41

    잘못된 정보가 있어 정정드립니다. 코리아보드게임즈에서 출시한 보드게임 <카나가와>는 주부지방이 아니라 간토의 카나가와가 배경입니다. 한국의 광주처럼 일본에도 지명이 같은 지역이 여럿 있어서 생긴 오류입니다. 다음 글부터는 보다 정확한 정보를 전달드릴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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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갤러] 라스베가스로 떠난 카우보이들 (feat. 소 판 돈)
    • 관리자

      에이캇뜨필충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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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후기] 메이지나이트 리뷰 및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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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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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이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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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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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v.14

      일리제

    •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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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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