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간단 플레이 후기

시연회에서는 3인플 플레이를 마쳤습니다. 사실 게임을 처음 접해보았기 때문에 잘은 몰랐지만, 제 전략은 일단 돈을 벌고 도구를 구매한 뒤에 생각하자는 전략이었습니다. 시약재료는 조합되면 기본적으로 사라지기 때문에, 해당 재료를 하나는 사라지지 않도록 하는 마법절구를 얻은 뒤 많은 시약을 제조하는 것을 기본으로 플레이하였습니다.

(제 개인보드. 전갈 재료가 많이 있어서, 전갈을 확실히 알고가자는 생각이었지만... 첫 플레이라 그런지 잘 모르겠더라는...ㅠ)

함께 플레이하신 다이브다이스에서 파견을 나오신 직원님(을 줄여 다다님)은, 잠망경으로 상대의 조합을 보고 분석하는 쪽으로 잡으셨고, 마지막 류여사는 분석을 빠르게 마치고 논문을 쓰겠다는 전략으로 나오신 것 같네요.

(메인보드입니다. 깔아두고 플레이하니 일러스트가 꽤나 아름답네요.)

초반에 다다님과 류여사님이 치고나가시고, 논문을 경쟁적으로 작성하셨습니다. 저는 사실 갈피를 못잡고 모험가에게 물건을 판 돈으로 공예품을 사는데 주력했습니다. 애초에 상대 논문을 보고 지식을 축적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지만, 제 의심병 때문인지 상대방이 쓴 논문을 전혀 읽지 않았거든요. 제가 실험한 결과만을 토대로 물건을 팔았습니다.

(게임 진행 후의 개인 연구소.)

라운드가 변화하면서 논문이 없으면 명성이 떨어진다기에, 확신없는 논문을 1/2 확률로 찍어서 올리는 수를 두었습니다. 그리고 막판 큰 승점을 주는 공예품과 학술제, 상대의 논문 반박을 승부수로 노리고 플레이했습니다. 류여사가 두꺼비의 속성에 대한 논문을 올렸는데, 제 실험결과와는 다른 논문이 나왔거든요. 이를 아신 다다님께서도 논문 반박을 하셨지만, 제가 선을 노리고 플레이했기 때문에 다다님께서는 액션을 플레이하지 못하셨네요.

(마지막 라운드 이후...)

마지막으로 학술제에서 정확히 원하는 물약을 만들어내면 명성이 올라가는데, 재료와 확신이 모두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어긋나버렸네요. 아마 중간에 토큰이 쏟아져서 제대로 못 맞추어둔 것 같았습니다.

(아래쪽은 마지막 라운드 학술제 보드입니다. 마지막라운드는 더이상 실험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실험하는 보드판 위에 살짝 덮어놓고 플레이합니다. 이 학술제에서는 원하는 물약을 만들어 명성을 올릴 수 있습니다.)

결과적으로는 다다님이 1등, 두꺼비에서 거짓부렁 논문을 쓴 류여사가 2등, 제가 꼴찌를 했습니다. 류여사는 두꺼비 두꺼비 하며 원통해하네요. 아마 착각하고 올린 것 같아요.

(점수 트랙.)

6. 게임의 장단점

장점으로는 꽤 좋은 리플레이성을 들 수 있습니다. 정답이 정해지는 게임에 어떻게 리플레이성이 주어질까 하시겠지만, 일단 8가지 물질에 8가지 각기 다른 조합만으로 4만여 가지의 다른 게임을 즐기실 수 있습니다. 물론, 점점 게임이 익숙해져서 추리를 너무나도 쉽게 하는 경우가 있을 수도 있지만, 이 게임은 익숙할수록 더욱 재미있는 게임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논문 자체가 블러핑 수단이 될 수 있거든요. 이 사실이 맞는지 틀린지 상대의 연구결과를 보면서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더욱 치열한 수 싸움으로 이어질 여지는 충분합니다.

일단 확실하게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여타 추리게임 + 일꾼놓기 게임 이라는 점 때문에, 두 가지 게임을 동시에 하는 느낌, 다시 말하면 더욱 풍성한 무언가를 하는 느낌이 든다고 말씀 드릴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 시스템이 따로 놀지 않고, 잘 융합되어 이질감이 전혀 들지 않습니다. 이러한 느낌이 드는 이유는 테마에 완전히 몰입되는 시스템 때문이라고 보아도 좋을 것 같네요. 게다가 어플리케이션의 도움으로 복잡한 계산이나, 마스터의 존재를 피할 수 있게 된 것은, 아날로그 감성을 좋아하시는 분이라도 인정할만한 장점이라고 보여집니다. ‘파워그리드’ 에서 돈 계산을 암산으로 하는 것 보다는, 계산기를 이용하는 것이 더욱 편하듯이 말이죠. ^^

(파워그리드 사진. 이 정도만 되어도 돈 계산 하기 꽤나 복잡해지죠.)

그리고 이 게임은 기본룰과 심화룰이 존재합니다. 어느 정도 익숙해진 플레이어라면, 심화룰로 플레이하는 것을 권하는데, 설명을 들을 바로는 논문을 반박하는 행위가 좀 더 어려워졌다고 하더군요. 기본룰은 틀린 것을 알기만하면 되는 반면, 심화룰은 왜 틀렸는지 증명하는 과정이 포함되어있으니 말이죠.

마지막으로 장점 하나를 더 언급하자면, 계속 언급하는 것 같은 느낌도 들지만...^^;; 게임 자체의 테마와 시스템이 너무나도 절묘하게 어우러져 그런지, 테마를 중요시 여기는 저에게는 몰입감이 정말 좋았습니다. 언제부터인지 저도 모르게, 가림판 안이 연구실이 된 것 같았으니까요 ㅎㅎ 그래서 그런지 정말시간이 빨리 가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단점이라면 게임 자체는 아주 간단하지만, 처음에는 설명하기도, 듣기도 어렵다는 점 입니다. 먼저 각각의 산출이 왜 이렇게 이루어지는지 이해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명성을 얻는 방법에 대한 확실한 이해가 필요합니다. 두 시스템이 아름답게 조화되었다는 말은, 다시 말하면 두 시스템을 모두 이해해야 한다는 말이 되니까요.

하지만, 이 게임의 룰 난이도는 단언컨대 ‘아그리콜라’ 보다 낮습니다. 처음 보드게임을 접하시는 분들은 어렵게 느껴질 수 있지만, 조금이라도 보드게임의 세계로 진입하신 분들은 조금만 집중하면 익힐 수 있는 정도라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물론 룰을 이해하는 것과, 게임을 잘하는 것은 별개의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게임 시스템 자체의 리플레이성은 상당히 좋아 보이지만, 일정 수준에 도달하면 어느 정도 정형화된 테크트리를 피할 수는 없어 보입니다. 그 이유는 ‘호의’ 카드와 ‘공예품’ 카드의 조합 등으로 자신의 개성 있는 테크를 탈 수는 있겠지만, 그 카드의 개수나 종류의 제한이 약간 있기 때문입니다.

이는 다양한 확장이 출시된다면 해결될 문제일 수도 있지만, 본판에서 즐길 수 있는 아이템이 더욱 많았다면 좋았겠다는 생각은 들더군요. 하지만 카드 등으로 구현된 아이템의 문제는 일꾼놓기 게임이자, 아이템 획득만을 주된 요소로 보았을 때의 문제점이며, 추리와 논문발표를 주된 게임으로 보았을 때는 장점에서 언급한 바 대로, 엄청난 리플레이성이 존재한다고 보아도 좋습니다.

그리고 2~4인용이라는 것이 약간 단점이라면 단점일 수도 있습니다. 보드게임은 4인 기준이 가장 적절하다는 생각은 들지만, 5인 정도까지 지원했다면 어떨까 싶은 마음은 살짝 들었습니다. 하지만, 약간 아쉽다는 정도이지, 저는 2인플을 자주 하기 때문에 체감 상 단점으로 느껴지지는 않을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생각보다 많은 공간이 필요합니다. 일단 개인가림판과 개인보드, 메인보드, 논문보드 등이 깔려야하고, 이런저런 토큰과 카드들을 놓을 공간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TS' 정도를 무리없이 돌릴 공간만 있다면 4인플로 해도 공간에는 큰 무리가 없어보입니다.

7. 마치며

개인적으로 이 게임의 총평을 하자면, 한글판이 아니라도 필히 구매할만한 가치가 있는 게임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말 간만에 신선한 보드게임이 나왔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말이죠. 아마 한글판 출시에 대한 이야기가 없었다 해도, 영문판으로 구매했을 것 같습니다. 물론 개인적으로는 한글판이 나온다면 좋을 것 같습니다. 나름 카드의 한글화 작업도 필요할 듯 한데, 그런 수고를 덜 수 있거든요. 그리고 컴포넌트의 질에 비해 가격책정이 잘 된 것 같네요. 물론 펀딩 한정이겠지만요.

일단 류여사의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 게임 이후에 나온 이야기인데, 아무래도 류여사는 여성플레이어인 만큼 저와 취향차이가 있을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류여사가 말하기를 제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게임과 자신이 좋아하는 게임의 접점 같다고 평하더군요.

아무래도 두 시스템을 하나의 테마에 녹여내었으니, 각기 다른 성향의 두 게이머가 하나의 게임을 즐기는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드네요. 플레이타임도 1시간 반 정도로 적당했습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신선한 스타일의 게임에 대한 갈망이 있고, 최근 획일화 되어가는 듯한 보드게임 매커니즘에 약간 질리는 감이 있어, 최근 게임 구입을 망설이고 있었습니다. 그 와중에 나름 시스템, 테마, 게임성 어느 하나가 떨어지지 않는 좋은 게임을 만난 느낌이 듭니다. 

링크 : http://youpiostar.blog.me/2201934628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