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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티 > 리뷰 및 후기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 헥스(Hex)
  • 2015-06-01 02:5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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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574

보드게임 리뷰를 왜 읽으시죠? 내가 좋아하는 게임, 남도 좋아하는지, 내가 찾은 게임의 묘미를 다른 사람들도 아는지를 확인하고 싶어서인가요? 아니면 살까말까, 내 게임 컬렉션에 추가할 가치가 있는지를 계산하고 계신가요? 또는, 해 볼 수 없는 게임을 간접경험을 하고 싶었나요? 아니면 그냥 관심 있는 분야에서의 재밌는 글을 읽고 싶은 것뿐인가요? 마지막 이유에 동의하신다면, 같이 한 번 갑시다.

텔레비전의 발명에 대해서 읽어보시면,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두 명이 거의 동시에 따로따로 발명했다는 내용을 찾을 수 있습니다. 아니면, 둘 중에 한 명 편을 들어서 ‘진정한’ 발명가는 한 명 뿐이라는 이야기도 읽을 수 있고요. 판스워스 대 즈보리킨. 우리가 더 가까이 와 닿는,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최초의 금속활자와 비슷한 이야기이죠. 우리나라 영향력이 커지면서 이제 많이 인정되고 있다고 해도, 구텐베르크의 아성을 무너뜨리기에는 아직 역부족입니다. 이런 이야기를 왜 하냐고요? 제가 소개하는 게임은, 바로 헥스(Hex). 1942년에 피트 하인이라는 덴마크 수학자가 만들었죠. 그리고, 1947년에 존 내쉬가 만들기도 했고요. 이것도 마찬가지로, 존 내쉬가 헥스 게임을 수학적으로 비길 수 없다는 것을 증명했기 때문에, ‘진정한’ 게임제작자로 많이 인정받죠.

헥스라는 이름은 물론 육각형을 의미하는 단어에서 나왔죠. 하지만, 어밴져스2에 등장하는 스칼렛 위치, 무슨 빨강 기를 발사했죠? 그 것도 헥스(hex)라고 한다는 사실을 아셨나요? 그리고 그 배우가 미드 풀하우스에서 과거에 2인 1역을 했던 올센자매 중에 한 명이었답니다. 


olsen2.jpg
실제로 쌍둥이. 영화에서도 쌍둥이. 과연 우연의 일치일뿐일까요?


존 내쉬는 우리가 알던 모르던, 우리에게 굉장한 영향을 미친 사람입니다. 수학, 경제, 컴퓨터, 생물진화, 등등, 여러 분야에 도장을 찍었습니다. 2001년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한 영화 ‘뷰티풀 마인드’는 그의 정신분열증과의 싸움을 감동적으로 다루었고, 경제노벨상도 받았고, 많은 업적을 남겼지만, 그러한 것을 중요하지 않고, 우리가 관심 있는 것을 존 내쉬가 ‘만든’ 게임, 헥스, 그리고 그가 세운 보드게임 이론들입니다. 보드게임 이론? 한 번 자세히 볼까요?

게임이론. 나에게 가장 좋은 수가 무엇인지를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남의 수를 고려한 가장 좋은 수를 찾는 것입니다. 게임이론의 바탕이 되는 내쉬균형을 한 문장으로 표현한다면, 두 사람이 전략을 세우고, 상대방이 전략을 안 바꾸는 상황이라면, 자신도 전략을 바꿀 이유가 없는 상태를 말합니다. 스톤에이지 같이 일꾼놓기 게임에서 남이 농장을 짓지 못하게 내가 농장을 짓는 것입니다. 게임이론은 동시에 선택해야 하기 때문에, 일꾼놓기보다는 레이스포더갤럭시 같이 역할선택, 남이 생산을 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나는 정착을 하겠다. 또는 7원더스 같은 카드 드래프팅 게임에서, 저 친구는 과학에 치중을 하고 있기 때문에, 나는 이 과학 카드로 내 불가사의를 건설하겠다, 이러한 내용이죠.

지금 제가 의도하는 바를 아시겠습니까? 보드게임을 할 때, 자기 카드만 보고, 자기 전략만 세워서 게임을 하고 계시다면, 게임이론에 의하면 게임을 잘못 하고 계십니다. 그렇다면, ‘제대로’ 게임을 하기 위해서는, 2가지 전제 조건이 있습니다. 첫째는 ‘이성적으로 게임을 해야 한다’, 둘째는 ‘모든 전략을 알아야 한다’입니다. ‘이성적‘이라는 단어가 실제에 있어서 내쉬균형이 이루어지지 않게 하는 이유 중에 하나이죠. 새로운 작전을 해보고 싶고, 그냥 재미로 하고, 저 사람을 이기게/지게 만들어야 한다는, 게임을 이겨야 한다는 게임의 본래 목적과 다르게 게임을 하는 사람들이 균형을 깨뜨리고 있습니다. 게임이론의 한계죠. 하지만, 보드게임 하시는 분들은, 이미 그 다음 단계를 완성했습니다. ‘제는 나를 막으려고 할 것이기 때문에, 나에게 가장 좋아 보이는 ‘가’를 선택하지 않고, ‘나’를 선택한다는 전략을 세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서울에서 부산으로 가는 길이 2개가 있다면, 게임이론에 의하면, 어느 길로 가던, 동시에 도착하게끔 교통량이 자동으로 균형을 찾는다고 합니다. 우리가 오늘날 지나치게 의존하는 내비게이션. 똑같은 주소를 쳤는데, 다른 길을 안내하는 이유를 생각해보셨나요? 상식적으로 교통량이 적은 쪽으로 나를 안내하고 있다고 생각하게 되죠? 실제로 가는 길이 두 개면, 내비게이션은 50% 확률로 안내한다고 합니다. 교통량을 고려해서 1시간 걸린다고 할 때? 지금의 교통량에 의해서 계산하는 것이 아니라, 과거 자료에서 평균값을 우리에게 제공하는 것입니다. 이전에 생각하지 않았어도, 듣고 보면 끄떡이는 내용이죠. 그런데, 서울에서 부산으로 가는 길을 하나 새로 추가하게 되면, 오히려 평균 시간이 늘어나는 경우도 있답니다. 왜? 선택이 많아지면서, 교통량이 자동으로 균형을 찾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현상을 브래스의 역설(Braess's Paradox) 이라고 합니다. 브래스의 역설의 대표 예가, 바로 우리의 청계천 복원입니다. 길의 숫자가 줄어들었는데, 오히려 교통이 좋아졌다는 것입니다. 제 글도, 너무 여러 갈래로 나뉘어서, 항상 너무 느리게 간다는 것을, 브래스의 역설로 설명되는 것 같습니다.


chungkyechun.jpg

한 이론의 대명사가 청계천이라니!


헥스 얘기 언제 하냐고요? 헥스는, 11x11, 13x13 또는 19x19로 된 육각형으로 이루어진 보드에서 하는 게임입니다. 존 내쉬는 화장실에서, 바닥타일을 이용해서 게임을 했다고 합니다. 과연 화장실 바닥에 앉아서 사인펜으로 바닥에 그리면서 했을까요? 게임 규칙은 너무나도 쉽습니다. 한 사람은 좌우, 한 사람은 상하로 이어서 보드를 건너가면 됩니다. 출력해서 색연필로 할 수 있는 간단한 게임이죠. 아니면, 보드게임아레나(Boardgamearena.com)에서도 하실 수 있습니다. 많은 추상전략게임이 그렇듯이, 선이 유리한 게임입니다. 규칙은 간단하고, 게임 진행도 간단하지만, 게임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바둑의 일(日)자나 목(目)자를 이용해서 행마를 하듯이, 헥스도 육각형에 알맞는 몇 가지 기술이 있죠. 한 번만 해봐서 깊이를 알 수 없는 게임입니다. 하지만, 여러 번 한다고 생각이 바뀌는 게임도 아닙니다. 오목과 같다는 생각만 계속 드네요. 같은 사람과 계속하면 엄청나게 깊은 게임이 될 수 있지만, 그냥 아무나하고 게임해서는 다소 싱거운 게임? 제 생각에는 한 자리에 10판 정도 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이 게임의 진정한 맛은, 다른 여러 (좋은) 보드게임과 같이, 상대방의 전략을 아는데에 있습니다. 

hex board.jpg

존 내쉬는 5월 26일 2015년에 별세하였습니다. 이러한 분들의 연구 위에 우리가 하는 보드게임들도 발전하였습니다. 사람의 심리를 공식으로 표현하고, 인공지능을 개발하며, 삶의 질과 문명의 발전에는 관심은 없고, 저는 단지 더 재밌는 게임들이 나오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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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2015-06-01 08:54:01

    종민님의 내공이 보이는 유익한 글이군요.뷰티플 마인드를 인상깊게 봤는데, 그분이 게임까지 만드셨는지 몰랐네요."내쉬균형" 같은 것도 나중에 한번 공부해 보고 싶네요.제대로 게임하기 위한 조건 중에 "모든 전략을 알아야 한다." 는 절대적으로 공감하는 얘기입니다.전략형 보드게임의 대중성을 방해하는 가장 큰 요소 중에 하나라고 생각됩니다.직관이 발달한 사람은 적은 경험으로도 전략들 중의 많은 것들를 파악하기도 하겠죠.예전에 친구한테 끌려다니며 보드게임할 때의 불만 중에 하나가 한 게임의 전략에 대한 감을 잡지도 못했는데 자꾸 다른 새로운 게임을 하는 거였습니다. ^^스칼렛 위치의 능력은 뭔가 오버파워(매그니토+자비에?)가 분명한데 캐릭터 설정은 너무 약하게 나온듯 합니다.
    • 2015-06-01 10:57:55

    존내쉬의 존내쉬운 헥스
    • Lv.1 현동섭
    • 2015-06-01 16:23:02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Hex는 Twixt, Havannah와 같은 커넥션 만들기 류의 많은 파생 게임을 만들기도 했습니다.다만 추상 전략 게임이 그리 대중적인 인기를 얻는 게 아니다 보니 하는 사람만 하는 게 좀 안타깝죠.www.littlegolem.net 에서 Hex를 비롯한 이 장르의 게임을 해볼 수 있습니다.
    • 2015-06-01 21:44:49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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