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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블리셔 이야기 - 코스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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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7-18 16:4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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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GM]언테임드
<카탄>과 <우봉고> 등의 보드게임 퍼블리셔로 유명한 코스모스 사의 정식 명칭은 ‘프랑크 코스모스 출판 주식회사 Franckh-Kosmos Verlags-GmbH & Co. KG(이하 코스모스)’다. 보드게임 사업으로 유명한 회사지만 본래 코스모스는 자연 과학 안내서, 기술 서적, 아동과 청소년 도서 등의 폭넓은 분야의 도서를 발간하는 도서 출판사다. 이 회사는 도서와 보드게임, 다양한 종류의 어린이용 과학 실험 세트 개발 등 폭넓은 사업 분야를 가지고 있다.
오랜 역사를 지닌 코스모스
코스모스는 다양한 사업 영역만큼이나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는 회사다. 이 회사가 설립된 시기는 1822년, 그러니 200년 이 지난 셈이다. 두 세기를 지나는 동안 이 회사에도 다양한 사건들이 있었는데, 특히 세 번의 전환기를 거치며 큰 변화를 겪었다.
프랑크의 출판유통사를 설립한 요한 프리드리히 프랑크
주목해야 할 첫 번째 시기는 회사가 설립된 1822년이다. 이 해에 요한 프리드리히 프랑크와 프리드리히 고틀로브 프랑크 형제는 독일 바덴뷔르템베르크 주의 주도인 슈투트가르트에 ‘프랑크의 출판유통사 'Franckhsche Verlagbuchhandlung’를 차렸다. 프랑크 형제는 본래 도서 관련 업무와 전혀 상관없는 주세징수인 출신이었고, 기존 서적상에선 업계인도 아니고 자격도 없는 이들에게 서적상의 지위가 주어지는 것에 반발했다. 업계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이 회사는 이후 <난쟁이 코>, <카라반> 등을 쓴 빌헬름 하우프 작가를 비롯해 당시엔 젊었던 소설 작가들을 발굴하며 도서 출판사로 제대로 자리를 잡았다. 하지만 설립자 형제가 차례로 세상을 떠난 후 회사는 활력을 잃었으며, 한동안 신간 출시가 없는 휴지기를 갖는다.
오이카 네만(왼쪽)과 발터 켈러(오른쪽)가 회사를 인수하며 두 번째 시기가 시작된다.
휴지기를 깨고 두 번째 시기가 시작된 것은 1893년, 오이카 네만과 발터 켈러가 이 회사를 인수하면서였다. 회사의 새 경영진은 출판물에 공통으로 적용할 수 있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몇 가지 가지고 있었다. 첫 번째로 적용한 아이디어는 ‘세탁 가능한 책 표지’였다. 아무도 미처 생각지 못했을 법하지만 한편으로는 아무도 필요로 하지 않을 것 같은 이 아이디어는 시장에서 별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두 번째로 적용한 아이디어는 오늘날에도 많이 쓰이는 ‘띠지’였다. 책 표지에 별도의 종이를 둘러 책 홍보지로 삼는 이 기법은 오늘날 대부분의 출판사들이 애용하는 방법이다. 책에 대한 몇 가지 아이디어를 구현하는 것을 넘어 새로운 혁신을 추구했던 경영진은 당시 빠르게 발전하고 있던 자연 과학 분야로 눈을 돌렸다. 회사는 ‘과학을 이해하자’라는 모토 아래 자연 과학 애호가 모임을 조직했으며, 모임의 회원들을 대상으로 과학적인 정보를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잡지를 발간했다.
두 번째 시기를 상징하는 잡지 <코스모스>. 이 이름은 훗날 회사의 이름이 됐다.
이 잡지의 이름이 바로 <코스모스>다. <코스모스>의 발행 부수는 점차 늘어나서, 1912년엔 월 10만 부까지 도달했다. 이 <코스모스>는 점차 회사의 중심이 되었다. <코스모스>의 구독자는 이 회사에서 나오는 다른 제품도 할인된 가격으로 살 수 있게 되었다. 회사는 이런 회원을 대상으로 한 자연과학 서적과 기술 서적을 편찬하며 사업 영역을 늘려나갔다. 그러던 중에 1922년에는 처음으로 과학 실험 세트를 시장에 내놓았다. 어린이와 청소년이 과학 기술을 직접 체험하고 이해할 수있게 한다는 목적으로 만들어진 과학 실험 세트는 1937년 파리세계 박람회에서 금메달을 수상하는 등 높은 평가를 받았다. 그러다 제2차 세계 대전 중이던 1943년에 슈투트가르트 도심이폭격을 당하면서 이 출판사도 화마에 휩싸였고, 또다시 긴 침체기가 시작되었다.
훗날 코스모스의 한 축이 될 과학 실험 세트가 1922년에 처음으로 만들어졌다.
1952년, 오이카 네만과 발터 켈러의 후계자인 오이카 R. 네만과 롤프 켈러가 새로운 경영진이 되면서 세 번째 전환기가 찾아왔다. 새 경영진은 과학과 기술 영역을 더 크게 확대하고, 여러가지 또 다른 사업 분야를 개척하기 시작했다. 이 새로운 분야 중 하나가 바로 보드게임이다. 보드게임 사업은 1970년대 말부터 시작되었지만 곧바로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이 회사의 보드게임 사업이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1984년에 발표한 <셜록 홈즈 범죄 캐비넷>이 1985년 독일 올해의 게임상을 수상하면서다.
코스모스에게 1984년 올해의 게임상을 안긴, <셜록 홈즈 컨설팅 디텍티브>(왼쪽, 셜록 홈즈 범죄 캐비넷과는 같은 게임)과
1986년 올해의 게임상 특별상을 안긴 <뮐러&존>(오른쪽)
이 게임은 보편적인 보드게임이라기보다는 추리 소설을 활용한 게임북에 가까운 것이었는데, 도서 출판을 전문으로 하던 코스모스에 적합한 게임이었을지도 모른다. 그 이듬해인 1986년엔 <뮐러&존>이 올해의 게임상에서 특별상인 아름다운 게임상을 수상했으며, 그 외에도 상을 받지는 못했지만 드문드문 추천 목록에 이름을 올리며 보드게임 사업을 어느 정도 안정적인 궤도에 진입시키고 있었다. 그리고 1990년엔 170년 가까이 지켜왔던 회사 이름을 ‘프랑크 코스모스 출판 주식회사’로 변경했다. 그리고 코스모스를 회사의 대표 브랜드로 삼는다. 여담이지만 새로운 회사 이름의 기반이 됐던 <코스모스>지에는 이 시기에 또 다른 변화가 찾아온다. 1999년에 호르스트 스턴이 발행하는 <나투어>지와 합병되며 <나투어+코스모스>란 이름으로 바뀌었다가, 2012년에 다시 <나투어>지로 이름을 바꾸며 독일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자연 과학 잡지 <코스모스>는 100년의 역사를 마감한다.
카탄의 탄생
코스모스는 <카탄>을 통해 1995년에 독일 올해의 게임상과 독일 게임상 모두를 거머쥐었다. 한 게임이 두 상을 동시에 거머쥔 것은 1990년 FX 슈미트에서 발표한 <아델 퍼플리히테트> 이후 처음이었다. 그리고 공교롭게도 두 게임 모두 클라우스 토이버 작가의 게임이다.
꾸준한 활동으로 힘을 키워온 코스모스가 보드게임 분야에서 그 잠재력을 폭발시킨 것은, 비디오 게임의 유행으로 한창 보드게임이 몰락하고 있던 1995년이었다. <카탄>은 발매된 해에 보드게임계의 양대 상이라 할 수 있는 독일 올해의 게임상과 독일 게임상을 석권했다. 평론가로 이뤄진 심사 위원단에 의해 수여되는 올해의 게임상과 적극적인 소비자인 게이머들의 투표에 의해 수여되는 독일 게임상 모두를 거머쥐었다는 것은 평론가와 소비자 모두를 사로잡았다는 의미다. 화려한 데뷔에 성공한 <카탄>은 현대 보드게임의 유행을 일으키며 보드게임 산업 부흥의 신호탄이 되었고, 그 후 긴 시간 동안 세계 보드게임 산업에 강한 영향을 끼쳤다. <카탄>이 남긴 족적의 깊이는 지금도 끊임없이 확인할 수 있다. 2018년 1월에 미국 <애틀란틱>에 실린 기사 ‘독일 보드게임의 침략’에서도 북미 보드게임 시장의 가파른 성장의 중심에 <카탄>이 있었다고 분석하고 있다.
<카탄>이 성공한 제1의 원인은 기본적으로 클라우스 토이버 작가가 게임을 매우 잘 만든 것이겠지만, 코스모스 편집진의 능력이 충분하지 않았다면 이 정도의 성공을 이루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실제로 <카탄>의 개발 과정에서 코스모스 편집진이 상당 부분 개입하기도 했다. 클라우스 토이버 작가가 처음 만들려던 게임은 <카탄>보다 훨씬 큰 볼륨과 서사를 지닌 것이었지만, 코스모스의 개입을 통해 게임의 핵심적인 부분만을 살리는 방향으로 편집되었다. 이 편집 방향이 옳았음은 1995년 수상경력과 판매 실적만으로도 증명이 가능할 것이다. 코스모스와 클라우스 토이버는 <카탄>이 충분한 성공을 거둔 뒤인 1997년부터, 확장판을 통해 원래 가졌던 계획을 하나씩 구체화하며 보강하기 시작했다. <카탄>의 이런 개발 방식은 아직 확장판이란 것이 친숙하지 않던 1990년대에 이 시스템을 성공적으로 안착시켰다.
카탄
보드게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섬은 단연 카탄 섬이라 할 수 있다.
<카탄>에서 플레이어들은 카탄이라 불리는 무인도에 도착한 개척자 역할을 맡는다. 이 개척자들은 각종 자원을 모아서 마을을 만들고 마을을 도시로 발전시키는 등의 활동을 벌이며, 누가 가장 먼저 일정 수준의 개발을 완료했는가를 두고 서로 경쟁한다. 플레이어들 간에는 서로 경쟁하지만, 직접적으로 다른 플레이어의 것을 파괴하지는 않는다. 도둑이나 기사 카드를 이용해 상대 플레이어의 자원 생산을 방해하거나, 도로를 확장하는 과정에서 다른 플레이어의 확장 방향을 방해하는 것과 같은 간접적인 견제 활동만 가능하다. 이런 사소한 견제가 있지만, 플레이어들은 무인도였던 카탄 섬에 문명을 함께 건설하는 선의의 경쟁자에 가깝다. 카탄 섬에서 각각의 자원들이 생산되는 지역은 처음 게임을 준비할 때 무작위로 정해지며, 플레이어들이 처음 마을을 건설할 때 이미 다른 플레이어가 선택한 곳에 마을을 건설할 수 없으므로 플레이어마다 얻을 수 있는 자원이 다르다. 이렇게 각자 가진 자원이 다르지만, 도로•마을•도시 등을 건설할 때 필요한 자원은 누구에게나 같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플레이어마다 남는 자원과 모자란 자원이 발생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수단으로 플레이어간에 서로의 자원을 교환하는 단계가 마련돼 있다. 그리고 이런 자원 교환 행위로 인해 자연스럽게 직간접적인 협력이 일어난다. <카탄>을 처음 접한 북아메리카 등의 소비자들은 상대 플레이어에게 직접적인 위해를 가하지 않으면서도 수준 높은 경쟁을 벌일 수 있다는 점에 큰 충격을 받기도 했다.
카탄 이후 올해의 게임상에서
코스모스는 2005년엔 <꼬마 유령>으로 올해의 어린이 게임상, 2008년엔 <켈티스>로 올해의 게임상, 2013년 <안도르의 전설과> 2017년 시리즈로 올해의 숙련자 게임상을 수상하며 독일 올해의 게임상 전 부문에서 수상작을 배출했다.
<카탄>의 성공 이후에 코스모스는 이에 안주하지 않고, 더 다양한 보드게임 영역을 통해 편집 및 개발 역량을 끌어 올렸다. 독일 올해의 게임상 최종후보에 이름을 올린 이력을 살펴보면 그 흔적을 확인할 수 있다. <카탄>이 수상한 다음 해인 1996년부터 2018년까지 23년간, 코스모스는 독일 올해의 게임상 후보작에 9번 이름을 올렸고 한 차례(2008년 <켈티스>) 수상했다. 그리고 2001년에 설립된 어린이 게임 부문에는 18년간 7번 이름을 올렸고 마찬가지로 한 차례(2005년 <꼬마 유령>)수상했다. 2011년에 설립된 숙련자 게임 부문에서는 8년간 3번 이름을 올렸고 두 차례(2013년 <안도르의 전설>과 2017년 시리즈) 상을 수상했다. 그리고 두 번의 특별상 수상까지 하며, 거의 모든 보드게임 분야에서 활약해왔다. 이 기간동안 올해의 게임상 3가지 부문을 합쳐 최종 후보작에 코스모스보다 더 많은 게임이 선정된 퍼블리셔는 없다. 올해의 게임 부문에서는 <카르카손>의 원 퍼블리셔인 한스 임 글뤽이 9차례 이름을 올려 코스모스와 같은 횟수를 기록했고, 어린이 게임 부문에서는 하바가 코스모스보 다 더 많은 12차례 최종 후보작에 이름을 올렸다. 이 둘은 확고한 자기 분야가 있는 전문 업체라고 할 수 있겠지만, 두 회사 모두 자기 분야를 벗어나서는 그리 많은 활약을 보이지 못했음을 볼 때 코스모스가 모든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모습은 매우 인상적이다.
2명을 위한 게임들
코스모스의 ‘2명을 위한 게임 Spiele für Zwei’ 제품군은 코스모스의 노련함이 돋보이는 부분이다. 보드게임 시장의 주류가 여러 사람이 할 수 있는 게임이었던 시기에, 단 두 명이 할 수 있는 게임을 원하는 시장도 있음을 간파한 것이다. 그리고 바로 이지점을 공략함으로써 시장에 비어 있던 공간을 단숨에 차지하는 데 성공했다. 이 제품군을 만들기 위해 가장 먼저 시도한 것은 이미 확고하게 베스트셀러로 자리 잡은 <카탄>의 활용이었다. 1996년에 <카탄>을 2명이 할 수 있는 카드게임 형태로 바꾼 <카탄 카드게임>을 낸 것이 첫 번째 시도였으며, 이듬해인 1997년에 <카이사르와 클레오파트라>, 1998년에 <카후나>를 출판하며 본격적으로 제품군을 형성하기에 이른다. 그리고 매년 이 제품군에 게임을 추가하며 그 규모를 점차 키워나가고 있다.
이 제품군에서 단연 눈에 띄는 것은 라이너 크니치아 작가가 만든 <로스트 시티>와 귄터 코넷 작가가 만든 <카후나>다. 이 두 게임은 시장에 나온 지 20년 가까이 지난 지금까지 단 한 번의 단종 없이 꾸준히 이어오고 있는 검증된 스태디셀러다. 특히 <로스트시티>는 출판된 당시인 1999년엔 올해의 게임상이나 독일 게임상의 수상과는 아무런 인연이 없었지만, 9년이 지난 2008년에 <로스트 시티>의 기본 규칙을 거의 그대로 활용하면서 여러 사람이 할 수 있게 만든 <켈티스>가 그해 올해의 게임상을 수상했다. 이는 <로스트 시티>의 게임 규칙이 얼마나 잘 짜여 있었는가를 보여주는 하나의 증거일 것이다.
카후나
<카후나>에서 플레이어들은 여러 섬으로 이뤄진 군도의 지배권을 두고 경쟁하는 마법사 역할을 맡으며, 세 라운드에 걸친 다툼 끝에 승자가 결정된다. 게임판엔 여러 섬이 표시돼 있고, 이 섬들은 다리를 통해 연결될 수 있다. 그리고, 각각의 섬에 대해서 누구의 다리가 더 많은가에 따라 해당 섬의 지배권이 결정된다. 상대 플레이어보다 더 많은 다리를 가지기 위한 방법은 2가지가 있다. 하나는 상대보다 다리를 더 많이 짓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상대 플레이어가 이미 건설한 다리를 부숴버리는 것이다. 이 두 행위는 모두 카드를 사용해서 할 수 있다. <카후나>의 카드엔 섬 하나가 그려져 있는데 카드 1장을 사용하면 그 카드에 그려진 섬과 연결되는 다리 1개를 지을 수 있으며, 다리를 기준으로 그 다리를 통해 연결되는 섬 카드 2장을 사용하면 다리를 부숴버릴 수 있다. 카드를 어떤 용도로 사용할 것인지는 플레이어의 선택에 달려 있다. 자기 차례엔 손에 들고 있는 카드를 원하는 만큼 사용할 수 도 있고 카드를 안 쓰기로 결정할 수도있다. 플레이어는 아무 카드를 사용하지 않고 차례를 넘기는 것과 여러 장의 카드를 사용해 연쇄 반응을 만들어 내는 것 사이에 원하는 선택을 할 수 있다. 몇 장을 쓰건 차례가 끝날 때엔 카드1장만 가져오기 때문에 카드를 사용하지 않았다면 손에 든 카드가 1장씩 모이고, 여러 장을 사용했다면 다음 차례엔 더 적은 카드를 들고 게임을 진행하게 된다. 플레이어를 항상 전술•전략적 선택의 기로 속에 서게 만드는 점이 돋보인다.
코스모스의 숙련자 게임
올해의 게임상 숙련자 게임 부문은 2011년에 설립되었는데, 코스모스는 2013년 <안도르의 전설>과 2017년
EXIT 시리즈
시리즈는 2017년에 시즌 1이, 2018년에는 시즌2가 발매됐다.
시리즈의 상자를 열어 보면, 규칙서 외에 작은 책1권과 카드, 그리고 암호 해독용 원판이 하나씩 들어 있고 제품마다 고유한 별도의 게임 구성물이 약간씩 들어 있다. 이 중에서 의 핵심 게임 구성물은 바로 작은 책이다. 이 책에는 여러 가지 수수께끼가 들어 있으며 동시에 플레이어가 갇혀있는 공간을 직접적으로 묘사하는 장치이기도 하다. 게임을 진행하다 보면 추가적인 수수께끼 카드를 얻게 되는데 여기엔 새로운 수수께끼나 이미 나와 있는 수수께끼의 추가 단서, 혹은 새로운 장소가 나와 있다. 에 등장하는 수수께끼 대부분은 잠금장치로 잠긴 많은 것들을 열 수 있는 암호를 숨기고 있다. 잠금장치를 해제하기 위해서는 올바른 암호를 찾아낸 후 ‘암호 해독용 원반’에 입력해야 하는데, 매번 배경 이야기에 등장하는 수상한 원반이 바로 암호 해독용 원반이다. 시리즈에서 플레이어들은 매우 다양한 유형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어떤 패턴을 찾아내거나 공간을 다루는 수학적인 퍼즐은 물론이고, 글 속에 숨어 있는 의미를 발견하거나, 보통은 생각도 못할 기발한 발상의 전환 등이 필요하기도 하다. 독일 올해의 게임상 심사위원단은 에 대해 “매혹적이고, 도전할만하고, 놀랍다. 완벽한 게임 진행 원칙과 주목할 만한 협력 게임”이라는 평을 남겼다.
시리즈는 카드와 작은 게임 구성물 만으로도 플레이어로 하여금 모험 속에 빠져있는 기분을 느끼게 해준다.
퍼즐을 닮은 게임들
앞서 언급한 게임들 외에도 주목할 만한 코스모스의 보드게임은 여러 가지가 있다. 이 중에서도 퍼즐 형태의 게임이 유독 많이 눈에 띄는 점이 코스모스의 제품군이 가진 독특한 특성 중 하나다. 여럿이 함께 하는 퍼즐 게임의 대명사가 된 <우봉고>와 그 시리즈인 <우봉고 미니>, <우봉고 3D>는 물론이고, <울루루>나 <라 보카>와 같은 독특한 개성을 지닌 퍼즐형 보드게임도 눈에 띈다. 이 게임들은 복잡하지 않고 길지 않은 게임 규칙 안에서, 플레이어를 깊은 생각의 우물 속에 빠뜨리고는 한다. 이런 게임들의 특성에서 코스모스의 편집부가 추구하는 개발 방향을 엿볼 수 있다.
라 보카
<라 보카>는 협력과 경쟁이 공존하는 퍼즐 게임이다. 매 차례마다 각기 다른 플레이어와 협력하며 점수를 얻어야 하지만 최종적으로 가장 점수가 높은 플레이어가 승리하므로 다른 플레이어와의 경쟁도 불가피하다. 자기 차례인 플레이어는 파트너 칩을 뽑아 함께 문제를 풀 사람을 정한 다음, 카드 1장을 게임판에 꽂고 차례를 시작한다. 이 두 플레이어에게 주어진 시간은 단 2분뿐이며, 이 둘은 그 시간 동안 방금 게임판에 꽂은 카드의 설계도에 맞춰 블록으로 건물을 지어야 한다. 두 플레이어는 서로 마주 보고 앉아 설계도의 각기 다른 면만 확인하며, 이 두 면은 서로 다른 정보를 담고 있다. 이 두 면 모두를 만족하게끔 건물을 지어야 하므로 두 플레이어는 끊임없는 대화를 통해 정보를 공유해야만 한다. 완벽한 호흡과 정보 공유를 통해서만 건물을 올바로 지을 수 있다. 2분이란 길지 않은 시간 동안 재빠르게 건물을 지어야 하므로 긴장감이 계속 고조되고, 시간 내에 건물을 완성했을 때는 상당한 희열을 느낄 수 있다. 건물을 짓는 동안엔 서로 협력해야 하지만, 게임 전체로 봤을 땐 서로 경쟁해야 한다는 점이 <라 보카>의 독특한 매력이다.
마치며…
코스모스는 <카탄>을 통해 보드게임계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온 것 외에도 몇 가지 흔적을 보드게임계에 남겼다. 그중에 하나는 ‘보드게임 작가’라는 개념이다. 코스모스는 애초에 책을 출판하는 출판사였기 때문에 보드게임을 대할 때도 책과 비슷하게 다뤘다. 책과 작가와의 관계를 보드게임과 보드게임 작가와의 관계에 도입한 것이다. 책과 마찬가지로 보드게임의 작가 이름을 보드게임 상자 전면에 인쇄하고, 매절 계약이 아닌 인세 계약을 체결하는 방식을 적용한 것 등이 모두 보드게임을 책과 비슷하게 취급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런 대우는 보드게임 작가들 스스로에게 자신이 단순한 아이디어 제공자가 아닌 ‘작가’임을 자각할 수 있게 했다. 코스모스는 매 시기마다 각기 다른 사업 영역을 구축했고, 많은 영역에서 새로운 흐름과 함께 해왔다. 앞으로는 또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자못 궁금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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