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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티 > 리뷰 및 후기 [에세이] 푸에르토리코 1897: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 2024-01-27 16:2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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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v.30 별밤★


▲ Puerto Rico 1897 (2022) | 2–5 Players | 70–120 Min | Age: 12+ | Weight: 3.00 / 5 | Designer: Andreas Seyfarth | Artist: John Morrow, Gabriel Ramos

 

본 글에 사용된 게임은 코리아 보드게임즈으로 부터 제품 협찬을 받았습니다.

전략 게임의 근본인 '푸에르토리코'를 리뷰하는 건 뭔가 쉽지 않고 부담되긴 했다. 별밤이란 인간 미플의 보드게임 히스토리를 푸코를 빌어 풀어보자고 한다. 이별하고 다시 재회한 푸에르토리코의 간단한 소회도 적어보는 걸로 마무리하려 한다.

2003년 보드게임의 퍼스트 임팩트가 불던 시기였다. 우후죽순으로 보드게임방 생겨났고 학교 앞에도 정말 다양한 보드게임 카페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2004년 동아리 내에서도 보드게임 인기의 열기는 피해 갈 수 없었고, 보드게임 방? 카페?도 자주 다녔던 것 같다. 친구들과 미팅*을 하면 식사 후에 보드게임 카페를 갔는데 신촌에 있는 카페도 갔던 기억이 ... 전설 '가이오트'님이 신촌에서 일했다고 했는데 그곳이 아닐까? 문뜩 생각도 든다. 음 그래서 미팅이 잘 안된 건가? 대신 술을 마셨 ...

마음 맞는 동아리 동기 선후배 사람들과 보드게임을 하나씩 사기로 마음먹었다. 그래서 나는 무슨 게임을 알려주어야 할까 설레는 마음으로 검색을 해보기 시작했다.



▲ 당시 구매한 초판, 다시는 찾을 수 없었다. 깊은 아쉬움이 있다.

 

"푸에르토리코는 보드게임계의 스타크래프트다!", "이만큼 재미있는 전략 게임은 없다!", "건물의 생산과 순서에 따라 전략성 변화무쌍하다, 그러나 배우기 쉽지 않다" 이런 극찬 글을 보며... 뭐지? 스타같이 보드게임으로도 깊이 있는 전략을 구사할 수 있다고! 이거지!!! 어렵다는 말은 그냥 무시했다. 또 다른 본좌인 카탄 보다 더 전략적이라고 해서 더 끌렸다.

그래서 저질렀다. 푸에르토리코(2002, 이후 푸코)는 당시 거금 4만원이 넘는 돈을 들여 2004년 인생 처음으로 구매를 한 보드게임이었다. 당시 보드게임을 수입해서 스프링 철이 된 한글 룰북과 함께 파는 곳이 있었는데 기억은 잘 안 난다.

▲ 출처 BGG: 초판 구성이 당시에는 정말 나에게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처음 받아 보았을 때 어안이 벙벙했다. 엄청나게 많은 작은 동근 콤포, 그리고 알록달록한 육각형 모양의 생산품들, 옥수수, 인디고, 설탕, 담배, 커피! 가장 충격은 수많은 농장과 건물 타일을 펀칭해야 한다고?? 다시 한번 충격은 몇 번을 읽어도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는 룰북 ... 당시 나에게 가장 어려운 게임은 '카르카손' 정도였는데 말이다. 동아리 사람들과 룰에 대해 토론을 하면서 같이 플레이했던 기억이 있다. 그러나 당시 제대로 플레이했다고 생각은 들지 않았다.

2년 동안의 강렬했던 보드게임의 열기가 식자 우리들의 관심도 같이 식기 시작하면서 나의 첫 구매 게임도 한동안 본가 책장에 오랫동안 머물러야 했다.

 

▲ 그때 '티켓 투 라이드'를 접하지 않았더라면, '아그리콜라'을 다시 구매 하지 않았더라면, 이렇게 이 취미에 다시 빠져 들지 않았을까? 궁금해지기도 한다.

해외에서 지내던 시절 2014년 지인의 집에 초대받았고 저녁 먹고 '티켓 투 라이드'를 해보았다. "와, 이 미친 재미는 뭐지?" 다시 기억이 났다. 잊고 지냈던 2004년 잠시 빠져들었던, "아 그때 정말 즐거웠지?" 요즘 보드게임은 뭐가 있지 해서 보니깐 너무 다양했고 몇주 동안 고르고 골라서 구매한 게임이 '아그리콜라 (2007, 아콜)'였다. 아콜이 푸코에 비해 많이 어려운 게임이었는데 둘 다 무에서 유를 창조한다는 느낌이 강해서 그래였을까? 어떻게 보면 담고 있는 메시지는 비슷하다. 룰을 익히고 플레이하는데 내가 '잃어버린 10년'을 찾은 강렬한 느낌이 들었다. 그 이후에 보드게임 모임도 만들어 보고 해외 커뮤니티 모임도 나가고 그랬다.

그래서 다음 휴가 땐 본가 책장에 있는 '푸코'를 찾아 꺼내봐야지 했지만 보이지 않았다. 분명 2014년 전에는 있었는데, 근데 가족 중 아무도 내 물건을 건드리지 않았다고 했지만 아무리 찾아도 나오지 않는 나의 푸코 ... 아직도 찾지 못해 아쉬움이 진하게 남는다. 예전 1쇄 판본을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지만, 단순 그런 의미가 아니다. 그런데 이렇게 20년 만에 '푸에르토리코 1897'으로 돌아왔다. 물론 이 새로운 판본으로 '추억'이라는 소중함이 돌아오지 않지만, 어느 정도 개봉기를 하면서 위안이 되었다.

진지하게 이 취미를 좋아다 보니 10년의 보드게임 경험 공백이 너무 아쉽게 느껴질 때가 많았다. '아콜'과 같이 그 사이에 훌륭한 게임이 많이 나왔다는 사실을 알았다. 10년 동안 못 해본 게임이나 그 이전에는 어떤 좋은 게임들이 있는지 궁금하긴 했다. 그래서 지속적으로 이 취미를 그 당시부터 쭉 이어오신 분들은 보면 뭔가 부럽다. 내가 부릴 수 있는 욕심이라면, 이제 잠시라도 '보드게임의 세계'를 다시 떠나지 않는 것이다.

코로나 시국에 국내에 돌아왔음에도 미국만큼은 명절때 3대가 보드게임을 즐기는건 아직 아니지만, 커뮤니티가 정말 잘 형성 되어있구나 생각이 들었다. 보드게임 산업 측면에서도 그렇고, 요즘이 '세컨드 임팩트' 시대라는 생각이 들고 '퍼스트 임팩트'보단 훨씬 견고한 취미로 잡아가는 것 같다. 그리고 모든 게 가상, 디지털화, 개인화 되어가는 시대에 손으로 직접 만시고 서로 대면할 수 있다는 취미가 난 역설적으로 오히려 '미래의 산업'이라는 확신이 든다. 단순 내가 좋아하는 취미라서가 아니다. 조금만 생각해 보면 알 수 있는 사실이다. Etsy 같은 곳에서 파는 개인 공작 물품이 공장에서 찍어내는 기성품 보다 더 가치를 발하고 인기가 많은 걸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다시 돌아온 푸에르토리코 1897]

정말 다시 푸코 룰북을 읽고 배우는데 게임이 내가 예전에 느꼈던 그런 극악한 어려움이 아니었다. '아니 이렇게 푸코가 익히기 쉬운 게임이었던가?' 우리의 취미란 건, 결국 경험치가 정말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에는 다 어렵게 느끼는것이므로, 요즘 입문하시는 분들에게 하면 할수록 점점 쉬워지는 취미라고 용기를 드리고 싶다. 웃자고 하는 소리지만 '보드게임 유전자설'도 믿지만, 한편으로 '보드게임 근육설'도 믿고 싶다. 물론 극악의 룰 난이도를 가진 게임은 다른 이야기지만 ... 누구라도 여전히 그런 게임은 어렵다.

더 아름다운 일러로 돌아왔다는 점에서 마음에 들었다. 며칠 전에 영문판을 직접 보았는데 건물의 그림만 그려져있어서 정말 놀라웠다. 이건 푸코를 정말 많이 해본 사람도 헷갈릴 것 같고 욕을 먹을만했다. 그러나 한글판은 그런 미숙한 점이 다 수정되어서 나왔으며, 모든 확장인지는 모르겠지만 대부분의 확장이 포함되어 올인원의 느낌이라 좋았다.

우선 Pc 문제로 약간 컨버팅해서 어두운 역사를 가리는 게 아닌가 생각도 들었지만, 룰북의 뒤편에는 푸에르토리코의 명암의 역사를 확실히 밝혀 두고 있어서 그런 점도 좋게 보였다.

▲ 게임 경험이 많아도 푸코를 안해보았다면, 건물 능력을 한번씩 인지하고 플레이 해라!

룰이 너무 쉬워서 정말 5~6년 만에 하는 진행을 설명하고 건물 능력을 스킵을 해버렸다. 배우시는 분도 경험치가 많아서 그렇게 하자고 했지만, 다음부터 그렇게 하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든 건물의 능력을 어느 정도 짚고 넘어가는 걸 추천한다. 이유는 다음과 같다.

푸에르토리코의 기본적인 재미는 다양한 밭과 건물을 통해 생산성을 증대 시켜는 부분이 한 축이면서도, 남들 보다 액션을 수행했을 때 유리하거나 다른 플레이어가 액션을 못 하게 하는 플레이가 일어나게 할 수 록 좋다. 즉, 지속적인 '억까' 플레이가 발생하게 된다. 푸에르토리코의 핵심은 어떻게 보면 그런 '억까'를 발생 시키거나 당하지 않게 '유비무환'을 빌드업 하는 것이다. 사실 많은 건물들이 각 액션에 대해 '유비무환'을 해주게 하는 것이 있다. 남들의 '억까'에 굴하지 않고 의연해지고 자신의 길을 걸어 생산성과 수출을 극대화할 수 있는 매력이 큰 게임이다.

그런데 건물 설명을 안 해 버리면 지속적으로 억까만 당하다 끝내야 하는 게임 같다. 물론 억까를 당하게 만드는 게 이 게임의 핵심이라 건물을 알더라고 당할 수 있다. 그러나 알고 당하는거랑 모르고 당하는것과는 천만년 차이 보다 크다. 그러나, 예를 들어 어떤 건물을 지으면 선적 못하는 물품에 대해 버리는 걸 방지 할 수 있는데 아무런 인지가 되어 있지 않으면, 미쳐 생각을 못 할 수 있다. 결국 영업은 대실패라 글을 당장 쓸 수가 없었다. 이건 내가 푸코의 건물의 깊이를 보지 못한 패착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도 정말 고맙게도 두 분은 건물의 능력을 같이 살펴보면서 다음에 하면 재미있겠다고 하셨다. 조만간에 다시 해보기로 했다.

 

다시 기회를 봐야 했는데, 엊그제 기회가 돌아왔다! 이번에도 다른 두분에게 푸코를 영업할 기회가 있었다. 오늘은 가기 전에 건물의 모든 능력을 한번은 읽고 갔다. 두 분도 게임 경험이 많으셔서 룰은 정말 잘 이해하셨다. 내가 건물 능력을 설명하자고 하자, 이전의 경험과 똑같은 일이 발생하였다. 두 분 다 건물 설명은 플레이하면서 보면 될 것 같다고 해서 넘어가자고! 그래서 내가 절대로 안 된다고, 어느 정도 건물 능력이 대충 이런 게 있다는 걸 파악하고 플레이하는 거랑, 아닌 거랑 큰 차이가 있다고! 시간이 조금 더 걸리더라도 다 설명을 해드렸다.

결과는 어찌 되었을까? 둘 다 정말 즐거워하셨으면, 한분은 푸코는 이런 게임 부분에서 최고의 게임이라고 극찬을 하셨다! 그러면서 자신의 '영문판 푸코 1897'를 저주하셨다(영문판은 한글판과 다르게 건물 능력에 대한 텍스트가 없다) 나도 오랜만에 처음으로 푸코를 제대로 즐겨서 즐거웠다.

이 두 플레이 경험이 나에게 알려주는 부분은 무엇일까? 룰은 정말 액션을 결정한 사람을 더 혜택을 받고 돌아가면서 그 액션을 한다는 룰은 정말 간단하지만, 건물의 빌드업에 따라 정말 생각할 점이 많다는 것이다.

우선 어떤 건물들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알고 진행하는 것과 아닌 것은 재미의 백만 배 차이를 불러일으킬 것 같다. 왜냐면 자신의 빌드의 작동 원리를 위해 정확한 건물 이름과 명확한 기능은 기억 안날 수 있지만, 설명으로 들었던걸 쉽게 찾아서 적용하게 된다. 아예 모른다면 찾아보는데 어려움이 생긴다. 이게 푸코를 처음 영업할 때 큰 팁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때론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배우는 게임도 있지만, 푸코는 그런류는 아니라고 생각이 들었다. 자신이 아무리 게임 경험이 많다고 해도 말이다.

▲ 사진에 사용된 일부 컴포넌트는 원래 포함되어있지 않는것도 있습니다.

그래서 아직까지 많이 사랑을 받는 게임을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추가된 모든 확장도 약간 더 즐거운 재미를 주는 것 같다. 새로운 건물은 말할 것도 없고, 시민 빨간 일꾼은 추간된 건물과 함께 능력을 강화 시켜주며, 밀수꾼은 더 복합적인 인터액션을 보여준다. 그리고 마지막 축제는 목표를 주어 레이싱 요소가 추가된 점도 좋았다.

솔직히 이야기하면, 20년 전에는 룰을 파악하다고 하면서 너무 어려웠고, 5~6년 전에 해외 모임에서 푸코를 했을 때 그때도 건물 능력을 이해하지 못해 게임 전체를 잘 이해 못 했던 것 같다. 사실 난 푸코의 진가를 20년 만에 알게 된 것인지도 모른다. 이번 '푸코 1897'를 플레이하면서 잃어버린 시간을 찾은 느낌도 들었다. 여러분도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명작의 진가를 느껴 보시길 바란다. 

별밤 드림


일반 보드게임 채널: https://www.youtube.com/@ByulB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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