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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티 > 자유게시판 퇴근 전 보드게임 잡담 #18 - 202311 보드게임 페스타 후기
  • 2023-11-22 09:5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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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38

Lv.26 [개굴이]

안녕하세요, 오늘은 잡담하는 양서류 개굴입니다. 

 

우리나라는 4계절이 뚜렷한 아름다운 나라라고 배웠건만, 가을 옷은 고작 1주일, 길어야 2주일 가량 입으면 끝이네요. 

심심찮게 비가 내리며 눈에 띄게 몸이 떨리고, 아침저녁으로 슬금슬금 빙판이 생기는 걸 보니 겨울의 문턱을 이미 넘어섰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런 날 무거운 보드게임 들고 다니다가 빙판에 넘어지기라도 하면 몸도 상하고 게임도 상하고 마음도 상하니 조심하시라는 말씀과 함께

지난 주엔 2023년 두 번째 보드게임 페스타가 있었죠? 그럼 페스타 후기를 메인으로, 46번째 잡담글, 시작할게용 :)

 

 

 

1. 여러분은 저와 함께 갈 수 없습니다

얼마 전엔가, 학교 동아리 학생들이 지난 번 보드게임콘 사전등록때 제공해 둔 전화번호로 페스타 홍보가 왔던 모양이더라고요.

그래서 이번에도 당연히 가는 줄 알고 주말에 약속이고 알바고 다 빼놓았다며 급기야 "버스를 대절해주실 수 없다면 교통비는 사비로 지출하겠습니다" 라고 선언...!!

...물론 학교도 엄연히 관공서다보니, 그게 그렇게 주먹구구식으로 되지 않습니다.

미리 사전에 계획서도 제출해야 하고, 단체 교육활동이면 보험도 들어줘야 하고요, 학부모님들께 동의서도 받아야 하죠. 당연히 해당 동의서 역시 사전에 결재를 받아야 하고요.

뭐 아무튼, 아이들은 그렇게 믿었던 선생님에게 배신 아닌 배신을 당하고, 주말에 다시 일터로 향했다는 슬픈 소식. 

근데 딱히 간다는 얘기도 안했고, 반대로 가을 페스타는 못간다고 얘기도 했는데 요녀석들... 선생님 말은 귓등으로 흘렸구나.

 

 

 

 

2. 플래그는 빗나가지 않으니까 플래그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장르는 의외로 1:1 카드게임입니다. 특히 덱메이킹 요소가 있다거나 하면 두 배로 환장을 하죠.

최근에 이 게임 장르로 팍 꽂힌건 역시 클래시 오브 덱스. 고작 32장중 16장으로 즉석에서 덱을 만들고 들이받을 수 있다니 이 얼마나 축복인지.

 

암튼, 가이오트님께 지난 다다콘에서 크로키놀을 완패하고 "중학생 실력 인증서"를 받았고,

이번에 사망유희왕에 도전했다가 "꼬리를 말고 도망찬 야생동물" 칭호를 획득해서

이번 클래시 오브 덱스 가이오트 섬멸전에 참가해 6%의 딜을 꽂아넣고 잃어버린 명예를 되찾으리라 생각했습니다.

 

결전의 날, 저는 기본판밖에 없어서 기본판의 돌진 키워드가 있는 녀석들 4장과 언제든 1몫을 해주는 트롤,

트롤의 뒤를 받쳐줄 딱총주문 한장과 관통하수인 하나, 큰 주문 하나로 8장의 덱을 꾸려갔습니다.

앉아서 야심차게 덱을 오픈했는데 옴마나 세상에, 세미 미러전이네요? 가이오트님도 돌진 하수인 위주의 덱으로 구성해오셨더라고요.

다만 돌진하수인 특유의 부실한 하체로 인해 트롤이 가성비 좋게 전선을 비울 수 있어서 꽤 게임이 괜찮게 풀려가더라고요.

그리고 저는 감시탑을 가장 좌측에, 가이오트님은 요새를 우측에서 두세번째 즈음에 배치하신 상태가 되었습니다.

 

주변에 어린이 갤러리도 많기도 했고, 행사장의 열기도 있고, 짤뎀으로 한 턴에 1~2뎀씩 누적시켜서 게임 시간도 거의 15분 가까이 되었고...

그래서 라인 정리해가면서 다시 손패로 돌려서 데미지와 마나를 회복시켜주느니, 한 대 맞더라도 라인 하나 반 쯤 내어주고 나머지 라인에서 대처 불가능한 상황을 만들자...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여기서 승리...아니, 패배의 주문을 작렬시켰죠.

 

"아니 미러전을 하면서 이렇게 원사이드로 흘러가다니...!! 무엇의 차이일까요...?? 파일럿이 아닐까요??"
"1틱씩 데미지가 들어가며 말라죽는 결과를 기다리시느니, 강호인답게 패배를 인정하시는것도 고려해보시죠"

 

그리고 귀신같이 다음턴 최소한의 몸빵으로 세워둔 크리쳐 하나 주문으로 찢겨나가고, 한 번에 5, 5, 6데미지 꽂혀서 감시탑 두 바퀴 돌아서 사망.

 

오늘의 교훈 : 플래그는 빗나가지 않으니까 플래그다. 

 

 

 

 

3. 이제는 당당히 행사장의 주인공으로! 

항상 그랬나요? 지난 보드게임콘에선 개인제작자에게 소형부스를 하나씩 배당해서 체험존을 운영했던 것 같은데 말이죠.

이번 페스타에는 저런 식이 아니라, 3관에 꽤 큰 규모로 오픈되어있는 형태의 개인제작자 게임 체험존이 있더라고요.

 

사실 콘에서의 부스는 다인원을 수용하기도 어렵고, 체험 보다는 뭐랄까... 상담 느낌이 강했다고 해야할까요? 아무튼 쉽게 구경하기도, 앉기도 조금은 어려운 분위기였단 말이죠.

그에 비해 이번 페스타의 개인작가 체험존은 자연스럽게 다른 테이블을 구경하거나, 테이블에 앉을 수 있는 형식이어서 좋았습니다. 

오픈되어있는 공간이다 보니 전반적으로 분위기도 좀 트여있었고, 다른 테이블의 반응을 보며 호기심을 유발하기도 좋았고요.

저희도 스위트 게임즈의 럼샷을 플레이했는데, 좋은 환경을 제공해주신 덕분에 좋은 게임을 더 신나서 노래까지 부르며 즐길 수 있었어요. 

 

여권 형태의 스탬프북도 좋은 아이디어였던 것 같고, 여러 모로 많이 고민하셨던게 느껴졌습니다. 

...까지 쓰고 임시저장을 해놓았는데, 두더지게임즈 대표님께서 보드라이프에 페스타 비하인드 글을 올려뒀네요.

굉장한 열정이 느껴지는 글이니 꼭 검색해서 읽어보시길!!

 

 

 

 

4. 말도 분위기를 읽는다

이번 페스타 화제의 게임은 역시 레디 셋 벳이 아닐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아주 그냥 굉장하더라고요.

대부분의 테마틱 보드게임은 보드게임에 해당 테마를 잘 입히는 것이 관건입니다. 보통 그렇게 하구요.

레디 셋 벳은 반댑니다. 해당 테마에 보드게임 요소를 가미하려고 아주 갖은 애를 쓰고 있어요. 

그런데 심지어 그 노고에도 불구하고 테마가 보드게임 요소를 씹어먹습니다.

그래서 게임을 하다보면 "저는 보드게임이라구요" 라는 듯한 게임(과 룰마)의 단말마 같은게 들려요. 

 

크리에이터데이에서 해보고 "이 방식은 먹힌다" 싶었는지, 결국 페스타에서도 대형 스크린에 어플을 하나 띄우고 그거로 여러 테이블에서 진행을 하더군요

맨 처음엔 이거 괜찮나...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다들 재미있게 즐겨주시는 것 같아서 지나갈 때 마다 발걸음을 멈추고 보곤 했습니다. 

특히 11/12번 등의 파란색 경주마들이 (행사)장 분위기를 읽었는지 상위권으로 치고 올라오는 경우가 꽤 잦아, 

여기저기서 탄식과 환호가 쉴새 없이 터져서 (행사)장내 분위기가 더 달아올랐던 것 같아요.

 

조만간 교육현장에서 잘 다듬어서 써보고 싶은데....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확률과 통계 시간에 철저하게 학습지를 만들어서 하면 되지 않을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5. 앙팡테리블

이번 페스타에서 느낀건데, 보드게임을 즐기는 아이들의 수준이 매우 높아졌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단적인 예가 클래시 오브 덱스였는데 가이오트님 레이드를 뛰는데 옆에서 초등학생 저학년 정도 되어보이는 친구가 관전을 하고 있었어요.

처음엔 그냥 구경하나보다...라고 생각했는데 옆에서 혼잣말을 하는걸 보니 경기를 미시적으로 분석을 하고 있더라고요ㅋㅋㅋㅋㅋㅋㅋ

 

- 아 지금은 저게 나와서 저쪽을 이렇게 일부러 한거구나

- 저러면 상대방이 곤란해지는구나

- 저런 공격은 어차피 손으로 패가 들어가서 회복을 하니 의미가 없구나

이러면서요. 저 진짜 귀를 의심했다구요. 옆의 보호자 분 께서 살짝 살짝 디딤대를 세워주시긴 했지만, 어른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시각에서 게임을 즐기는걸 보고 조금 많이 놀랐습니다.

 

한 때 보드게임을 "돈 많은 어른들의 취미" 라고 생각했던 때가 있었는데 이 1년동안 여러 행사에 참여하며 그런 생각을 싹 고쳐먹었어요.

유희왕과 포켓몬 카드의 영향인지, 게임회사들의 적극적인 마케팅 영향인지, 교육현장에서 게이미피케이션을 도입하고 계신 선생님들 영향인지

뭐 하나로 단정지을 수는 없겠지만, 아이들의 좋은 취미가 되고 있다는 사실에 내심 기분이 좋았습니다.

 

동시에 그에 못지 않은 많은 어른들이 그 무엇보다 완구형 보드게임에 열을 올리는걸 보고 "이것은...역전의 세계인가" 싶었다는 후기.

 

 

 

 

6. 그 밖의 한 줄 여담 몇 개

 1) 세텍 주변 식사할만한 곳 추천좀 해주세요... 매 번 갈 때마다 돈까스만 먹고있습니다.

 2) 1관 입구에서 미니빌 홍보하시던 스탭분, 업체는 그 분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할 것입니다. (진지)

 3) 학여울 가는데 지하철에 보드게임회사 로고 박힌 타포린백 들고다니는 분들이 매우 많더군요... 서로 눈빛 교환을...ㅋㅋㅋ

 4) 그러고보니 킵 히어로즈 아웃 구경도 못하고 왔네요. 가서 무엇을 한 것인가 개굴이.

 

 

 

 

그럼 오늘 잡담은 여기까지!

11월은 직장에서도 개인적으로도 행사가 참 많네요.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차곡차곡 모으고 있습니다.

늦지 않게 또 조잘조잘 떠들러 돌아오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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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Lv.42 king
    • 2023-11-22 10:17:30

    교수님 레디셋벳은 참아 주십쇼
    • Lv.26 [개굴이]
    • 2023-11-22 22:56:30

    이미 아이들에게 매운맛을 보여줬습니다....후후후후후후
    • Lv.27 가이오트
    • 2023-11-22 11:17:18

    조은 승부였슴미다.. 
    • Lv.26 [개굴이]
    • 2023-11-22 22:56:48

    아뇨 저는 부끄러운 승부였는데요....ㅋㅋㅋㅋㅋcrying
    • Lv.31 215
    • 2023-11-22 12:10:12

    재미있는 후기네요ㅎㅎ 클오덱을 기본덱 구성만으로 밀어붙이셨다니 대단하십니다ㄷㄷ 식사할만한 곳은 완전 가까운곳은 아닌데 저는 조금 더 나가서 봉은사역에 있는 '비야 게레로'라는 타코 집을 갑니다. 페스타, 콘이 세텍에서 있으면 무조건 가는데 지금은 재료 수급 때문에 휴업중이더라구요ㅠ 정말 맛있으니 나중에 한번 꼭 들러보세요!
    • Lv.26 [개굴이]
    • 2023-11-22 22:58:17


    비야...게레로....메모.... 감사합니다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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