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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게시판 > 『벚꽃 내리는 시대의 신화』 제 1 장 : 아마네 가의 싸움 제 3 화 어슴푸레한 동굴에서
  • 2022-07-16 12:23:37

  • 1

  • 343

Lv.30 로보


어슴푸레한 동굴에서

 

 멀다.

 모두가, 멀다.

 사랑하는 사람들이, 멀다.

 

 조금만 유심히 보면 칼을 맞부딪히며 주먹을 주고 받는 인간들을 보지 못할 것도 아니다.

 피보라를 흩날리는 결사의 일격. 결정에 몸을 맡긴 각오를 다진 함성.

 나를 끓어오르게 만드는 그들의 무.

 벚꽃잎을 녹인 것 같은 이 하얀 세계를 넘어서 그것을 아련하게 바라보는 걸 못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지금의 나에겐 인간들이 그저 멀기만 하다.

 벚나무 아래에서 싸우는 그들의 그 손에, 나의 그림자는 없다.

 그래서 아무리 시점을 가까이 다가가도 함께 맥박을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 그저 쓸쓸하게 다가온다.

 

 난 그저, 모두와 함께 무의 높은 곳에 올라 세계를 바라보고 싶었을 뿐.

 그런 작은 소망마저도 모두 반대했다. 모두가 모두를 위해서 나와 함께 있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그래서 끝내는 자유롭지 못한 몸에 안주하게 된 것도, 나와 함께 걷는 것을 이루지 못하는 모두를 위해. 이미 그들과 이어질 수 없게 되었다고 해도 나는 사랑하는 인간을 위해 이 작은 소망을 계속해서 포기해왔다.

 

 더 이상 동년배들의 속삭이는 소리조차 들리지 않는 벚나무 속 깊은 곳. 이런 어슴푸레한 장소에서 내가 만질 수 있는 것은 긴 세월을 억압해온 거친 사슬 뿐.

 하지만, 그런 상황이라고 해도, 내가 이렇게 있는 것은 무의미하지 않다.

 설령, 아무리 고독할지라도.

 

 하지만 최근엔 보고 있는 것 만으로도 좀처럼 지루해지지 않는 인간이 있다.

 그 인간 아이는 결투를 시작했다 싶더니 파죽지세로 연승을 이어가고 있다. 내가 아는 자들 중에서도 드물 정도로 어리고, 여자가 되기 전에 투사로서 꽃을 피웠다. 결투 이외의 모습을 보면 시집갈 기회는 당분간 오지 않을 것 같지만.

 

 영락한 가문에서 태어난 것이 행운인지 불행인지, 맞설 상대도 부족하지 않은 듯 하여 그 재능 넘치는 실력을 마음껏 보여주고 있다.

 요전번 결투에서도 작은 칼을 들고 품 속으로 파고 들어오는 상대에게 훌륭하게 대응했었다. 특기인 도의 거리보다도 훨씬 좁은 간격으로 들어오는 상대를 비어있는 왼손으로 날을 잡아 자루를 휘둘러 날려버린 건 웃음이 나올 정도로 재밌었다.

 

 결투조차 마음껏 할 수 없게 된 지금 시대의 인간들은 그 아이의 결투에 그저 아연실색하는 것 같다.

 하지만 방향성은 달라도 나의 내면에 맺힌 감정 역시 그저 유쾌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지루함은 취미만으로 해소되지 않는 법이니.

 

 그 아이의 재능은 모두가 인정하는 점도 있고, 나로서도 이론은 없다. 이미 희대의 사용자로서의 그릇은 완성되어있다.

 하지만, 그 그릇은 무르다.

 재질이 취약하다는 것이 아니다. 만들 때의 뒤틀림이 무의 정점을 목표로 하는 도중에 걸림돌이 될 것이다.

 최악의 경우, 어떤 박자에 산산조각 날지도 모른다. 그런 위험성을 그 아이는 품고 있다.

 

 결투를 얻은 것이 태생적인 행운이라면, 그 뒤틀림이 태생적인 불행일테지.

 분명 계속 단련해 나간다면 조만간 이르렀을 자리에 한발짝 뛰어오르는 것 만으로 다다를 수 있었던 건, 그 날 내 신사에 아무것도 모르는 얼굴로 내던져졌기 때문이다.

 공교롭게도, 그러고 잠시 후에 금새 정신을 차리고는 「승부하자!」같은 말씀을 하시는 걸물이시니, 어떤 만남이 있었다고 해도 위업을 달성했을 것이다. 그 아이는 그런 존재다.

 

 나는 인간과 함께 한다는 게 행운이라 생각하지만, 대부분의 인간에게 있어선 그렇지 않다.

 아무리 재능이 있는 자라고 해도 그를 괴롭히는 불행과 마주하게 되면 이룰 수 있는 일도 이루지 못하게 된다.

 무엇보다, 어리고 미숙한 아이라면 불행에 계속해서 삼켜져 가는 자신을 제대로 붙잡고 있을 수 없을 테니까.

 

 함께 걸어가는 이를 잃는 일이 일상이었던 나에게 있어선, 그 아이의 사람을 끌어당기는 친화성이 안심이 되는 대목이다.

 지금은 지켜볼 수 밖에 없는 몸이기에 이 단 하나의 연결 고리는 귀중하다. 설령 그것이 야심을 위해 자신의 아이를 희생 시키는 비열한 자에 의해 초래된 행운이라 할지라도.

 그렇기에 그 연결 고리로 그 아이를 지켜보는 것 밖에 하지 못한다는 사실에 애가 탄다.

 

 나는 그 아이에게 해야만 할 말이 수도 없이 많다.

 그것은, 그 아이가 무를 연마하기 위해서.

 그리고, 연마한 무에 상응하는 그릇으로 완성 되기 위해서.

 무를 관장하는 자로서, 그리고 본래 나타나지 않았을 인연을 맺은 자로서 그 아이를 이끌어주어야만 한다.

 나는 그 아이를 위해서, 더 나아가 자신을 위해서 그렇게 할 의무가 있다.

 그걸 방해하는 이 사슬이……사람으로부터 멀어져 버린 이 몸이, 몇 년을 지나서 새삼 미워진다.

 

 너무나 힘을 요구한 나머지 나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생을 마친 자들의 끝에 저 아이는──유리나는 서있다.

 내가 여신이고 저 아이가 인간인 이상, 언젠가 끝은 다가온다. 하지만 희생을 쌓아 올린 끝에 주먹을 높이 들어 올리는 자가 누군가 한 사람이라도 나타나지 않는다면, 그 희생들은 결국 의미를 잃게 될 것이다.

 지금 나의 작은 소망은, 단 한 사람 뿐인 동료와 쭉 함께 하는 것이다.

 바라건대, 앞으로 더욱 연마해 나갈 그 뒤틀린 영혼이 부서지지 않기를.

 

 너는 잔카, 라는 여신을 알고 있니?

 무의 길을 걷는 자들에게 있어서 그녀와의 연결 고리를 얻는 것은 힘을 쟁취하기 위한 지름길이며, 또한, 죽음을 향한 지름길이기도 해. 그런 여신이지.

 그 위험성 때문에 좀 옛날에 봉인되었지만, 그런 존재조차 이 무대 위로 끌어 올려졌어.

 아마네 유리나가 오른손에 깃들이고, 무패를 달성하기 위해 의지하고 있는 것이 바로 이 잔카야.

 성질은 위험하지만, 딱히 나쁜 녀석은 아니야.

 그저, 인간을 사랑하고, 그 가능성을 너무 믿고 있을 뿐이지.

 

화자 : 카나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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