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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티 > 리뷰 및 후기 팬데믹 레거시 - 리뷰 (스포없음)
  • 2015-11-24 15: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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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6,091



 
 
언어의 장벽이 없는 해외에선 팬데믹 레거시가 연일 화제입니다. 수많은 플레이어들이 극찬을 하고, 수많은 후한 평들이 주어지며, 수많은 후기와 질문 글이 올라오고 있죠.  보드게임긱에서 Top 10 안에 안착하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하지만 언어의 장벽이 있는 한국에서는 궁금증만 증폭되고 있을 뿐 별다른 리뷰나 후기는 없는 상태입니다. 중요한 내용을 누출하지 않으면서 리뷰 & 후기를 적기가 아주 힘들기 때문이겠지요.
 
 
전 팬데믹 레가시를 6월까지, 즉 정확하게 절반을 플레이한 상태입니다. 미션 실패도 있었고, 중간에 에러플도 있었으며, 상황이 크게 반전되는 사건을 몇 개 목격했죠. 남은 7~12월 분량에서 어떤 사건들이 발생하는지 전혀 모르고 있지만, 그래도 팬데믹 레거시는 이런 게임이다~ 라고 설명할 정도로 충분한 경험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팬데믹 레거시에 대한 다양한 썰을 풀어보고자 해요.
 
 
크게 4가지 카테고리로 나누어 설명하겠습니다.
 
1. 팬데믹 레거시만의 특징 이야기
2. 언어 장벽에 대한 이야기
3. 리플레이성에 대한 이야기
4. 개인적인 감상 및 Top 10 진입에 대한 이야기
 
 
 
 
 
 
 
1. 팬데믹 레거시의 특징
 

 
 
팬데믹 레거시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면 머리 속에 가장 먼저,  "레거시? 기본판이랑 뭐가 다른데?" 하는 의문이 떠오릅니다.
 
 
일단 "레거시"라는 단어의 뜻을 알아봅시다. 어떤 보드게임을 가리키며 "레거시 시스템"이다 라고 말한다면, 그것은 "게임을 진행할 수록 게임의 세팅/규칙/플레이어의 능력 등이 영구적으로 바뀐다"는 것을 뜻합니다.
 
모노폴리(흔히들 부루마블이라 부르죠)를 예로 들어볼까요?  만약 첫게임이 끝나고 난 뒤, 모든 빌딩 카드와 건물을 반납하고 처음에 가지고 시작한 금액을 가지고 다시 게임을 시작한다면 이것은 레거시 시스템이 아닙니다. 수백번 게임을 해도 모든 게임이 똑같은 조건 / 똑같은 환경에서 시작하니까요. 하지만 게임의 승자가 "빌딩 하나를 골라 가지고 시작한다"는 규칙을 따라 누군가 "서울"을 가지고 시작한다면, 처음과 다른 상황에서 게임을 시작하게 됩니다. 나머지 플레이어들은 더 불리한 조건 속에서 게임을 시작하게 되죠. 이렇게 게임 플레이 횟수가 누적되면, 나중에 어떤 플레이어는 소지금을 더 많이 어떤 플레이어는 빌딩을 더 많이 가지고 시작할 수도 있겠죠.

 
이렇게 과거의 결과 또는 게임 도중의 결과로 인해 다음 게임에 큰 영향을 주게 되는 것이 바로 레거시 시스템입니다. 이렇게 다양한 결과가 누적되다보면, 친구들과의 추억이 가득 담긴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나만의 게임이 되는거죠. 얼핏 들어보면 환상적인 시스템 같지만, 이 레거시 시스템엔 치명적인 단점이 하나 있습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게임이 바뀌기 때문에, 처음부터 다시 즐기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이죠. 그야말로 극단적인 장점과 극단적인 단점이 공존하는 독특한 시스템입니다.
 
 
"모노폴리는 그냥 모두 똑같이 재시작하면 되잖아요."
 
 
이런 질문이 있을 수 있겠네요. 물론 그러면 되겠지요. 하지만 만약 "건물에 친필 서명을 한다"  /  "도시 카드를 파괴한다" / "주사위 눈을 새로 판다" / "스티커를 붙인다" 식으로 콤포넌트 자체에 변형을 가하는 시스템이라면 어떻게 하실건가요? 모노폴리 예제는 어디까지나 예제일 뿐. 수많은 레거시 게임들은  위와 같은 방식으로 콤포넌트 자체게 변형을 가하도록 요구하고 있습니다. 크로스파이어는 스티커 붙이기를 권장하며, 리스크 레가시는 친필 서명 및 스티커를 권장하고 있지요.
 
 
자, 레거시 시스템의 고질적인 문제는 이따가 얘기하기로 하구요. 그럼 팬데믹 레가시는 어떠한 형태의 레거시 시스템을 탑재하고 있을까요?
 
 
 
 
모든걸 하나하나 다 설명할 순 없으니 큼직한 것들만 알아보도록 합시다.
 
 
 
 
 
 

 
 
일단 팬데믹 레거시는 12개월 동안 진행 됩니다.  각 달마다 두번의 도전 기회가 주어지며, 한번이라도 성공하면 다음 달로 넘어가는 방식이죠. 만약 두 번 다 실패하면 그래도 다음 달로 넘어가게 됩니다. 실패가 많아질수록 다음 게임에선 특수카드를 더 가지고 시작하는 등 자체적인 밸런스 조절 시스템이 있어 제법 절묘하다는 느낌을 줍니다. 좌상단엔 해당 달의 클리어 목표가 있으며, 좌하단엔 4가지 질병마다 각기 다른 공간을 할당했습니다. 여기에 스티커를 붙여가다보면 점점 특색있는 질병들이 만들어지게 되는거죠.
 
 
 
 
 

 
 
팬데믹 레거시엔 위와 같은 정체불명의 박스도 한가득 들어있습니다. 게임 진행 도중 / 게임 종료 후 지령에 따라 특정 박스를 열게 되죠.  박스 안엔 상상조차 못한 것들이 담겨있습니다. 박스를 열어보고 "이게 도대체 뭐야?" 하고 읽고 만지고 있노라면,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까 설레는 기분이 들어요. 게다가 8번 박스는 "일정 횟수 이상 미션에 실패하면 열어라" 라고 써져 있어, 일부러 져보고 싶은 마음까지 들게 만듭니다.  또한 이벤트 덱이 함께 들어있는데, "절대로 섞지말고 순서대로 조건에 따라 공개하시오" 라고 적혀있기에 카드를 일일히 열어보고 싶어도 열어 볼 수 없어 답답한 마음도 듭니다 ㅋㅋ  그러나 그게 바로 레거시 시스템의 특징이지요.
 
 
 
 

 

 
 
또 하나 달라진 것은, 아웃브레이크가 터질 때마다 해당 도시에 스티커를 붙이며 데미지를 입힙니다. 한번의 아웃브레이크는 괜찮지만, 2-3번이 되면 이동제약이 생기게 되고, 점점 더 상황이 악화될 수록 해당 도시에 더더욱 접근하기 힘들어지죠.  만약 많은 도시들의 다리 역할을 해주는 도시가 괴멸하게 되면, 게임이 대단히 어려워지므로 조심하는게 좋습니다.  
 
 
 

 
 
또한 룰북을 처음 열어보면 이렇게 공간이 비어있습니다.
 
아까 박스를 열때마다 새로운게 나온다고 했죠? 그 새로운 것들이 나올때마다, 이렇게 관련 공간에 "규칙 스티커"를 붙여야 해요. 즉, 룰북조차도 미완성 된 상태로 주어집니다. 물론 이렇게 빈 공간들은 "추가되는 부분"에 대한 규칙이기 때문에, 처음 미션(기본 판데믹)을 즐기는데는 아무런 무리가 없습니다.
 
 
이것 말고도 미션에 성공할 때마다, 스티커를 2개까지 골라 캐릭터의 능력 업그레이드 / 질병 약화 / 연구소 추가 등 다양한 업그레이드를 할 수 있는 등, 재밌는 레가시 요소가 여기저기 산재하고 있습니다. 특이하게도, 에러플을 범했을 시 큰게 아니라면 넘어가라. 만약 큰 에러플이었다면 특수카드를 일부 제거하고 진행하라~ 하는 식으로 에러플에 대한 규칙도 정해져있습니다. 신기했어요.
 
 
 
 

 

 
 
 
 
 
 
2. 언어 장벽 이야기
 
 

 
 
수많은 분들이 가장 우려하는 부분이겠죠? 바로 죽일 놈의 언어!!
 
팬데믹 레가시는 생각보다 영어 압박이 심하진 않습니다. 위와 같은 말을 할 수 있는 이유는 세가지가 있습니다.
 
 
 
1. 스토리 라인을 몰라도 OK!
 
박스가 공개되거나 이벤트가 열리게 되면 약간의 스토리가 밝혀집니다. 이탤릭체로 "어쩌구저쩌구~ 지금 지구가 위험한데~ 어쩌구저쩌구~" 이런 짤막한 이야기와 함께 "OOOO를 하시오" 라고 써져있죠. 물론 누군가 스토리를 읽어주면 금상첨화지만, 사실 몰라도 분위기&단어로 대강 스토리를 알 수 있습니다. 정말정말 모르겠다면, 이야기고 뭐고 그냥 새로 추가되는 것들만 넣어서 게임을 해도 괜찮아요.
 
저희 그룹은 모두 영어에 익숙한 멤버로만 이뤄져 있습니다. 그런 저희도 "야 이야긴 그냥 대충 각자 읽고 새로 추가된게 뭔지나 말해" 이런 분위기였으니...-_-;;;  별 문제가 안되는건 확실합니다.
 
 
2. 조금씩 꾸준히 추가되는 새로운 규칙
 
기본 규칙은 판데믹과 거의 일치합니다. 판데믹 경험자가 있다면 살짝 다른 부분만 읽어두고 바로 게임을 시작해도 무리없죠. 게다가 게임 중간중간 규칙이 추가/변경되는 상황이 생길텐데, 그 부분만 다 함께 읽으면 충분히 게임을 진행할 수 있습니다. 새로 추가되는 규칙이라 해봐야 길어야 3~4줄? 그 정도예요. 한글화를 찾아 "제발 한글화 해주세요ㅠㅠㅠ" 하고 방황하지 않으셔도 괜찮습니다....만 그래도 멤버 중 최소 한명은 기본 독해 실력이 있으면 좋을듯 합니다.  모든 멤버가 "흰건 종이요... 검은건 글씨라..." 이러고 있으면 좀...;;;
 
 
 
3. 이미 친숙한 카드들
 
팬데믹 게임 자체가 영어를 크게 필요로 하는 게임이 아닙니다. 특수카드에 영어가 써져있긴 하지만, 그것도 몇장 안돼요. 게다가 기본판 때부터 있어온 카드들이기에 판데믹 경험자가 한명이라도 있다면 바로 무슨 카드인지 알 수 있습니다. 제 멤버들은 모두 판데믹 경험자인데, 특수카드 그림까지 똑같아서(혹은 아주 세밀하게 달라서), "이거 기본판의 그 카드 아냐?" 하며 내용을 읽어보면 예상대로였죠.  그러니 카드에 써진 글도 별 문제는 안되리라 생각합니다.
 
 
 
결론은 모두가 겁먹을 만큼 영어가 가득한 게임은 아니라는 것!
 
 
 
 
 
 
 
 
 
 
3. 리플레이성에 대한 이야기
 
 
 

 
 
 
레거시 게임을 논할 때 절대 빠지지 않는 이야기가 하나 있습니다. 바로 리플레이가 가능한가? 이죠.  이 질문이 나오는 이유는 2가지가 있습니다.
 
 
1. 콤포넌트 손상 & 소모
 
스티커나 카드파괴를 통해 게임 자체에 상당한 변형을 가하는 만큼, 게임을 깔끔하게 처음부터 다시 즐기기란 굉장히 힘듭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 세계의 보드게이머들이  "보드 위가 아니라 다른 곳에 기록한다" / "스티커 대신 포스트잇을 쓴다" / "기물을 다른 것으로 대체한다"  등등... 온갖 기발한 방법을 시도하고 있죠. 보고 있노라면 "그냥 게임을 하나 만들지?"  싶을 정도예요.
 
자,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레거시 시스템으로 인한 손상을 두려워 한다면 다른 사람걸 하던지 그냥 팬데믹을 해라." 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그런 부가적인 노력에 시간과 돈을 투자하고 결국 상당한 불편함과 귀찮음을 얻을바엔 그냥 다 잊고 재미나게 즐기는게 더 좋지 않은가 싶습니다. 올바른 예가 아닐진 모르겠지만, 달무티 카드를 사놓고 카드 닳는 것이 두려워 일반 플레잉카드를 두벌 구입하여 그것으로 대신 달무티를 하는... 그런 느낌을 줍니다 -_-;;  레가시 시스템에 찬성을 못하겠다면, 친구 것을 하던가 그냥 팬데믹을 하시는게 정신건강에 좋을듯 합니다.
 
 
2. 레거시 시스템의 소모
 
1번에서 "이상한 노력하지 말고 그냥 해;;;" 라고 말한 이유는 사실 2번 때문입니다.  기막힌 방법으로 1번 문제를 해결했다면 팬데믹 레가시도 처음부터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온갖 기발한 방법을 통해 콤포넌트의 손상 & 소모를 최소화 하더라도, 결국 게임이 끝까지 진행되면 레거시 시스템의 수명은 끝나고 맙니다. 2회차 게임부턴 처음의 설레임 / 긴장 / 떨림은 모두 사라지고 그냥 조금씩 바뀌어가는 팬데믹을 하는 것일 뿐...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게 됩니다.
 
물론 팬데믹 레거시를 못해본 친구들은 열광하겠죠. 하지만 게임의 주인인 당신은 2회차, 3회차에도 똑같이 가슴 떨려하고 열광할 자신이 있나요?  전 없어요.  남들 즐거워하는걸 보는 것도 기쁜일이지만, 즐거워하는 연기를 할 자신은 없습니다 :(
 
 
 
 
 
 
 
네, 이런 이유로 리플레이성은 거의 0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리플레이성을 살려보려고 인공호흡기를 달아도, 리플레이성이 한없이 0에 가까운건 진실이라고 생각해요 (물론 마지막 시나리오를 계속 할 순 있지만 그건 레가시로서의 수명이 끝난 상태죠). 그리고 이런 의견에 늘 이런 질문이 따라붙습니다. 
 
 
"그럼 겨우 한번 즐길려고 이 비싼 게임을 사야하나요?"
 
 
저 역시 수없이 이 질문을 받았습니다. 그때마다 저도 질문을 했습니다.
 
 
"당신의 집엔 구매를 해놓고 한번도 못한 게임이 몇개나 있나요?"
 
 
팬데믹 레거시는 따로 놓고면 분명 비싸다는 느낌을 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따져보면 의외로 그렇지 않아요. 단순계산으로 팬데믹 레거시가 6만원이라고 해보죠.  총 12개월을 진행하니 최소 12번은 해야하는데... 그 중에 절반, 6번은 실패해서 재도전 했다고 해봅시다. 그럼 18번 즐긴것이죠?
 
 
6만원/18번 = 대략 3,300원
 
 
즉 3천 300원을 주고 한판씩 즐긴 셈이네요. 자 만약 혼자가 아니라 4명의 고정멤버가 있었고, 모두 돈을 함께 모아서 레거시를 구입했다고 해봅시다. 그럼 3,300원 / 4명 = 830원... 즉 한명 당 830원을 내고 게임을 즐기는 셈이네요.
 
 
술집/노래방/피씨방/당구장... 이런데 친구들과 몰려가서 돈 쓰는건 아깝지 않으면서 어째서 한판에 830원 내는 레거시 게임은 돈이 아깝다고 생각할까요.  한번도 돌리지 못한 수만원짜리 게임은 아깝지 않으면서 고정 멤버들과 재밌게 즐길 레거시 게임은 왜 돈이 아깝다고 생각하는 것일까요. 아마도 가치관의 차이겠지요. 다행히 전 레거시를 즐기며 돈이 아깝다고 생각한적은 한번도 없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제 기준일뿐, 누군가 레거시 시스템이 담긴 보드게임을 구입하기 망설여 하는걸 볼때면 "충분히 그럴 수 있지" 하고 이해는 갑니다.
 
 
 
 
 
 
 
 
 
 
 
 
4. 개인적인 감상 및 Top 10 진입에 대한 이야기
 
 
 

 
 
 
일단 개인적인 감상부터!
 
 
전 팬데믹을 재밌게 했습니다. 레가시 시스템도 좋아하구요. 일회성 플레이에도 거부감이 없으며, 콤포넌트 손상에도 별 다른 불만을 가지지 않죠.  그런 제게 있어 팬데믹 레거시는 정말 잘 만든 수작으로 꼽힙니다. 박스를 여는 순간순간이 설레임과 긴장으로 가득했고, 게임에서 패배하면 어떤 나쁜일이 있을지 몰라 매 게임 아주 신중하게 진행했습니다. 일반 팬데믹은 망하더라도 "에이, 다시하면 돼" 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팬데믹 레거시에선 엉망진창 플레이가 다음 시나리오에도 영향을 주기 때문에 막장 플레이를 할 수가 없거든요.
 
 
6월까지 진행한 지금 팬데믹에 점수를 주자면 10/10점 입니다. 박스에 써진 Season 1 이라는 말이 이렇게 기쁠수가 없어요. Season 2 가 있다는 이야기니까요. 팬데믹을 해보고 실망한 제 친구들도 레거시를 해보곤 "팬데믹에서 모자랐던 것들이 레거시에서 모두 채워졌다"는 평을 내렸습니다. 아주 멋진 게임이예요.
 
 
 
 
 
 
 
 
자, 그리고 팬데믹 레거시가 Top 10 에 진입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제가 처음 보인 반응은
 
 
 
 
 

 
 
 
어째서?  였습니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어요.
 
 
제가 이런 감정을 느꼈던 적이 두 번 있는데.... "전주에서 문어꼬치가 잘 팔린대" 라는 소릴 들었던 때와 꼬꼬면이 엄청난 판매량을 보였을 때였습니다.  "어째서? 음식의 고장 전주하면 비빔밥 아냐?" / "흰국물이 어째서? 결국 그냥 라면이잖아" 하고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어요 ㅋㅋ 팬데믹 레가시도 마찬가지입니다.
 
 
지금 Top 10에 진입한 팬데믹 레거시를 음식에 비유 해볼게요. 보드게임 Top 10을 전반적으로 평가하면 깊은 전략 / 다양한 인터액션을 가진 푹 우려낸 사골 같은 게임들입니다. 하면 할 수록 카드 한장한장의 의미를 다시 깨닫게 되고, 내 한수로 인해 게임 전체에 어떤 영향을 주게 되는지 알게 되는... 경험을 하면 할수록 고차원적인 수준에 플레이어가 눈을 뜨고 예전엔 몰랐던 진정한 맛을 알게 되는... 그런 게임들이지요.
 
 
이렇게 깊은 맛을 내는 사골 대열에 살며시 끼어든 팬데믹 레거시는 사골맛 인스턴트 라면입니다. 라면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사골맛 라면의 등장으로 대호평을 하자, 단숨에 이 사골맛 라면은 "사골"로 분류되며 순식간에 랭크가 올라가죠. 그리고 그 대호평에 호기심을 가진 사람들이 경험해보곤, 레가시 시스템이라는 자극적인 스프 맛에 또 다시 대호평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더더욱 이름이 높아지죠. 사골(깊은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들 입장에선 "아니, 사골도 아닌 애가 왜 여기있어?" 싶을겁니다.  다른 레가시 스프를 넣은 라면들도 "아니, 왜 쟤만 저렇게 인기가 많지?" 하고 영문을 모르는 상태구요. 그게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팬데믹 레거시를 참으로 좋아하지만 Top 10에 들어갈 게임은 절대 아닙니다. 혜성같이 등장한 꼬꼬면이 그랬듯, 시간이 흐를 수록 사람들은 팬데믹 레거시의 자극성에 시들해지고...  거품이 빠지면 소리없이 랭크에서 내려갈거예요. 자극적인 시스템 / 자극적인 맛엔 결국 한계가 있습니다. 이후엔 더 자극적인 맛을 첨가한 시즌 2가 나오게 되겠죠. 그 게임 역시 지금과 비슷한 양상을 보이겠지만 시즌 3,4,5... 점점 시즌이 길어질 수록 Top 10에서 멀어지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지금 이 열기는 한 때의 관심일 뿐 영원히 지속될 인기는 아니라 봅니다.
 
 
 
 
사서 해봐야 할까?  하고 망설이는 분들에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팬데믹을 좋아하고 레거시를 좋아한다면 한번쯤 경험해보세요.  지금까지 나온 레거시 게임 중 가장 잘 만들지 않았나 싶습니다.
 
 
팬데믹을 싫어하거나 레거시를 싫어한다면 보드게임긱 랭크에 속아 구입하지 마세요. 자극적인 맛에 반한 사람들이 아무리 극찬 한들, 깊은 맛을 원하는 여러분의 입맛엔 전혀 맞지 않는 엉망진창의 게임으로 느껴질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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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Lv.2 다크링크
    • 2015-11-25 00:57:10

    정말 좋은 글이네요. 진짜 정예팟이 있어서 같이 공구해서 하는거 좋은생각인거같네요. 그때는 이 글로 사람들 설득해봐야겠어요 ㅋㅋㅋ 감사합니다!
    • 2015-11-25 11:17:31

    좋은 지식과 정보를 얻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 2015-12-07 14:23:19

    재밌게 잘 봤습니다
    • Lv.1 슬픈현실
    • 2015-12-16 14:31:27

    "손상을 두려워 한다면 다른 사람걸 하던지""당신의 집엔 구매를 해놓고 한번도 못한 게임이 몇개나 있나요?"ㅠㅠ 명언이네요
    • 2015-12-24 09:16:08

    잘 봤습니다. 더 이상 보드게임 구매 안하기로 마음 먹었고 기존 것도 몇개 제외하고 처분하려고 했는데 리뷰보고 구매했습니다. ㅎㅎ 책임지세요. ㅋ와이프 가장 좋아하는 게임 1위가 팬데믹이라... 오늘 받을 것 같은데 저도 기대되네요.
    • Lv.1 vocado
    • 2016-08-02 15:02:24

    저와같은 초보들이 궁금해할만한 사항들을 정말 알기쉽게 설명해주셨내요! 좋은글 감사합니다^^
    • 2016-08-18 08:20:24

    좋은 글 잘 읽고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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