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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게시판 > 서스펙트 게임 '서스펙트' 라는 이름의 게임, 보드게임 '서스펙트게임' 리뷰
  • 2022-10-22 22:4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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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66

Lv.17 Bluue_s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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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본 리뷰는 최대한 게임 내용의 스포일러를 배제하면서 작성했으나, 약소하게나마 포함되었을 수 있습니다.
*일전에 개인 블로그에 업로드했던 글을 재수정하였습니다. 내용이 같거나 비슷할 수 있습니다.


우리 보드게임 동아리의 이름은 "어니마 (ANIMA)"다. '영혼' 같은 철학적인 의미가 담긴 건 아니다.
'어차피 니가 마피아야' 라는 문장의 줄임말이다. 어째서 이런 이름이 동아리명인가.
그것은 우리 멤버들이 전부 마피아 게임에 환장한 녀석들이기 때문이다.
우리들은 역할극에 대한 몰입도 상당하고, 연기하면서 입터는 거 좋아하고, 나름 추리하면서 결론을 내는 과정을 즐기는, 그런 친구들이다.
그래서일까, 이 멤버로는 어떤 류의 보드게임이든 마피아 시스템이 들어가면 꼭 빅재미를 보장하곤 한다.



보드게임 '서스펙트 게임'은 엄밀히 말해서 마피아 장르 보드게임은 아니다.
디테일하게는, 머더 미스터리 류 게임이다.
한정된 공간에서 벌어진 살인사건과 그것의 진상을 밝히기 위해 단서를 모으는.
더 쉽게 말해서, '애거서 크리스티 여사님'의 에소프리가 가득 담긴 추리게임이란 소리다.
서로 다르지만 약소하게나마 연동된 4개의 에피소드가 준비 되어 있으며,
각 에피소드 마다 다른 피해자, 다른 장소, 다른 용의자가 셋팅 된다.
4명의 플레이어는 한 에피소드의 4명의 캐릭터를 각각 플레이하게 되는데,
이 4명 중의 한 명은 반드시 범인 연기를 맡게 된다.
때문에 게임의 구도는 3명의 용의자와 1명의 범인으로 나누어진다.
당연하게도, 3명의 용의자는 단서를 찾아 4명 중에 범인이 누구인지 유추해야하며,
범인은 이 4명 속에서 자신이 범행을 저지른 증거들을 수집하고 숨겨야만 한다.
이 게임은 무조건 4명의 플레이어를 요구한다. 3명도 5명도 안 된다.
무조건 4명의 플레이어가 필요하다. 게임의 캐릭터가 4명이 준비되어 있기 때문이다.
따로 사회자도 필요없다. (물론 여부에 따라서는 있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만, 기본적으로는 4명이 에센셜이다)
























이 게임은 에피소드 순서로 플레이할 것이 강력하게 권고 된다.
게임 외적으로 메뉴얼을 통해 간략하게 그 이유를 서술하고 있는데,
이 4개의 에피소드는 사실 하나의 큰 맥락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라고.
에피소드 1을 플레이해보면 그 말이 무슨 뜻인지 더 크게 이해할 수 있었다.



박스를 오픈하면 위와 같은 구성물들이 반겨준다. 그중 4명의 캐릭터의 개인 파일들을, 각 플레이어가 나누어 갖게 된다.
이 파일들에는 기본적으로 공개된 정보들 (사건 경위 / 피해자 / 그 당시 알리바이 행적)과 함께,
각 플레이어가 개인적으로만 볼 수 있는 것들이 적혀 있다.
그렇다, 본인이 맡은 캐릭터가 그저 용의자인지, 아니면 정말 진범인지도 그 안에 적혀 있다.


나는 4개의 에피소드 중 한번, 범인 역할을 맡게 되었었다.


그런 이유로, 이 리뷰는 범인 역할을 한번이라도 맡았었던 내 기준에서 느꼈던 감상으로
작성 된 리뷰이기 때문에, 방향성도 그 위주로 풀어갈 예정이다.


1. 룰 난이도는 쉽지만, 게임의 난이도는 어렵다.


개인 파일을 열면, 나의 역할이 무엇인지, 그리고 승리의 목적이 무엇인지가 적혀있다.
게임을 마치고도, 다른 캐릭터 파일은 보지도 않았기 때문에 다른 파일에 무어라 적혀있는지 모르겠지만,
내 경우에는, '당신이 범인인 걸 들키지 않고, 다른 캐릭터에게 혐의를 씌우거나, 다른 캐릭터의 약점을 찾아내 들춰내라'였다.
그것과 함께, 내가 어떻게 범행을 저질렀고 그것을 위해 무엇을 어떻게 이용했으며, 어떤 트릭을 사용했는지,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이 짓을 왜 저질렀는지가 적혀 있다. 쉽게 말해서 동기, 범행 도구, 범행 방식이다.
A5 사이즈 크기 종이에 2 페이지 정도 적혀 있으니, 그렇게까지 디테일한 내용이 쓰여있진 않다.
그러니까, 순전히 이 모든 것을 어떻게 플레이할지는 고스란히 내 몫이었다.


각자 개인 캐릭터 파일을 숙지한 이후엔, 사건 개요를 모든 플레이어가 함께 브리핑하고, 본 게임을 시작했다.
게임은 기본적으로 12 라운드로 진행하며, 이 12라운드는 조사와 논의라는 두 개의 단계를 갖는다.
조사는 말 그대로, 모든 플레이어가 1번씩 돌아가며 특정 장소의 특정 단서를 조사하는 단계며,
논의는 이 라운드에서 새로 얻게 된 정보나 추리 내용을 논의 및 검증하는 단계다.


게임의 흐름 자체는 굉장히 쉽다. 메뉴얼도 단 몇 장 밖에 안 된다.
돌아가며 조사를 하고, 조사한 단서를 가지고 얘기를 나누다가,
마지막 라운드가 끝나면 범인을 지목해낸다, 이게 게임의 전부다.
하지만 이것은 언제까지나 시스템적인 이야기지,
실제 이것을 제대로 플레이 해내기 위해서는,
플레이어의 역량과 연기가 어느 정도 받춰 주어야 한다.
물론 그것도 감안해서 게임을 개발했다고는 하나,


실제로 게임의 첫 에피소드를 플레이 한 직후, 우리 4명 모두 입을 모아 했던 얘기가,
범인 플레이어의 실력이 게임 재미의 핵심이라는 점이었다.
특히나, 범인에게 굉장히 불리한 단서를 다른 플레이어가 획득했을 때,
이 때 범인 플레이어의 반응과 대처에 따라서 게임의 양상이 크게 변한다.
우리 세션의 경우에선, 몇 번이고 그런 위기가 있었고 내가 나름 대응을 해내 위기를 막았지만,
그렇게 한 번 굴러가버린 분위기를 다시 전복 시키는데 많은 노력과 힘이 필요했다.


즉, 게임의 난이도 자체는 쉽다. 그냥 앉은 자리서 5분이면 플레이 감을 잡을 수 있다.
그 이후, 각 플레이어의 배역 숙지와 플레이 역량에서 게임의 분위기가 잡히며,
마지막으로 범인 플레이어의 플레이 실력에 의해 재미와 난이도가 크게 좌우 된다.


2. 감추느냐, 들추어 내느냐.


​우선 여기서 하나 언급하고 넘어가야 할 중요한 점은,
이 게임이 그저 범인을 찾는 게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범인은 자기 범행을 들키지 않는 것 외에도, 혹시나 자기가 범인인게 밝혀질 것을 감안해서,
나머지 플레이어의 비밀, 혹은 협박할 만한 빌미를 찾아내야한다.
게임이 끝날 때, 범인은 이 비밀을 폭로해, 해당 플레이어도 함께 패배시킬 수 있다.
바꾸어 말하면, 3명의 플레이어는 범인을 찾을 단서를 조사함과 동시에, 자신의 치명적인 약점도 숨겨야만 한다.
밝힐 것인가, 숨길 것인가. 두 개의 행동 지침 중 하나를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게임의 양상과 분위기가 완전히 갈리게 된다.
 




모든 플레이어가 한 라운드 당 1번씩만 조사를 취할 수 있다.
조사를 할 땐, 조사 할 수 있는 구역들이 칸으로 구분 되어 있다.
이 칸은, 한 플레이어가 들어가 있을 때, 다른 플레이어가 들어갈 수 없다.
조사의 순서는 매 라운드마다 한 명씩 밀어내기로 선을 가져간다.
이 때문에, 이번 라운드에서 누가 선이냐에 따라, 조사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이 분류 된다.


가령, 그 칸에는, 나에게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 단서가 있을지 모르는데,
그것을 내 앞선 플레이어가 선점하고 있을 땐 조사할 수 조차 없다.
하지만 선이라고 해서, 꼭 그렇게 맘 편히 조사할 수 만은 없다.
내가 선이랍시고, 특정 장소로 이동해버리면, 나머지 플레이어들은 그 행동을 주목한다.
'왜 저 녀석은 이 타이밍에 저길 저렇게 급하게 들어갈까' 같은 분위기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4명 중 누구라도 범인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서로가 서로를 의심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만들어지게 된다.


​뿐만 아니라, 조사의 방향성과 중요도를, 각 플레이어가 어떻게 잡았느냐에 따라서도 게임의 분위기가 바뀐다.
범인을 해본 내 입장에서, '우선 내가 범인이라는 증거를 숨긴 후, 다른 녀석 약점을 찾아야지.' 가 된다면,
게임의 후반부에서 다른 플레이어들의 비밀을 밝힐 수 있는 폭로전에서 우위를 점하기 힘들어진다.
하지만 역으로, '내가 범인이라는 증거를 숨기기 보다는, 한 녀석이라도 완벽하게 비밀을 파봐야지'가 된다면,
내가 범인인게 들킬 가능성은 높아지지만, 그럼에도 게임에서 이길 방법을 찾을 수 있다.
역으로, 내가 아닌 다른 플레이어들은 이렇게 될 것이다.
'범인을 먼저 밝혀내고, 나중에 내 비밀을 숨겨야겠다'가 된다면,
이미 범인이 내 비밀을 모조리 다 알아내버린 후 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 비밀부터 숨기고, 범인은 나중에 다른 애들하고 같이 찾자'라고 생각한다면,
이미 범인이 증거를 전부 은닉한 뒤일수도 있다.


이 묘한 밸런스가, 어느 한쪽으로도 쉽게 기울어지지가 않기 때문에, 게임의 긴장이 쉽게 풀리지 않는다.
지속적으로 팽팽하며, 오히려 게임의 후반부가서는 더욱 거세어진다.
그 쯤 되었을 땐, 모든 플레이어가 각자 손에 들은 패가 많다. 그렇다고 해서 그걸 대놓고 밝힐 수는 없을 것이다.
자신의 비밀이 하나씩 풀릴 때마다, 범인은 그것을 수집할 것이고,
범인은 오히려 자신이 범인이라는 걸 들킬 가능성이 높아지니까.
나의 것을 감출 것이냐, 너의 것을 들출 것이냐.
단 두 가지 뿐인 이 심플한 양상이, 게임의 재미를 완성 시키고 있었다.


3. 단 하나의 진실을 위한, 수십 가지의 사실.
 


 

원하는 장소 칸에 가서, 원하는 단서를 확인해본다. 이때 획득한 단서는 오롯이 해당 플레이어 본인의 것이다.
이렇게 얻은 단서를 모든 플레이어와 공유할지, 아니면 자신만 알고 있을지는 플레이어에게 달렸다.
(물론 공유라 함은, 단서를 직접적으로 보여준다는 의미가 아니라, 이런저런 것을 알수 있었다고 간접적으로 언급하는 것을 의미)
매 라운드 마다, 한 차례씩 돌아가며 단서 하나씩을 획득하게 되니 게임이 끝날 적엔 각 플레이어가 12개 정도의 단서를 갖게 된다.
당연한 말이지만, 이 단서만으론 누군가를 범인으로 확정하는 것도,
또 누군가의 약점을 밝혀내는 것도 거의 불가능하다.
물론, 이 사람이 의심된다, 정도 선까지는 유추가 되어도
'왜, 어떤 이유로, 어떻게?'는 불가능하기 때문에, 거의 심증일 뿐이다.


재미있는 점은, 이 에피소드 하나에 있는 약 50여개의 단서 모두,
그 누구라도 범인일 수 있다, 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도록 만들어져 있다.
범인인 나야 물론, 특정 단서들을 보면, '이건 백프로 나라고 의심 받겠다' 하면서도
몇몇의 단서는 '이거면 다른 애한테 뒤집어 씌울 수도 있겠다' 싶은 것들이 분명 있었다.
게임이 끝난 후 모두가 복기하면서, 그 부분에 대해서 확실할 수 있었던 게,
어떤 단서를 보면 확실히 A가 범인 같았다, 하지만 어떤 단서를 보면 B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의견들이 추려졌었다. 그러니까, 게임이 끝날 때까진
누가 진짜 범인인지는 충분한 논의를 하지 않으면 밝히기 어려웠다는 데에 만장일치 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단편적으로는 그 의미가 불분명한 단서도 존재했다.
어쩌면, 이 단서가 굳이 필요할까 싶은 것도 있었다.
바로 이 점이 플레이어들의 추리를 교란하는 장치로서 사용 되었다.
내가 아는 몇 가지 사실만으론, 진정한 진실에 도달할 수 없기 때문에,
반드시 다른 이들이 아는 사실이 필요했다. 별 것 아닌 것 같은 작은 사실이라도.


​그래서일까, 매 라운드 조사 단계가 끝나면, 논의 단계를 진행하게 된다.
이 단계에선 해당 라운드에서 획득한 단서에 대해 서로 프리 토크를 나눈다.
이번에 거기는 왜 조사했냐, 뭐 좀 알아냈냐 등등 이야기를 하면서 서로의 의중을 떠보는 것이다.
물론, 이 단계에서 내가 획득한 단서를 일부러 거짓으로 이야기 할 수도 있다.
그것을 역으로 밝히는 것이 '검증' 행동이다.





게임이 시작할 때 개인이 각각 딱 3개만 갖고 시작할 수 있는 검증 토큰은,
상대의 단서를 무조건 확인할 수 있는 일종의 필살기 같은 것이다.
단서 한 번 보는 것에, 토큰 1개다. 하지만 그것도 해당 라운드에 얻은 단서에 한한다.
이미 지난 라운드에서 얻은 단서는, 토큰 2개가 필요하다. 굉장한 리스크를 동반하는 셈이다.
그래서 이 검증 토큰을 초반에 남발한 플레이어는 게임 후반부에서,
자신의 추리를 검증할 수 있는 그 어떤 방법도 가질 수 없었다.
온전히 자신이 얻은 단서와, 다른 플레이어의 입을 통해 나온 이야기만으로 맥락을 파악해야 한다.


​당연하게도, 범인인 나는 이 토큰의 역할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것을, 별것 아닌 것에 낭비시키는 것이 전략상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별 것도 아닌 단서를 일부러 공개하지 않는다던지,
이것만으론 뭔가를 알아내기 힘든 단서를
꼭 중요한 단서인 것 마냥 행동한 것이다.
그러면 다른 플레이어는 고민한다. 지금 1개를 써서, 저걸 확인해봐야하나,
아니면 나중에 필요할 때 2개를 내고 볼까. 혹은 그럴만한 가치가 있긴 한 걸까 같은 고민을 말이다.
범인 입장에서는, 이 토큰을 쓰는 방법이 딱 하나다.
다른 플레이어가, 자신의 비밀을 감추기 위한 단서를 획득했다 싶을 때, 그것을 훔쳐보기 위해서다.


이렇게 단서를 얻고, 또 이야기를 나누다가 12 라운드가 모두 끝나게 되면,
최종 진상을 밝히기 위해 온갖 폭로전과 추궁이 본격적으로 열린다.
정말 놀랍게도, 별 것 아니라고 생각했던 단서들이 3개, 5개, 7개 모일 때, 모든 그림과 퍼즐이 맞추어졌다.
특히나 특정 인물의 비밀은, 에피소드에 등장하는 모든 단서를 자세히 살펴보지 않으면 결단코 밝혀낼 수 없는 진실이었다.
나를 위해서 찾아낸 단서가 다른 플레이어의 키가 될 수도 있었으며,
다른 플레이어가 버리는 패라고 생각한 단서가, 나에겐 결정적인 힌트가 될 수도 있었다.
이 모든 단서가 게임판 곳곳에 골고루 분포가 되어 있어,
일반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발상만으로 게임을 접근한다면 패착이 될 우려가 있었다.
무엇보다, 추리에 대한 가능성을, 최대한으로 오픈해야만,
더 쉽게 말해서, 평소라면 생각할 수 없는 가능성을 염두해두어야만 풀리는 퍼즐도 있던 것이다.
그만큼 게임의 추리 난이도가 만만치 않다. 특히나 범인 입장에서는 더더욱 말이다.


범인은 자신을 범인으로 가리킬 수 있는 단서와 힌트가 굉장히 한정적으로 설계 되어 있다. 동기, 트릭, 알리바이 따위가 말이다.
하지만 그 외 플레이어의 비밀은, 그보다 더욱 은밀하며, 언뜻 보아서는 그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또 누구를 특정하는지 알기가 어려웠다.
게다가 얻을 수 있는 정보가 제한적이다 보니, 논의를 통해서 자연스럽게 그것을 본인 입으로 토해내게끔 만들어야 했다.


​모두를 범인이라고 여기게 만드는 수많은 사실과 단서 속에서,
각자를 겨누는 단 하나뿐인 진실을 밝히기 위해,
끊임없이 단서 사이의 연결고리를 밝혀내야만 하는 것, 그것이 서스펙트 게임의 본질이었다.
 

4. 하나의 사건 아래 도사린 거대한 음모
 

​이 리뷰에서는 확실하게 밝히거나, 언급하는 것이 조심스러운 것이 있는데,
그것은 이 게임 전반부를 아우르는 스토리 라인이다.
그냥 게임 자체를 놓고보면, 4개의 에피소드들은 각각의 추리게임을 즐기기 위한 시나리오 정도로 여겨지는데,
사실은 이 4개가 교묘하게 얽혀있고 그 아래 어떤 모종의 음모가 도사리고 있다는 것을 유추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나는 에피소드 1에서 범인 역할을 맡았었고,
나를 범인이 되게끔 만든 어떤 특별한 '계기'가 있음을 분명하게 알고 있다.


흡사, '소년탐정 김전일'이 연상 되는 부분이다.
해당 만화에서, 김전일은 일종의 라이벌이자, 아치에너미로, '지옥의 광대, 요이치'와 추리 대결을 펼치게 되는데,
시즌 2부터 크게 부각 되는 이 전개에서, 요이치는 자신이 설계하고 준비한 무대와 살인범, 트릭으로 김전일에게 도전해온다.
김전일은 각각의 사건을 밝혀냄과 동시에, 이 배후에서 사건을 공작하는 요이치에게 다가가야만 한다.
이 게임, '서스펙트 게임' 역시, 우리를 오싹하게 만드는 가공할 '살인 장치'에 맞서,
진실을 밝혀내기기 위해 서로를 의심하고, 또 협조해야만 한다.


그렇기 때문에, 플레이했던 에피소드를 거기서 잊는 것이 아니라,
계속 복기하고 기억해내, 다음 에피소드에 도전해야 할 것이다.
이 하나의 사건은, 그저 음모의 일각에 불과할지도 모를 일이니까.


5. '서스펙트' 라는 이름의 게임





게임을 마치고 난 후, 나를 포함한 참가 멤버들 전원, '최고'라는 표현을 아끼지 않았다.
이 게임은 우리가 플레이했던 수많은 이 장르의 보드게임 중에 단언컨데 최고의 플레이 경험을 제공한다.


시종일관 유지되는 긴장감, 범인과 용의자들 간의 팽팽한 밸런스,
하나씩 쌓여가는 단서들 끝에 진실이 밝혀지는 대단원의 클라이막스,
그 어떤 것도 이 경험에 비견할 만한 것이 없었다.


심플하면서도 무거운 '서스펙트' 라는 이름, 그 자체로 손색이 없을 만큼,
탄탄하고 몰입감 있는 스토리와 트릭이 준비 되어 있었다.


​다만, 플레이어들의 역량이 조금 많이 중요하다는 점,
특히, 범인 플레이어의 행동 하나 하나가 게임의 재미를 크게 흔들 수 있다는 점에서,
기껏 제대로 준비해 둔 장치들이 느슨해질까, 하는 우려도 들었다.


그럼에도, 이 게임은 보드게임으로 할 수 있는 추리게임의 장점을 한 데 잘 엮어낸 역작이라고 평하고 싶다.
우리 동아리 멤버의 핵심 주축 4인은 그렇게 결론 내렸었다,
후속작이 나온다는 소식에, 멤버들이 벌써부터 흥분을 감추지 못한다.
새 게임에서는 얼마나 대단한 것을 준비해두었을지
또 어떻게 우리를 놀라게 할지, 벌써부터 무척 기대가 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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